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돼지 세 마리

아기 돼지 세 마리

(원제 : The Three Pigs)
글/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옮김 이옥용 | 마루벌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데이비드 위즈너의 “아기 돼지 세마리”는 잘 알려져 있는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패러디한 그림책으로 2002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도 막내 돼지의 생존전략과 그 지혜만큼은 변치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옛이야기 “아기 돼지 삼형제”를 상상력의 대가 데이비드 위즈너는 재밌고도 놀라운 이야기로 변형시켰습니다.

아기 돼지 세 마리

세상으로 나가 각자 자신의 집을 짓고 살기로 한 아기 돼지 세 마리를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늑대는 옛이야기 그대로 제일 먼저 첫째 돼지의 집으로 찾아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초가집을 날려 버립니다. 그런데 늑대의 입바람에 초가집뿐 아니라 아기 돼지도 날아가버렸어요. 어디로? 그림책 바깥으로요. 현실의 경계를 넘어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 것이죠. ‘아기 돼지를 꿀꺽 먹어버렸어요’라는 책 속 이야기와 달리 돼지가 사라져 당황스러워하는 늑대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아기 돼지 세 마리

늑대는 차례대로 둘째, 셋째 돼지네 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모두 첫째를 따라 그림책 밖으로 도망친 뒤였어요.

평면의 2차원 그림이었던 그림책 속 아기 돼지들이 책 밖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3차원의 입체 그림으로 변합니다. 책 속 네모난 틀에 갇혀있는 늑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말이죠. 또 그림책 속에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했던 아기 돼지들은 책 밖에서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면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전개해 나가는 존재로 변신을 합니다.

아기 돼지 세 마리

늑대가 나오는 페이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타고 날아 올라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기 돼지들, 불어오는 바람을 상쾌하게 맞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표정들이 참 재미있네요. 귀가 꼿꼿하게 선 돼지가 첫째, 귀가 늘어진 돼지가 둘째, 귀가 앞으로 쭉 뻗친 검정 돼지가 셋째 돼지입니다.

아기 돼지들이 첫번 째로 찾아간 곳은 마더구스를 대표하는 “Hey Diddle Diddle”이 담긴 그림책 속. 평화로운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책 밖으로 나올 때 그곳에 살던 바이올린 켜는 고양이도 그들을 따라 책 밖으로 나왔어요.

아기 돼지 세 마리

아기 돼지 세 마리는 황금 장미를 지키는 커다란 용이 살고 있는 동화 속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이들은 황금 장미를 빼앗으러 온 왕자에게 죽을 뻔한 용을 데리고 다시 이야기 밖으로 나옵니다.

아기돼지들 덕분에 무사하게 된 용은 고맙다 인사를 했죠. 책 속에서 용을 찾아온 왕자가 당황하고 있는 배경그림이 기발합니다. 마치 좀전의 늑대와 같은 상황이군요. ^^

아기 돼지 세 마리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아기 돼지와 용은 이야기 밖으로 나온 바이올린을 켜는 고양이가 제안한 그림을 들여다 봅니다. 그곳은…… 그림책 속에서 셋째 돼지가 지은 튼튼한 벽돌집이었어요. 다들 그 집을 마음에 들어했어요.

아기 돼지 세 마리

책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림들을 차례차례 세웠어요. 구겨졌던 늑대 그림을 펴서 세우고 있는데 창밖에서 늑대가 문을 두드립니다.

늑대가 나타나 문을 두드리며 말했어요.
“아기돼지야, 아기돼지야, 나 좀 들여보내 줘.”

아기돼지가 대답했어요.
“안 돼, 안 돼. 절-절-절대로.”

늑대가 말했어요. “그럼 입으로 훅 불어서 네 집을 폭삭 주저앉게 만들 테다.”

아기 돼지 세 마리

하지만 이제 벽돌집에 살고 있는 건 예전의 나약한 아기 돼지들만이 아니죠. 문을 열고 나온 커다란 용때문에 놀라 뒤로 벌렁 나자빠진 늑대… (거봐, 아까 아기 돼지가 그랬잖아. 절-절-절대로 안 된다고……^^)  아기 돼지들과 고양이와 용은 엉망이 된 이야기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글자들을 바구니에 담았어요.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2차원 세계와 3차원의 세계를 넘나들며 패러디 그림책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아기돼지 세 마리”는 초현실적 그림과 탄탄한 구조를 가진 환상적인 이야기가 만나 이야기의 세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여섯 번이나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을 읽어보면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감이 느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림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책임감과 사랑까지 책 속에 오롯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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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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