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나의 유령 친구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원제 : Leo : A Ghost Story)
맥 바넷 |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어린시절 딸아이를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어요. 엄마 눈에만 보이지 않는 친구……^^ 어떤 날은 퇴근한 아빠 손을 잡고 그 친구를 아파트 밖으로 배웅해주고 돌아온 적도 있었어요. 아빠와 함께 친구를 보내주고 돌아오는 길엔 어김없이 딸내미 손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죠. “레오, 나의 유령 친구”를 보자마자 그 시절 그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놀러오지 않았다는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요?(라고 썼지만 사실 그때 저는 살짝 무서워서 쫄곤 했어요. 😥  )

유쾌 발랄한 꼬마 유령 레오의 진정한 친구 찾기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지는 “레오, 나의 유령 친구”는 2015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입니다.

레오, 나의 유령 친구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이 곳은 레오가 사는 집입니다. 코끼리 장난감을 끌면서 스르륵~ 벽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가는 속표지 그림에 처음 등장하는 레오. 레오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요. 유령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에겐 보일거야.
레오는 유령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너에겐 보인다는 말이 책 밖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던 독자를 책 안으로 쑤욱 끌어들입니다.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의 문을 통과해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꼬마 유령이라면 왠지 장난기가 다분히 넘치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는데 레오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레오는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집도 아기자기하니 참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어요.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오랜시간 혼자 살았던 레오네 집에 어느 봄날 사람들이 이사를 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레오는 홍차를 끓이고 토스트를 구워 사람들 앞에 내놓았지만 이사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레오가 무섭기만 했어요. 그래서 이들은 유령을 몰아내겠다며 과학자, 목사, 심령술사를 불러왔죠.

자신이 환영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레오는 살던 집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레오, 나의 유령 친구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집 안에서만 지낸 탓에 레오가 알고 있던 곳은 몰라보게 바뀌어 버렸어요. 알아보는 이 아무도 없는 시내에서 여기저기 떠돌며 떠돌이 유령이 된 레오가 제인을 만난 곳은 낙서로 뒤덮인 길바닥을 지날 때였죠. 제인은 이제까지와의 사람들과는 좀 다른 면이 있었어요.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제인은 레오를 알아보았거든요.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레오와 놀이를 시작했어요. 레오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제인은 자신은 왕관을 쓰고 있다고 했고 보이지 않는 고양이와 멍멍이, 고양이, 새를 소개 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레오와 즐겁게 놀던 제인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부엌으로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엄마는 내 상상 친구들이 별로라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네가 멋지다고 생각해.”

자신을 처음으로 알아본 제인. 제인과 레오에게는 낙서를 좋아한다는 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만큼 상상력이 아주 풍부하다는 점 등에서 여러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인이 레오를 유령이 아닌 상상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자 레오의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제인도 레오가 유령인 걸 알면 달아날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제인의 집에서 제인이 챙겨준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던 레오는 그날 밤 도둑을 잡았어요. 소동이 마무리 되었을 때 제인은 자신의 상상 친구인 레오를 도둑이 왜 무서워했을지 의아했어요. 레오는 조금은 걱정스러웠지만 사실대로 이야기 했어요.

“나, 너한테 거짓말했어. 난 유령이야.
네 상상 친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안 할 거야.
나는 네 진짜 친구야.”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자신을 알아보는 친구를 만난 레오는 고민 끝에 자신은 유령이고 상상친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제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아! 그래? 그럼 더 좋지.”

아, 제인은 정말 쿨~한 소녀군요. ^^

이제 유령 레오에게는 자신을 진정으로 인정해 주고 좋아해 주는 진짜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건 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못마땅해하는 상상 친구가 아닌 진짜 친구가 생겼으니까요.^^

유령과 사람, 남자와 여자, 그리고 백인과 흑인이라는 인종적 차이까지 레오와 제인은 서로 다른 존재였지만 그들이 본 것은 다른점이 아닌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예술이란 진실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안다. 예술은 진실을 알게 해주는 거짓이거나 적어도 우리가 이해하도록 주어진 진실이다. 예술가는 거짓의 진실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 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 파블로 피카소

맥 바넷이 TED 강연(Why a good book is a secret door)에서 인용했던 말입니다. 거짓의 진실성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 시키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맥 바넷의 글솜씨는 늘 재미있으면서도 놀랍습니다. 푸른색과 검정색을 배경으로 그림 속에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그림은 맥 바넷의 꼬마 유령 레오 이야기를 환상적이면서도 아주 그럴싸하게 이끌어 줍니다.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생각이 잘 맞는다면 서로 다른 점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수 소녀 제인과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마음 속 비밀을 숨김 없이 털어 놓을 수 있는 용기있는 꼬마 유령 레오의 이야기를 통해 참된 우정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 “레오, 나의 유령 친구”였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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