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온달 –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바보 온달 -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바보 온달

글/그림 홍영우 | 보리


2007년 “정신 없는 도깨비”를 시작으로 매년 두세 권씩 이어지던 보리출판사의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가 얼마전 “바보 온달” 출간으로 10년 만에 완간되었습니다.

앞서 출간된 열아홉 권이 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고 있거나 순박한 옛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들려주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바보 온달”은 나만의 꿈, 나만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우리의 옛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가가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는 바램이자 당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강 공주처럼 사람의 참된 모습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져라.

바보 온달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라.

라고 말입니다.

‘바보 온달’ 이야기야 긴 설명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진 않아서 오늘은 지난 10년간 홍영우 작가가 풀어낸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읽는 옛이야기
책표지 : 보리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20권)
  1. 정신 없는 도깨비
  2. 딸랑새
  3. 신기한 독
  4. 불씨 지킨 새색시
  5. 옹고집
  6. 생쥐 신랑
  7. 호랑이 뱃속 잔치
  8. 호랑 감투
  9. 사람으로 둔갑한 개와 닭
  10. 잉어 각시
  11. 조막이
  12. 재주 많은 일곱 쌍둥이
  13. 빨강 부채 파랑 부채
  14. 도깨비가 준 선물
  15. 토끼와 자라
  16. 흥부 놀부
  17. 도깨비 방망이
  18. 해와 달이 된 오누이
  19. 도사 전우치
  20. 바보 온달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는 “정신 없는 도깨비”“딸랑새”는 서정오 작가가 글을 쓰고 홍영우 작가가 그림을 맡았고, 세 번째 책인 “신기한 독”부터는 홍영우 작가가 쓰고 그렸습니다.

구성진 가락의 구어체로 풀어낸 우리 옛날 이야기

그런데 이 영감이 아무래도 수상해.
입을 벌리면 입 속이 뻘겋고,
말을 하면 천둥이 치는 것 같고,
웃으면 눈초리가 쑥 올라가는 거야.
가만히 보니 바짓부리로 얼룩덜룩한 꼬리가 삐죽이 나와 있네.
‘어이쿠, 내가 호랑이굴에 들어왔구나.’

“딸랑새” 중에서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짤막한 구어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소리내어 읽다 보면 저절로 이야기에 구성진 가락이 실려집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마다 조금씩 그 가락이 다를 수밖에 없고, 덕분에 아이들은 똑같은 이야기지만 엄마표 “도깨비 방망이”와 아빠표 “도깨비 방망이”의 각기 다른 재미를 맛 볼 수 있을 겁니다.

풍속화 풍의 친근함과 깊은 정이 묻어나는 그림

이 시리즈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홍영우 작가의 구수한 그림입니다. 엉성한 듯 하면서도 한 장면 한 장면 세심한 그의 그림은 굳이 글이 없어도 그림 속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위 그림은 꾀많은 소금 장수가 호랑이굴에서 슬기롭게 도망치는 이야기 “딸랑새”의 한 장면입니다. 집주인 영감이 호랑이가 둔갑한 것임을 눈치 챈 소금 장수는 잡아 먹힐까 무서워서 밤새 벌벌 떨고, 꼬리를 살짝 드러내놓은 호랑이는 소금장수가 이야기해 준 호랑이 꼬리만 먹고 산다는 딸랑새에게 자신의 꼬리를 물릴까봐 무서워서 벌벌 떠는 상황을 익살스럽게 그려냈습니다.(원본은 위 그림과 위 아래가 반대입니다. 위 그림은 소금 장수와 호랑이 영감의 표정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원본을 180도 뒤집었습니다.)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위 그림은 “호랑 감투”의 주인공 영감이 호랑 감투를 쓰고는 아무도 못보는 틈에 장터에서 돈도 내지 않고 제멋대로 엿이며 과일들을 집어 먹는 장면입니다(호랑이 수염과 털로 만든 감투를 쓰면 아무도 볼 수 없는 투명인간이 된다는군요). 장사치들이 온갖 먹거리와 물건들을 이고지고 나와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의 풍경은 고스란히 한 폭의 풍속화입니다.

홍영우 작가는 스무 권의 옛 이야기 그림책 속에 우리 선조들이 살아가던 순박한 모습을 정감있게 담아냈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심술궂은 영감이나 사나운 호랑이조차 친근한 우리 이웃의 모습입니다. 마음씨 착한 주인공을 괴롭힐 때면 살짝 얄밉다가도 결국엔 골탕을 먹고 지난 날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미워하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풀어지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본디 착하고 어진 성품을 타고 났음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탓이겠죠.

옛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와 교훈

스무 가지의 옛 이야기들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더 욕심내지 않아도 우리 삶은 행복할 수 있음을 미주알 고주알 재미난 옛날 이야기들을 통해 들려줍니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욕심을 내거나 남의 것을 탐내면 결국엔 탈이 날 수 밖에 없다고, 남에게 해코지를 하면 그 화가 결국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가르쳐 줍니다.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위 그림은 “조막이”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자식이 없던 노부부가 만년에 어렵게 얻은 아들 조막이(나이를 먹어도 더 자라지 않고 조막만해서 ‘조막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대요).

조막이는 아버지 어머니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아마 지금도 살고 있을걸.

조막만해서 사람 구실 제대로 하고 살아가기 어려울 것만 같은 조막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제 타고난만큼의 삶을 열심히 살아갔을 조막이, 소탈한 밥상을 앞에 두고 함께여서 행복한 조막이네 가족의 모습이야말로 작가가 꿈 꾸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 아닐까요?

아이와 함께 서점에 들러서 한 권 두 권 읽어보고 아이 맘에 쏙 드는 책들만 골라 오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책꽂이 한 켠에 스무 권 한번에 다 채운 뒤 두고두고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 우리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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