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책표지 : Daum 책
어디에 있을까?

글/그림 이재희 | 시공주니어


그림책 “어디에 있을까?”의 알록달록 예쁜 책표지를 보며 길고양이나 유기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과연 그럴지 어디 한 번 볼까요?

오늘 아침 글짓기 상으로 연필을 받았다.
입학식 때 엄마도 연필을 사 주셨는데.
매일 아침 곱게 깎아 주셨던 연필인데.
그 연필,
어디에 있을까?

초등학교 다닐 적에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서 연필이며 지우개 같은 학용품들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었죠. 또 우리 어릴 땐 선생님께서 연필이며 공책을 상으로 참 많이 주셨더랬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성스레 깎아서 필통에 고이 모셔뒀던 새 연필들은 늘 종적이 묘연해지곤 했었다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법한 어릴 적 추억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연필, 정말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요? ^^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잃어버린 연필들은 숲 속 다람쥐들의 뱃놀이를 위한 뗏목으로 변신해 있었네요. 그저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졌겠거니 했던 내 어릴 적 연필들이 이렇게 멋진 뗏목이 되어 있다니!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형형색색 예쁜 그림 덕분에 우리의 지난 날의 작은 건망증이 화려한 판타지로 되살아났습니다.

어디에 있을까?

친구들과 사이 좋게 나눠 걸기로 한 동글동글 반짝이는 목걸이. 절대 잃어버리지 않기로 약속도 했는데… 친구들과 약속하는 순간만큼이야 세상에서 더 없이 소중한 목걸이지만 우리 꼬마 아가씨들의 사랑땜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요?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돌아다니거나 엄마 따라 다니다보면 맘에 쏙 드는 리본이나 머리끈이며 팔찌가 어디 한두 가지라야 말이죠. ^^

다람쥐가 타고 시냇물을 건너던 연필 뗏목이 마음에 쏙 들었던 분이라면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겠죠? 친구들과 절대 잃어버리지 않기로 약속했던 그 목걸이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에 있을까?

새 팔찌며 머리핀 덕분에 꼬마 아가씨가 까맣게 잊어버린 목걸이는 부지런한 일개미들이 한 알 한 알 짊어지고 어디론가 열심히 나르고 있습니다. 여왕개미에게 바치려는 걸까요? 제 생각엔 저렇게 열심히 날라다 예쁜 목걸이가 필요한 친구에게 살짝 선물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디에 있을까?

생일에 아빠가 사 준 내 빨간색 필통은 개구리와 올챙이들의 멋진 워터파크로 변신했고, 내 빨간색 크레파스는 비둘기들이 가져다 자신들의 둥지를 예쁘게 단장중입니다. 찰찰찰 소리가 좋아 매일 손에 들고 다니던 탬버린은 토끼들의 신나는 트램플린으로 바뀌어 있고, 언니랑 공원에서 해 저물 때까지 탔던 인라인스케이트는 생쥐들이 타고서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그림책 “어디에 있을까?”는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떠올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그 물건들이 뜻밖의 용도로 아주 멋지게 쓰여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가 이끄는대로 즐거운 상상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어디에 있을까?

오늘 아침, 우산 챙기는 걸 깜박했다.
비 오는 날이면 항상 분홍색 우산을 챙겨 나왔는데.
신발장에 넣어 둔 분홍색 우산이 언젠가부터 안 보인다.

내 분홍색 우산,
어디에 있을까?

비온다고 해서 우산 챙겨가면 언제나 햇볕이 쨍쨍, 반짝이는 아침 햇살만 믿고 빈손으로 나서면 꼭 하교길에 비가 쏟아지곤 하죠. 학교 현관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그냥 비 맞고 뛰어 갈지 아니면 그치길 기다릴지 망설이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리는 빗물에 손을 적시며 멍하게 되곤 하지 않았나요? 그림 속 저 소녀처럼 말입니다.

그나저나 소녀의 분홍색 우산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에 있을까?

토도독 톡톡

분홍색 바탕에 흰색 땡땡이 무늬 우산 아래서 토도독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천진난만한 눈망울의 고양이들. 소녀가 잃어버린 예쁜 분홍색 우산은 새끼 고양이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있었네요.

단순한 구성의 그림책 “어디에 있을까?”. 작가의 잃어버린 물건들에 대한 엉뚱한 상상은 아이들에게는 호기심 가득한 재미를, 그리고 우리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주 멋진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쏙 드는 점은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쓰여지고 있다는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전해준다는 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어릴 적 잃어버린 물건이 뜻밖의 곳에서 소중하게 쓰여지고 있는 것처럼 내 지나온 삶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과 인연으로 간직되어 있을까…… 그런 삶을 살아야 할텐데…… 뭐 이런 생각 말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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