■ 발행일 : 2015/10/12
■ 마지막 업데이트 : 2016/09/11


대추 한 알
책표지 : 이야기꽃
대추 한 알

시 장석주 | 그림 유리 | 이야기꽃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이야기꽃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내놓은 “대추 한 알”은 장석주 시인의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에 수록된 시 ‘대추 한 알’을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짧지만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으로 넘쳐나는 시, 시에 담긴 그 열정을 한 움큼도 흘리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그림, 이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쏟아부은 시인과 그림 작가의 혼을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종이 한 장, 글자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 편집자의 집착, 책을 펼치는 순간 이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대추 한 알”입니다.

어느 가을 날 한적한 시골길에 선 한 시인. 시인의 눈에 들어온 삶의 풍경은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너른 들판을 황금빛 물결로 가득 채운 아버지의 위대함, 가족들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친 어머니의 마디마디 굳은 살 박힌 아름다운 손,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이어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 나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시인의 마음은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대추 한 알에 담아냅니다.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해마다 추석 즈음 처가에 들리면 지금은 돌아가신 처할머니께서 늘 손에 쥐어 주곤 하시던 붉게 익은 대추 한 알. 팔순의 노안으로 대추나무 가지에 매달린 채 영글어가는 녀석들을 여름 내내 지켜보며 눈도장 찍어둔 것들 중 제일 먼저 익은 것들을 식구들 수만큼 따서는 아들 며느리, 손주들, 그리고 손주 사위에게까지 꼭 한 알씩 먹이시던 기억이 납니다. 제일 먼저 익은 녀석들은 그만큼 열심히 좋은 기운을 빨아들였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나눠 먹으면 겨우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면서 말이죠.

맨질하게 윤이 나는 햇대추를 한 입 베어물어 아삭하니 달달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 처할머니의 말씀이 제법 그럴싸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오늘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읽고 있자니 처할머니 역시 시인이 읽어낸 대추 한 알에 담긴 태풍과 천둥 벼락, 무서리와 땡볕, 그리고 초승달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계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대추 한 알도 열매를 맺고 붉게 익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견뎌내야 하는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써내려가는 시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한 해의 풍상을 고스란히 겪어낸 것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었을까요? 그런 시인의 마음은 대추 한 알에 위대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태풍과 천둥 벼락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서리와 땡볕을 견뎌가며 제 삶을 오롯이 살아낸 작은 대추 한 알의 뜨거운 열정이 붉게 피어오릅니다.

삶은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나와 너, 소중한 가족과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때로는 포기와 좌절, 실패와 고통으로 얼룩지기도 하고, 때로는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처럼 기쁨과 희망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넘쳐나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러한 삶의 질곡을 견뎌내며 꿋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가는 삶은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내 어머니의 삶이 아름다웠듯이, 내 아버지의 삶이 위대했듯이 우리의 삶도, 우리 아이들의 삶도 위대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시인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하는 데 말을 아낍니다. 여덟 줄의 시를 읽어 내려가며 누군가의 위대한 삶을 발견하는 것은 읽는 이들의 몫입니다. 시인은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찾아내기를 바라지만 아직 덜 영글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행간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돼지 이야기”의 작가 유리는 시인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어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시인의 글을 쪼개어 흐트리지 않고 글과 글 사이에 자신의 그림을 끼워 넣어 시인의 이야기에 감동을 더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아주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냈습니다.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한 해의 삶을 고스란히 살아낸 대추나무는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봄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리고 또 다시 태풍과 천둥, 벼락, 무서리와 땡볕을 이겨내고 붉고 둥근 대추 한 알을 우리에게 안겨주겠죠.

가을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달게 먹기만 했던 대추 한 알에 담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편의 시, 그리고 그 시의 행간에 담긴 우리네 삶의 아름다움과 열정, 자연의 순환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들로 엮은 그림책 “대추 한 알”, 올 가을 소중한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