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이제 곧

이제 곧 이제 곧

오카다 고 | 그림 오카다 치아키 | 옮김 김소연 | 천개의바람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숲은 조용히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숲 속에는 토끼 가족이 살고 있지요.
토끼 형제 중 막내 보보는
봄이 어떤지 아직 잘 모릅니다.

한 번도 봄을 본 적 없는 막내 보보에게 봄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제 곧 이제 곧

맨날 먹는 토토리 말고 다른 것을 먹고싶다는 아기 토끼들의 불평에 엄마는 이제 곧 봄이 오면 맛있는 걸 많이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도토리 수프를 바라 보며 볼이 퉁퉁, 눈이 찌푸러진 아기 토끼들의 표정이 너무너무 귀엽네요.^^ 높은 아기 의자에 앉아 자신의 스프를 기다리는 막내 토끼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엄마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밖 풍경을 보니 겨울이 한창인데 엄마가 말씀하신 ‘이제 곧’은 언제쯤일까요?

이제 곧 이제 곧

아직 어려서 형들처럼 폴짝폴짝 뛰어 높은 가지 위로 올라갈 수 없는 막내 보보는 형들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나무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형들이 말했어요. 이제 곧 봄이 올거라구요.

“봄이 오는 건 어떤 거야? 이제 곧은 언제야?”

이렇게나 겨울이 한참인데 이제 곧 봄이 온다니 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보보는 궁금한 것 투성이입니다. 봄이 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걸까? 이제 곧은 얼만큼의 시간일까? 왜 모두들 봄을 기다리는 걸까?

이제 곧 이제 곧

엄마는 봄이 어떤 건지 궁금한 보보를 안고 자상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이제 곧 봄이 오면 보보도 더 높이 뛸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높은 가지에 올라가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구요.

“봄이 뭐야? 어떤 건데?”
“봄이 오면 눈이 녹고
새잎이 나고, 초록색이 가득해져.”
엄마는 따뜻한 코코아를 따라 주며 말했지요.
“봄은 아주 따뜻하단다.”

창밖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안겨 보보도 창밖을 바라봅니다. 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이제 곧 이제 곧

다음날 커다란 발소리에 아침 일찍 깨어난 보보는 발소리가 봄이 오는 소리라 생각해 홀로 집 밖으로 나가보았어요. 보보 홀로 봄을 만나러 나서는 눈 쌓인 새벽 숲 속 길이 참 포근해 보이네요. 적막한 산 속, 가지가 휘도록 눈이 잔뜩 쌓였지만 아기 토끼의 앙증맞은 발자국을 함께 따라가면 왠지 봄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제 곧 이제 곧

한참을 걷던 보보는 보기만 해도 와아~ 소리가 날 만큼 아주 아주 커다란 곰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가 봄이에요?”

곰 아저씨는 그저 말 없이 빙그레 웃으며 보보를 들어 나뭇가지 위에 올려주었어요.

하얗고 포근한 겨울 풍경만큼이나 푸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곰 아저씨의 모습입니다. 절제된 색상이 빚어내는 하얗고 푸른 풍경 속에 커다란 곰과 이제 세상을 하나둘 배워가는 어린 토끼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한층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제 곧 이제 곧

나무 위에서는 숲 너머 반짝이는 바다가 보였어요. 눈이 녹은 건너편 땅은 연한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죠. 보보는 엄마가 말한 봄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어요. 건너편 땅에 봄이 찾아왔듯이 보보가 사는 이곳에도 이제 곧 봄이 찾아 올 것입니다.

곰 아저씨는 이제 곧 따뜻해지는 이곳을 떠나 더 먼 곳으로 떠난다며 보보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또 올거라는 곰 아저씨에게 보보는 말합니다. 이제 곧 자라면 자신은 더 높이 뛸 수 있게 될 거라구요. 그때쯤이면 보보도 혼자 힘으로 높은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봄이 언제쯤 오는지 직접 확인 할 수 있겠죠.^^

곰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나눈 보보는 집으로 달려가며 신나게 외칩니다.

“엄마, 나 봄을 만났어요!”

“이제 곧 이제 곧”을 처음 만난 것은 겨울 추위가 한참이었던 지난 1월이었어요. 그림책 가득한 서정적인 숲 속의 겨울 풍경과 함께 아기 토끼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정겨운 봄 이야기가 건네주는 그림책의 따사로운 온기를 잊을 수가 없네요. 보보에게 봄을 이야기해주는 엄마의 따뜻한 품, 처음 만난 토끼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는 봄 햇살 같은 곰아저씨의 마음과 동심 가득한 아기 토끼의 눈으로 색다른 봄 이야기를 선물한 그림책입니다.

오가는 계절 속에 새봄같이 파릇파릇하던 아이들이 자라나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어른이 됩니다. 어른들이 만든 행복한 세상 속에서 또 아이들이 자라나구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세상 모든 것이 순환합니다. 한 계절이 물러나고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2월의 끝자락, 연초록 봄향기가 몹시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오겠죠?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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