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놀자

나랑 같이 놀자

(원제 : Play With Me)
글/그림 마리 홀 에츠 | 옮김 양은영 | 시공주니어

※ 1956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노란 색상의 그림책 표지가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1956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나랑 같이 놀자”는 단순한 묘사 속에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마리 홀 에츠의 작품입니다.

나랑 같이 놀자

따뜻한 햇살 아래 들판으로 놀러 나간 아이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풀잎에 붙어있는 메뚜기였어요. 반가운 마음에 아이가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메뚜기야, 나하고 놀래?”

아이가 메뚜기를 붙잡으려 하자 메뚜기는 톡톡 튀어 달아나 버렸어요.

나랑 같이 놀자

숲속에서 아이는 개구리도 만나고 연못가에서 볕을 쬐고 있는 거북이도 만나고 떡갈나무 아래 있던 다람쥐도 만납니다. 그 때마다 ‘나하고 놀자’며 아이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지만 모두들 처음 만났던 메뚜기처럼 쪼르르 도망쳐 버렸어요.

혼자인 아이 주변에 머무는 것은 오직 햇님 뿐입니다. 처음부터 줄곧 아이를 따라와 따뜻한 햇살을 비춰주고 있는 햇님의 모습이 마치 아이 혼자 내보내기 못 미더워 살금살금 따라와 지켜보고 있는 엄마 아빠 모습 같아요. 아이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있는데도 그림책의 전체 분위기가 아련하면서도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과는 별개로 간절하게 친구가 필요한 아이의 모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랑 같이 놀자

아무도, 아무도, 나랑 놀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민들레 줄기를 뽑아, 입김으로 ‘후우-‘하고 씨를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연못가로 가서 바위 위에 앉았어요.
벌레 한 마리가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자신과 놀려고 하지 않자 의기소침해진 아이는 민들레 홀씨를 후 불고는 연못가 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친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을 뿐인데 모두들 달아나기만 하니 아이 모습이 영 딱해보이네요.

나랑 같이 놀자

그런데 다가갈 때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갔던 숲 속 친구들이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자 살며시 다시 나타났어요. 도망쳤던 메뚜기도 개구리도 거북이도 원래 있었던 장소로 돌아왔어요. 어느새 아이를 피해 달아났던 동물들이 모두아이 주변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잠시 후 천천히 다가온 사슴은 아이의 뺨을 핥아주었어요. 아이는 사슴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움직이지도 앉고 소리도 내지 않았어요.

아이, 좋아라. 정말 행복해!
모두들, 모두들, 나하고 놀아 주니까.

행복해진 아이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도 행복해지네요. 친구가 된 이들 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햇님처럼 아이를 바라보는 이들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생긴 다는 것,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생겨 행복해지는 것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이죠.

“나랑 같이 놀자”는 글과 그림 모두 단순함의 미덕을 갖춘 그림책입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눈에 띄는 작은 곤충과 동물들에게 다가가며 ‘나랑 같이 놀자’고 하는 부분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리듬감을 타고 안정감 있게 전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흑백의 그림에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한 마리 홀 에츠의 다른 그림책들처럼 이 책 역시 펜으로 그린 흑백의 기본 그림에 노란색을 사용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했어요. 이야기와 그림은 단순한 구조지만 아이의 심리는 섬세하고 세심하게 그려냈습니다.

때로는 상대가 마음을 열고 다가 올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며 서로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그림책 “나랑 같이 놀자”,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첫 만남의 과정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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