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요.
책표지 : Daum 책
이유가 있어요

글/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 옮김 김정화 | 봄나무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그런 쓸데없는 짓 좀 그만 하고…” ,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라는 말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참 많이 쓰는 말입니다. 글쎄요. 세상에 정말 쓸 데 없는 것이 있을까요? 요시타케 신스케는 오늘의 그림책 “이유가 있어요” 에서 어른들 눈에는 쓸데없어 보이거나 버릇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이나 습관들에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그럴싸한 이유들, 한 번 들어볼까요?

이유가 있어요

나는 코를 후비는 버릇이 있어요.
엄마는 그런 내게 늘 화를 내요.
이유는 ‘예의 없음’이라는 거죠.

나한테도 이유가 필요해요.
떳떳한 이유가 있다면
코를 후벼도 될 것 같은데.

코를 후비는 버릇에 엄마가 화를 내는 이유는 ‘예의 없음’인데 아이는 딱히 코를 후벼도 되는 떳떳한 이유가 없어 고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무심코 코를 후비고 있는데 엄마가 보고 야단을 치셨어요. 얼떨결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죠. ‘코를 후비는 게 아니라, 콧속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는 거’라구요. 그 스위치를 누르면 머리에서 신바람 빔이 나와 사람들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나요. 음, 콧속에 달린 스위치란 커다란 코딱지… 그걸 눌러 꺼내는 순간, 뻥 뚫리는 기분에 신바람 난 내 기분이 업되면 주변 모든 사람들 역시 즐거워지는 원리를 요렇게 재미있게 표현 한 것 아닐까요? ^^ 이유를 그럴듯 하게 포장했지만 말이죠.

이렇게 위기를 모면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는 버릇이 어디 코 후비는 것 뿐인가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텔레비전을 보던 아이는 이번엔 손톱을 깨물다 엄마한테 들켰어요. 그러자 ‘어른들한테는 들리지 않지만 손톱을 물고 히이~ 히이~ 소리를 내면 쓰레기 뒤지는 새들을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아이의 엉뚱하고 기발한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아이는 이참에 자신의 모든 행동에대한 이유를 엄마에게 몽땅 털어나봐야겠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리를 떠는 것은 발 아래 두더지에게 신호를 보내 오늘 있었던 일을 알려 주려는 것, 밥알을 흘리는 것은 작고 신기한 생물들에게 밥을 나눠 주려는 것, 높은데 올라가는 것은 혹시라도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도와주려고 훈련하는 것! 😎

이유가 있어요

빨대를 질근질근 씹는 건, ‘빨대 질근질근 씹기 대회’에 나가 우승해서 상금으로 큰 배를 만들어 다 같이 느긋하게 세계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래요. 오호, 그런 속 깊음까지…^^

이유가 있어요

아이의 온갖 행동에 대한 이유는 점점 거창해져 갑니다. 불쌍한 처지에 놓인 동물들을 위해서, 나쁜 우주인과 싸우기 위해서, 우주선이 고장나 딱한 처지에 놓인 외계인을 도와주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행동에는 인류의 무궁한 번영과 세계 평화, 그리고 전 우주적 안녕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다는 아이의 답변은 꽤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또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제껏 안된다, 하지 말아라, 그만 하라며 일방적 통보와 명령만을 해왔던 엄마가 오랫동안 아이의 긴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음… 그렇구나…….
아주 잘 알았어.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지저분한 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건
되도록 삼가 줄 수
없을까?!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에게 알았다 대답을 하는 엄마와 아들, 적절한 선에서 멋지게 타협을 이루었네요.

그런데, 아이들만 눈에 거슬리는 습관이나 버릇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요시타케 신스케는 마지막 재미있는 반전을 남겨두었어요.

이유가 있어요

아이가 엄마에게 어른들도 혹시 ‘자기도 모르게 그만’ 해 버리는 일이 없는지를 물었어요. 있긴 있겠지만 엄마는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아이는 엄마는 틈만 나면 머리카락을 비비 꼰다면서 그 이유를 물었죠. 엄마도 잘 모르고 있었던 엄마의 버릇을 무턱대고 비난 하는 것이 아닌 먼저 그 이유를 묻는 똘똘한 아들입니다.^^

엄마는 머리카락 끝에 써있는 다양한 저녁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라는 아들 못지 않은 아주 참신한 답변을 했어요. 그리고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 메뉴를 골라야 겠다는 엄마, 과연 엄마가 고른 오늘의 저녁 메뉴는 무엇일까요?

혹시라도 식사 시간 근처에 엄마가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거나 비비 꼬고 있다면 절대로 엄마 신경을 건드리지 마세요. 별로다 싶은 메뉴가 걸릴 확률이 아주 높아지거든요.^^

엄마와 아들의 대화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여백을 많이 남긴 단순한 그림과 , 오가는 대화 속에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 그림책 “이유가 있어요”, 유머러스하고 참신한 이유를 듣다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면서 내 습관에 대해 어떤 멋진 이유를 만들어 볼까 곰곰이 생각에 빠져들게 되네요. 그런 습관 하나 없다면 왠지 너무 밋밋하고 건조하고 찌질한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거든요.

엄마 말대로 지저분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건 되도록 삼가야겠지만 어디 습관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게 고쳐지나요. 자기도 모르게 그만 해버리고 마는 게 습관이나 버릇인걸요. 그럴 땐 다짜고짜 그러지 말라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에게 이유를 한 번 물어보세요.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