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책표지 : Daum 책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원제 : Le Noël de Marguerite)
인디아 데자르댕 | 그림 파스칼 블랑셰 | 옮김 이정주 | 시공주니어

※ 2014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던 마르게리트 할머니를 찾아온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묵직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마르게리트 고댕 할머니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늘 집 안에서 홀로 지냈어요. 크리스마스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할머니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에게서 버림 받은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자 더 이상 크리스마스 장식 하는 것도, 가족들을 초대해 맛난 요리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것도 그만 두게 되었어요. 스스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할머니를 가족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이죠. 할머니 뒤로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할머니의 고독과 쓸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60년을 함께 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단짝 친구와 할머니의 오빠, 이웃 친구들…… 할머니 삶의 한 부분이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이제 할머니 차례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이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곳곳에 추억이 어려있는 익숙한 집 안과 달리 바깥 세상은 온통 위험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매주 냉동 식품을 배달 시키고 미용사며 가정부, 간호사를 집으로 불러 필요한 일을 모두 집 안에서 해결했어요. 외출도 하고 운동을 해야 더 건강해 진다고 의사가 조언했지만 할머니는 거실과 부엌 사이를 더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대신했지요.

죽음에 대한 지나친 공포로 스스로 벽을 쌓은 채 집 안에서만 지내는 할머니의 삶은 마치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안전하긴 하지만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스노우볼 속 세상을 닮아 보입니다.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지난 몇 년 동안의 크리스마스와 똑같았어요. 이웃들이 엿보지 않게 커튼을 치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된 냉동 도시락을 데우고 와인 병도 땄죠. 그렇게 할머니만의 크리스마스 저녁 준비를 막 마친 순간……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할머니 집의 벨이 울렸죠. 불길한 생각에 휩싸인 채 커튼을 살짝 열고 밖을 살펴보니 눈더미에 박힌 차 한대가 보였어요. 차 안에는 여자와 아이 두 명이 있었고 할머니 집 현관 앞에 두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한남자가 서있었어요. 두려웠지만 문을 열고 견인차를 부를 수 있도록 전화기를 빌려주었던 할머니는 고장난 차 안에서 견인차를 기다리면서 선물을 주고 받으며 행복해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화장실이 급해 다시 벨을 누른 아이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할머니는 그들이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할머니는 보고 있던 영화가 점점 재미없어지고 자꾸만 고장난 차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마음이 쓰였거든요.

고장난 차 안에서도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어떤 순간에서든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새삼 할머니 가슴에 와닿았던 것일까요? 할머니는 그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해주고픈 마음에 음식을 준비해 용기를 내서 문 밖으로 나갔어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어렵사리 밖으로 나간 할머니가 본 것은 때마침 견인차가 와서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이었어요. 오랜만에 살갗을 간질이는 추위를 느끼며 할머니는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장작 할머니가 두려워 한 것은 삶이었어요.

눈밭을 헤치고 달리는 자동차가 이제부터 달라질 할머니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죽음을 두려워 하느라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누리지 못했음을 알게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삶은 더 이상 고독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할머니에게 고장난 차 안에 있는 가족은 어쩌면 여전히 궁금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세상과 같은 존재입니다. 늙고 노쇠해 예전같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할머니의 마음 이면에는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있었겠죠. 우연한 계기로 할머니 집 벨을 누른 가족들에 의해 집 밖으로 나오게 된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삶이란 때론 도움을 주기도 하고  때론 받기도 하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셨을 거예요.

주변을 향한 작은 관심, 따뜻한 말 한마디만으로도 세상을 바꾸고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에는 삶의 의미를 세련된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과 함께 세상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담겨있습니다.

넘치고 모자랐던 부분을 이리저리 재어보고 보듬어가며 일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몸도 마음도 바빠집니다.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바쁘게 지나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도 잊지 말아야 겠네요.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즐거운 것이며 행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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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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