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놀이

그림자놀이

글/그림 이수지 | 비룡소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1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201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인 “그림자놀이”“파도야 놀자”, “거울속으로” 와 함께 책의 접히는 부분인 제본선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의미로 ‘경계 그림책 삼부작’으로 불리는 그림책 중 세번째 그림책입니다. “파도와 놀자”“거울 속으로”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좌우 대칭으로 보여준다면 “그림자놀이”는 상하 대칭으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책이 독특하게 위쪽으로 열리게 구성되었어요.

그림책 표지를 넘기면 까만 면지 위에 쓰인 ‘딸깍!’이란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딸깍’ 소리는 불을 켜는 소리였어요. 자전거, 사다리, 청소기, 상자, 빗자루 등 잡동사니 가득한 이곳은 아마도 창고인 모양이에요. 불이 켜지자 그림책의 접히는 면을 중심으로 위 아래가 정확히 대칭이 되어 아래쪽에 사물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그림자놀이

즐거운 그림자놀이, 아이는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자놀이가 꽤나 즐거운가 봐요. 춤도 추어보았다 두 손바닥을 나란히 붙여 새 모양도 만들었죠. 팔랑팔랑팔랑…… 새 모양 그림자 주변 색상이 노오랗게 물드는가 싶더니…

그림자놀이

아이 그림자 손 끝에서 새 한마리가 태어났어요. 진짜 아이에게는 없는 새가 말이죠. 그 뿐이 아닙니다. 뭔가 좀 이상해 보이는 그림자의 세계, 자전거 바퀴가 있던 자리에 달 그림자가 나란히 생겨났고, 청소기 옆 빗자루 그림자도 모양이 변했어요. 환상의 세계에 있던 그림자들이 저마다 스스로 변신을 시작한 것이죠. 변신을 시작한 그림자 주변은 노란색으로 주변이 빛나기 시작해요. 노란색은 빛의 색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이구요. 그림자 주변의 노란색은 스스로 변신하는 그림자 가지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 보입니다.

그림자놀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현실의 물건들은 차츰 사라져가고 환상 세계에 속한 그림자는 각각 독립된 모양으로 변해갑니다. 현실 세계의 그림자를 닮긴했지만 조금은 다른 모양으로 말이죠. 빛의 속임수로 진짜와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현실 세계에 없는 그림자들이 생겨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아이의 상상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급기야 그림자 세상에만 속해있던 새가 어느새 경계면을 넘어 아이가 있는 현실 세계로 들어왔어요. 밑창이 떨어진 부츠의 그림자가 변형되어 생긴 늑대를 피해 달아난 거예요. 이제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세상에서 생겨난 늑대도 새를 쫓아 아이가 있는 현실 세계로 들어왔어요. 늑대가 펄쩍 뛰어 오르자 이제껏 흥겨웠던 분위기가 깨어졌습니다. 아이도 그림자들도 모두 깜짝 놀랐죠. 아이는 재빨리 그림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림자 세상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어요.

그림자놀이

그러자 현실 세계에서 홀로 외톨이가 된 늑대가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립니다. 노랗고 까만 울음을 쏟아내는 늑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좀 전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홀로 남은 어린 아이같아 딱해보이기까지 하네요. 이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그림자 세계의 친구들이 현실 세계로 쏘옥 고개를 내밀었어요.

그림자놀이

아이와 늑대는 손을 잡고 신나게 춤을 춥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 친구가 되어 벌이는 한바탕 신나는 놀이 시간! 현실도 상상도 모두 노란색으로 환하게 물들었습니다.

이렇게 신나는 순간, ‘저녁 먹자!’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모든 것이 정지됩니다. (엄마의 ‘저녁 먹자’는 참 강력한 주문이죠. 마녀에게 잡혀가더라도 엄마가 저녁 먹자고 부르면 마법이 바로 봉인 해제 될것 같은 느낌!^^)

그림자놀이

그림자도 아이도 모두 제자리, 한바탕 즐겁게 놀았으니 밝은 얼굴로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흠, 그런데 너무 신나게 놀았는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던 창고의 물건들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네요. 무채색이었던 소녀의 원피스에는 노란물이 들었구요.  (“파도야 놀자”의 마무리가 생각나는 군요. 파도와 신나게 놀고나자 푸른 물이 든 아이의 원피스 기억하시나요?)

‘딸깍!’ 그림자와 인사를 나눈 소녀가 불을 껐어요. 창고 안은 다시 어둠과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이제 즐거운 무대는 어둠과 함께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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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시후 다시 들려온 소리 ‘딸깍!’소리, 그런데 아이가 불을 켤때와 반대의 위치에 글자가 나타났어요. 글자의 색상도 노란색으로 바뀌었구요. 이번엔 그림자들이 놀던 환상의 세계에서 불이 켜졌습니다. 이제 진짜 그림자들이 벌이는 그림자 놀이가 시작되는 거겠죠? ^^

한바탕 축제처럼 즐겁고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을 담고 있는 “그림자 놀이”는 현실만이 상상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도 현실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상상의 세계를 통해 답답한 현실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고 정감있게 담아낸 ‘경계 삼부작’은 읽을 때마다 각각 고유의 스토리를 가진 책들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지니고 스스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책들은 책을 탁 덮는 순간, 책 속에서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지… 그 즐거운 상상에 웃게 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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