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 수상작 : 엄마의 의자 (1983)

엄마의 의자
책표지 : Daum 책
엄마의 의자

(원제 : A Chair For My mother)
글/그림 베라 윌리엄스 | 옮김 최순희 | 시공주니어

※ 1983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 1983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1983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과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베라 윌리엄스의 “엄마의 의자”는 한집에 살고있는 세 모녀가 가족의 소박한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어린 소녀의 시점에서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엄마의 의자

학교 수업이 끝나고 가끔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아가면 식당 주인인 조세핀 아줌마는 나에게도 간단한 일거리를 주시고 수고했다면서 돈을 주십니다. 나는 언제나 그 돈의 절반을 커다란 유리병에 넣어요. 매일 저녁 엄마는 식당일을 하고 팁으로 받는 잔돈을 몽땅 유리병에 넣구요. 할머니는 이런저런 것들을 싸게 살 때마다 남은 돈을 모아 두었다 유리병에 넣으십니다.

엄마의 의자

한 닢도 더 넣을 수 없을 만큼 유리병에 동전이 가득 모이면 우리는 그 돈으로 일년동안 소망했던 의자를 사러 갈 거예요.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멋있고, 아름답고, 푹신하고, 아늑한 안락의자를요.

(주인공 아이가 꼭 사고 싶은 안락 의자는 바로 그림책 표지 테두리에도 나왔던 장미꽃 무늬 안락의자랍니다. 페이지마다 그림책 테두리를 꼼꼼하게 살펴 보세요. 작가 베라 윌리엄스는 페이지마다 테두리 그림을 그려넣고 현재의 상황이나 주인공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전엔 우리에게도 의자가 있었어요. 소파랑 다른 가구들도요. 그런데 작년에 집에 큰불이 나는 바람에 모두 불에 타버렸어요.

엄마의 의자

새 신발을 사서 남의 집 화단에 핀 튤립을 구경하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우리 집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어요. 집에서 검은 연기가 펑펑 솟아 오르고 있었고, 지붕 위로는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죠. 우리를 보고 달려오는 이모부에게 우리는 제일 먼저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어요. 다행히 할머니는 무사하셨어요. 우리 고양이도 무사했구요. 하지만 살림살이는 전부 타서 시꺼먼 숯덩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이모네 집에서 지내다 아래층 아파트로 이사를 했어요. 새 아파트 벽은 노랗게 칠했고, 마룻바닥도 윤이나게 닦았지만 살림살이들을 구하지 못해서 방들은 모두 텅텅 비어 있었죠.

엄마의 의자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 이웃들이 찾아왔어요. 우리를 찾아온 이웃들은 피자와 케이크, 아이스 크림…… 그리고 여러 가지 살림살이를 갖다 주었어요. 길 건너 앞집에서는 식탁과 의자 세 개를, 옆집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 썼던 침대를, 우리 할아버지는 아름다운 양탄자를, 이모는 빨간 무늬 커튼을 직접 만들어 주셨고, 엄마가 일하는 식당 주인 아줌마는 냄비와 프라이팬, 은그릇과 접시를 주셨고, 내 사촌은 자기 곰인형을 내어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어요.

“모두들 어쩌면 이렇게 인정이 많으신지,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이 애들은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십시일반’이란 말은 이럴 때 꼭 들어 맞는 말이겠죠. ^^ 그림책 양쪽면을 모두 활용해 이웃들이 물건을 들고 오는 장면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합니다. 밝은 색으로 그 흥겹고 따사로움을 묘사한 풍경에 맞게 그림책 테두리도 밝은 초록 바탕에 노란색 튤립을 그려 넣었어요. 노란 튤립은 주인공 아이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이웃의 사랑과 관심으로 노란 튤립꽃이 활짝 피어난 것처럼 보이네요.)

엄마의 의자

그 일이 있은지 일 년이나 흘러갔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쇼파도 커다란 의자도 마련하지 못했어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발이 아프신 엄마는 무거운 발을 올려놓을 만한 것을 갖고 싶어하셨고, 할머니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감자를 깎고 싶어하셨어요. 그래서 엄마는 식당에서 제일 큰 유리병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곳에 동전을 모아 의자를 사기로 한 거예요.

엄마의 의자

내 힘으로 들 수 없을 만큼 유리병이 동전으로 꽉 차게 되자 우리는 시내로 의자를 사러 갔어요. 가구점을 네 군데나 돌아보고 나서야 가족 모두가 꿈꾸어 온 의자를 발견했죠. 우리가 안달이 나서 의자가 배달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 이모와 이모부가 곧장 트럭을 몰고와 의자를 집까지 실어다 주셨어요. 의자는 이모가 만들어 준 하얀 바탕에 빨간 무늬가 있는 커튼 옆 창가에 놓았어요. 안락의자를 집에 들여 놓던 날 할머니와 엄마와 나는 함께 의자에 앉아 기념 사진도 찍었죠.

엄마의 의자

이제 낮에는 할머니가 창가 안락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시고, 저녁에는 식당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안락의자에 앉아 텔레비전 뉴스를 보십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엔 내가 엄마랑 같이 의자에 앉구요. 엄마 무릎에 안겨 잠이 들면, 엄마는 나를 안은 채 팔을 뻗어 불을 끌 수도 있답니다.

엄마의 의자
이제 막 동전을 모으기 시작해 텅 빈 유리병이 그려진 속표지(왼쪽), 안락의자에서 가족 사진을 찍은 “엄마의 의자” 마지막 장면(오른쪽)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 면지의 색깔은 새 집으로 이사갈 때 칠했던 벽의 색깔이면서 이 그림책을 이끌어 가는 그림책의 주된 색상이고, 또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이 숯덩어리로 변했던 검정색과 대비되는 색상이기도 해요. 노란 바탕에 몇 개의 동전이 모인 유리병 그림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마지막 장면을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안락의자에 온 가족이 앉아 찍은 기념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팍팍하고 고단한 살림살이에도 온가족이 아껴 모은 동전으로 산 세 모녀의 열정과 사랑을 닮은 장미꽃 무늬 안락의자는 엄마와 할머니와 나의 단순한 안락함 뿐 아니라 고된 일에 지친 엄마의 발을 뻗어 쉬게하고 싶은 마음과 할머니의 불편한 등을 기대게 해드리고 싶은 소녀의 예쁜 마음까지 담겨 있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192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대공황 시기에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 베라 윌리엄스는 이 그림책 “엄마의 의자”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정과 가족간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하게 그린 그림과 원색으로 표현해 이야기의 따뜻함을 살려주고 있는 이 그림책은 보는 이에게 마음 한자락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함과 다정함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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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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