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2/17
■ 업데이트 : 2016/03/31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범블아디의 생일파티

(원제 : Bumble-Ardy)
글/그림 모리스 센닥 | 옮김 조동섭 | 시공주니어


‘범블아디의 생일파티’ 이야기 속으로…

재미있는 일이라면 눈살을 찌푸리며 싫어하는 범블아디의 가족들은 범블아디의 생일을 한번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범블아디가 여덟살이 되던 해에 가족 모두 게걸스레 먹고 살이 쪄 잡아먹히고 범블아디 홀로 남겨집니다.

착한 고모 애덜라인에게 입양이된 범블아디는 처음으로 생일 파티를 열게 됩니다. 애덜라인 고모는 범블아디의 생일 선물로 카우보이 의상을 선물해 주셨어요. 그런데 엉뚱한 범블아디는 고모 몰래 자신의 생일날 가면 무도회를 열기로 하고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냅니다.

고모가 일하러 간사이 친구들을 불러 한바탕 생일 파티를 벌이는 범블아디! 친구들과 음식을  마구 먹어대고  짠물을 마시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신나게 놀던 중, 범블아디의 생일에 함께 저녁을 먹으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애덜라인 고모에게 이 난장판 현장을 들키고 말지요.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썰어서 햄을 만들어 버리겠다고 외치는 고모! 두번 다시 파티 따위 없을거라면서 화가 잔뜩 난 고모 앞에서 범블아디는 잔뜩 풀이 죽어 절대로 열살이 되지 않겠다며 울먹이자 착한 고모는 범블아디를 용서하고 아홉 번씩 아홉 번 뽀뽀를 해 주며 화해를 합니다.

범블아디 그림 책 속 그림보는 재미

1. 모리스 센닥이 직접 그림 속에 써 넣은 글자 찾기, 다양하고 풍부한 분장의 가면무도회

이 그림책에는 마치 어린애가 그린듯한 느낌으로 그려진 모리스 센닥 특유의 희화적 화풍이 담겨 있어요. 수채 물감, 색연필, 연필로 그려진 그림, 풍부하고 다양한 표정들과 동작들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범블아디의 생일파티에 온 돼지들이 가면으로 분장한 장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가면 뒤 숨겨진 돼지들의 모습, 각각의 돼지들이 어떤 분장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마음 속에 늘 여덟살 짜리 어린 소년을 품고 살았다는 모리스 센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림들이예요.

또 모리스 센닥이 직접 쓴 글자들이 마치 그림처럼 그림 속에 숨어있습니다. 번역본은 텍스트가 한글로 바뀐 것도 많지만 눈 크게 뜨고 찾아보면, 원본을 그대로 살려서 들어간 경우도 있으니 세세히 살펴 보세요.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2. 범블아디의 아홉 살 생일을 강조 한 숫자 ‘9’

범블아디의 아홉 살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숫자 ‘9’가 여러번 강조 되어 나오는데…

  •  친구 초대 시간 : 아홉시 십 분
  •  고모가 일하러 나가는 시간 : 아홉시 일분
  • ‘범블아디, 900세까지 살아!’라고 쓴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
  • 고모가 돌아온 시간 : 아홉시 삼십 분
  • 화가 난 고모가 돼지들을 쫓아 낼 때 ‘아홉까지만 셀거야! 그 전에 당장 나가!’라고 소리 친 부분
  • 고모가 범블아디를 용서해 주면서 아홉 번씩 아홉 번 뽀뽀해 준 것

또한 그림 속에도 숫자 ‘9’를 다양한 언어로 써 놓았습니다.

 ‘NEUF’(프랑스어), ‘NUEVE’(스페인어), ‘NOVE’(이탈리아어), ‘NEGEN’(네덜란드어), ‘ENNEA’(고대 그리스어),  ‘AeBRTb’(러시아어)로 쓰여져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아홉’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3. 파티의 정점에서 전체그림 화법 등장

파티의 정점에서 모리스센닥 특유의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한 전체그림 화법이 등장합니다. 센닥은 이 장면을 표현하는데에 무려 여섯 페이지나 할당함으로써 범블아디가 자신이 직접 제안해서 만든 파티가 얼마나 즐겁고 흥겨운지를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모리스 센닥은 자신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맥스가 상상의 세계에서 괴물들과 파티를 벌이는 장면에서도 화면 전체를 글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했구요. “깊은 밤 부엌에서”에도 미키가 반죽 비행기를 타고 우유병 꼭대기에 이르는 순간을 가장자리 여백까지 모두 없애고 그림으로만 가득 채움으로써 환상 세계 속에서의 성취감과 해방감을 풀어 헤치 듯이 그려냈습니다.

고모 몰래 여는 가면 무도회의 파티 장면에서도 글 없이 그림으로만 화면을 꽉 채워줌으로써 그림 전체에서 느껴지는 파티의 시끌시끌하고 흥겨움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까지 느껴지도록 표현했습니다.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어른과 아이 사이… 모리스 센닥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모리스 센닥이 이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른 몰래 파티를 열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 범블아디의 모습도 놀랍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고모가 생일 파티에 초대된 범블아디의 친구들에게 ‘ 썩 꺼지라고, 이 돼지들아! 안그러면 썰어서 햄을 만들어 버릴테다!’ 라며 다소 격하게 야단 치는 장면도 놀라운 장면입니다. (그래도 범블아디 생일인데…너무 하네, 고모! 착한 거 맞아?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죠 ^^)

잘 해주고 싶지만 아이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어른의 마음과 간섭 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솔직한 마음을 그림책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 해결점을 찾고 사랑을 확인하는 상황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입양을 통해 막 형성된 새로운 가족 관계인 범블아디와 고모 역시 아직은 서투르고 서로를 잘 알 수 없었을테니까요. 모리스 센닥은 이런 미묘한 심리를 그림책을 통해 풀어 낸 듯 합니다.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착한 아이와 착한 고모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철부지 범블아디 캐릭터를 통해 고모와 범블아디의 갈등을 극대화 시키고 그 갈등의 정점에서 화해를 하면서 서투르게 시작되는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나갔지요.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범블아디의 모습 속에서 마치 혼날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 즐거움을 어찌 할 줄 몰라 끝내 일을 저지르고야 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웃음이 나고, 수많은 육아서나 교육강좌를 들으면서 아이 마음 읽기, 대화법등을 공부하면서도 아이들의 실수 앞에서 꽥 소리부터 지르고 마는 엄마의 모습이 보여서 친근했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성장해 온 것 처럼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철부지지만 표현하고 갈등하고  실수하고 그리고 조율하면서 조금씩 성장을 해 나가겠지요.

범블아디의 생일파티 탄생 그  뒷 이야기

모리스 센닥은 1970년대 세서미 스트리트에 만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범블아디라는 캐릭터가 나온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 속 범블아디는 소년의 모습으로  등장해요.  엄마가 일하러 간 사이 돼지들을 초대해 난장판을 벌이고  그만 엄마에게 들키고 말죠. 소년이 돼지로 등장한 것과 엄마가 고모가 된 상황만 바뀌었을 뿐 거의 유사한 내용입니다. 아래 영상에서 그 모습을 확인 해 보세요.

재미 있는것은 모리스 센닥이 자신의 생일을 자신의 독자들에게 살짝 공개했다는 사실입니다.  범블아디의 생일이 바로 모리스 센닥의 생일이예요.  1928년 6월 10일에 태어났던 모리스 센닥은  2012년 5월 8일 84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2013년 6월 10일 모리스 센닥의 85세 생일에 그를 기려 Google Doodles에서는 그의 작품들을 기념했었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유투브로 한번 보세요.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글과 그림을 모두 직접 작업한 대표작들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가 등장합니다.

모리스 센닥 85세 생일 기념 구글 두들 보기

※ 구글 두들(Google Doodle): 그 날짜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 기념일 등을 이용해 구글 로고를 장식하는 것.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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