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책표지 : Daum 책

(원제 : Fog Man )
글/그림 토미 웅거러 | 옮김 이현정 | 현북스

※ 2013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안개 가득한 바다에서 길을 잃고 지쳐보이는 두 아이, 그들 뒤쪽으로 뭔가 으스스하면서도 그럴싸한 이야기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법한 섬 하나가 보이는데요. 요즘같이 스산한 늦가을 날씨와 잘 어울려 보이는 회색빛 배경 그림 속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섬

핀과 카라 남매는 부모님과 함께 바닷가 외딴 마을에 살았어요.

핀과 카라네 가족은 가난했지만,
먹고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 늘 감사했어요.

어느 날 아버지는 핀과 카라에게 갈대를 엮어 만든 동그랗고 작은 거룻배를 깜짝 선물로 주시며 절대 안개 섬 근처에 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어요. 버려진 땅인 안개 섬은 물살이 거칠어 위험한 곳이기도 했지만 멋모르고 갔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는 그런 섬이었죠. 안개 섬은 먼 바다 한가운데 조각난 검은 이빨처럼 삐죽 솟아있는 표지 그림에 나왔던 바로 그 섬입니다.

섬

절대 하지 말라는 금기는 오히려 호기심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호기심 너머에 는 두려움도 있지만 두려움을 직접 확인하고 싶고 또 맞서고 싶어 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죠. 특히나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호기심이 금기를 이기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고 경험하고 자라니까요.

하지만 핀과 카라는 아버지 말씀을 어길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배를 타고 해변을 탐험하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걸 좋아했을 뿐이었죠. 그날 역시 그렇게 바다로 나갔던 오누이는 그만 거센 물결에 휩쓸리는 바람에 먼 바다로 떠내려가게 되었던 거예요.

섬

날은 어두워졌고 물결에 떠밀려 작은 해안에 도착한  핀과 카라는 이곳이 아버지가 말했던 안개 섬이라는 것을 알아챘어요. 두 아이는 절벽를 깎아 만든 듯 보이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두려움과 호기심이 함께 하는 낯선 땅, 그곳의 기묘한 느낌을 작가 토미 웅거러는 하얀 보름 달이 뜬 삭막한 모습의 섬, 올라가지 않고는 견딜수 없을 만큼 신비한 느낌의 돌계단, 그리고 기괴한 모습을 한 바위 등의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계단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왜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고 있는 섬의 모습입니다.

섬

섬에는 새하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어요. 할아버지는 두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선뜻 동굴 안으로 들어오게 했지요.

자신을 안개를 만들어 바다에 풀어놓기도 하고 불러들이기도 하는 안개 사나이라고 소개한 할아버지는 핀과 카라에게 자신이 풀어 놓은 안개 때문에 길을 잃은 것이라며 내일 아침 집으로 돌아갈 때는 맑아질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섬

안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아이들에게 안개 사나이는 지구 안쪽 마그마가 끓어 오르는 구덩이로 바닷물을 흘러 보내 안개를 만든다며 아이들에게 그 광경을 직접 보여줍니다. 마법사 모습을 한 안개 사나이의 안개 제조법이 꽤 그럴싸하죠?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 방법과 오묘하고 환상적인 마법이 동시에 사용되는 느낌입니다.^^

오랜 시간 혼자 안개 섬을 지키며 살아온 안개 사나이는 지금은 사라진 아주 먼 옛날 말들로 노래를 부르곤 한대요. 핀과 카라는 안개섬 꼭대기에서 안개 사나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흠, 뭔가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던 분위기에 뜻밖의 흥겹고 따뜻한 반전이 재미있네요.

섬

안개 사나이가 건넨 고약한 맛이 나는 수프를 먹고 커다란 침대에서 잠이 들었던 핀과 카라는 다음날 아침 허물어진 돌담과 벽돌만 남아있는 곳에서 깨어났어요. 안개 사나이 역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는 그 곳에는 전날 밤 덮고 잤던 이불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 그릇 두 개만 남아 있었죠.

오누이는 안개가 걷히지 시작하자 타고 왔던 배를 띄워 집을 향해 나아갔어요.

섬

어쩌다 안개 섬까지 가게 되었지만 오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바다로 나가자 거센 바람이 불면서 성난 파도에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안개 사나이는 안개만 다스릴 뿐 바람이나 파도를 다스릴 수는 없는 모양인가 봐요.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핀은 노를 단단히 잡고 배를 저었고 카라는 쉬지 않고 배 밖으로 물을 퍼내며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집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다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 이웃 어부 아저씨들을 만납니다.

섬

가족의 곁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안개 섬에 있는 안개 사나이 이야기를 믿어 주지 않았어요. 그곳에 남겨진 수프 그릇과 이불을 찾아보러 안개 섬까지 배를 타고 갈 엄두를 내는 사람 역시 없었구요.

믿어주는 이도 없고 확인할 길도 없는 안개 섬에서의 이야기는 여동생 카라가 자신의 수프 그릇에서 안개 사나이의 머리카락과 똑같은 초록색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

1998년 아동 문학에 공로가 큰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인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토미 웅거러, 오늘 소개한 그림책 “섬”은 2013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다양한 작품 속에 반전 메세지와 평화의 메세지를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주었던 토미 웅거러는 이 그림책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상과 모험 이야기에 안개가 잦고 변덕스러워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아일랜드의 날씨 이야기를 결합해, 기묘하면서도 환상적인 그림과 잘 어우러지게 그려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부여해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있어요.

안개의 비밀을 품고 있는 안개 사나이가 살고 있는 “섬”, 그곳은 믿는 자에게만 보이고 믿는 자에게만 열리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