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콜릿

아프리카 초콜릿

글/그림 장선환 | 창비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아프리카 초콜릿”은 커다란 판형에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끄는 그림책입니다. 달콤한 맛에 빠져 행복하게 웃고 있는 치타의 모습에 함께 웃으며 그림책을 열어봅니다.

초원의 파수꾼 미어캣 무리들이 놀란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속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기 미어캣은 겁에 질려 엄마 품에 안겨 있고 어른 미어캣들은 뭔가에 놀란 채 궁금함 가득한 표정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오늘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아프리카 초콜릿

두두두두 다다다다 동물들의 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다급하게 도망치고 있는 동물들 뒤로 이들을 쫓아가는 지프차에 탄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어이, 잠깐만!”이라구요.

아프리카 초콜릿

붕~ 동물들과 이들을 쫓는 사람들이 사라진 뒤에 남겨진 요상한 물건 하나, 붉은코끼리땃쥐(이름이 독특하고 귀엽죠?)가 뾰족한 코를 들이대며 ‘킁킁’ 냄새를 맡아 봅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너무 귀엽네요.^^

아프리카 초콜릿

하지만 붉은코끼리땃쥐는 초콜릿을 제대로 맛보기도 전 키가 큰 기린에게 빼앗겨 버렸어요. 아껴놓고 몰래 먹으려던 간식을 큰 형에게 빼앗겨 놀란 막내 같은 표정을 짓는 땃쥐, 무심한 표정으로 조그만 붉은코끼리땃쥐의 초콜릿을 쏙~ 강탈해 간 기린. 하지만 키 큰 기린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 초콜릿

이곳은 다양한 재주를 가진 온갖 동물들이 모여 사는 아프리카인걸요. 기린이 붉은코끼리땃쥐에게서 가로챈 초콜릿은 또다시 재빠른 원숭이에게, 힘센 사자에게, 그리고 작고 날쌘 도마뱀, 힘좋은 멧돼지, 발빠른 치타에게로 계속 옮겨갑니다. 난생 처음 보는 초콜릿을 두고 아프리카 초원의 끝없는 쟁탈전이 이어집니다.

초콜릿을 가로채고 기뻐하는 표정과  빼앗기고 낙담하는 동물들이 표정이 책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연속으로 이어져 나갑니다. 그 와중에 동물들에서 동물들로 이동하며 초콜릿 부스러기가 동물 주변에 콩알 만큼씩(아니 코딱지만큼^^) 떨어지고 녹으면서 초콜릿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아프리카 초콜릿

이곳에서는 커다란 키도, 재빠른 몸짓도,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도, 날카로운 이빨도 소용없네요. 한순간의 기회포착만이 살 길!이죠.^^

사라진 초콜릿을 아쉬워하며 동물들은 조금은 뚱~한 표정으로 무심코 남은 초콜릿 부스러기를 핥아 먹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프리카 초콜릿

이제까지 맛 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달콤함을 맛 본 동물들의 눈이 번쩍 뜨입니다. 오~ 환상적인 초콜릿의 맛! 이들이 다같이 한 말은 단 한 마디 ‘아!’였어요. ^^

아프리카 초콜릿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맛 보았으니 이대로 있을 수 있나요? 초콜릿을 향한 동물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두두두두 다다다다 처음 장면과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린 상황, 처음 도망칠 때 겁에 질렸던 모습은 사라지고 초콜릿을 향한 간절한 눈빛으로 달려가는 동물들과 혼비백산 도망치는 사람들 모습이 웃음을 불러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사람들이 떨어뜨리고 간 아주 작은 초콜릿 하나 때문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전체 스토리가 담고있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아주 잘 맞아떨어집니다. 쫓던 자가 쫓기는 자가 되고 쫓기는 자가 쫓는자가 되어버린 상황에 놓인 마지막 장면은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남겨주네요. 우리가 무심코 손대는 바람에 시작된 작은 변화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과 함께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까지도 말이죠.

동물들의 특징에 맞게 그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포착해 경쾌하면서도 시원하게 그려낸 그림과 의성어와 의태어로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상황을 표현한 이야기 속에 너무 무겁고 어렵지 않게 인간과 자연 사이 행복한 공존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아프리카 초콜릿”이었습니다.

※ 처음 초콜릿은 누구에게서 떨어진 것인지, 마지막으로 남은 초콜릿을 먹은 것은 누구인지 그림책을 읽으면서 꼼꼼하게 찾아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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