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원제 : Roller Coaster)
글/그림 말라 프레이지 | 옮김 김주희 | PictureBookFactory(다산글방)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오늘 소개하는 “롤러코스터”는 칼데콧 명예상을 연속으로 두 번이나 수상한(2009년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2010년 “온 세상을 노래해”)  말라 프레이지가 직접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2003년 초판이 처음 나왔고, 국내에는 2016년 1월에 출간되었습니다.

롤러코스터,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죠? 우리 어릴 땐 롤러코스터 하면 청룡열차를 떠올렸었더랬습니다.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요즘은 그때보다 놀이공원이 많아진 탓에 롤러코스터도 종류가 다양하네요. T익스프레스, 은하철도888, 블랙홀2000, 아틀라스…. 등등. 여러분은 어떤 롤러코스터를 타보셨나요?

우리 딸아이랑 같이 탔던 제일 빠른 놀이기구는 에버랜드에서 탔던 후룸라이드였습니다. 네 살때 제 가슴에 안고 타서 엄마 아빠는 아주 신나게 탔는데… 영문도 모르고 탔던 딸아이가 하루종일 어찌나 짜증을 내던지… 아주 혼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롤러코스터를 탈만큼 키가 자랐을 때도 절대 타지 않으려고 해서 결국 후룸라이드가 우리 가족 마지막 롤러코스터가 되고 말았습니다(사실 후룸라이드는 롤러코스터라고 할 수도 없죠).

자, 그럼 말라 프레이지가 보여주는 짜릿한 롤러코스터 함께 타볼까요!

롤러코스터

어쩌면 롤러코스터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위 그림처럼 길다란 줄 속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때 아닐까요? 탈까 말까? 별일 없겠지? 괜찮을까? 정말 아무 일 없는 거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드나들고 망설임과 갈등에 휩싸인 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줄 그 자체가 우리 인생의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 저만 그런 걸까요?

롤러코스터는
한 번 타본 사람도~
두 번 쯤 타본 사람도~
아주 많이 타본 사람도 있어요.
물론~ 처음 타는 사람도 있겠지요?

길게 늘어진 줄 위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들려오는 나레이션, 그리고 거기에 저마다 ‘저요!’, ‘저요!’하고 대답하는 모습을 담아낸 그림이 재미납니다.

롤러코스터

줄 속에 선 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빨리 내 차례가 왔으면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내 차례가 영원히 안왔으면 싶기도 합니다. 신나게 울리는 함성 소리와 엄청난 스피드가 주는 두려움에 질린 채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한데 섞여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롤러코스터

앞사람에게 이끌리고 뒷사람에게 밀리며 조금씩 앞으로 가다 보면 늘 보이는 풍경입니다. 타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키재기 보드판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울상이 되어버린 아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속이 안좋아서… 뻔한 핑계로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는 친구와 그런 친구를 놀려대는 짖궂은 일행들, 무서워서 안되겠다며 도망치는 여자 친구 팔을 꼭 잡고는 탑승 라인을 향해 매정하게 끌고 가는 남자 친구.

그림을 보고 있자니 말라 프레이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롤러코스터 아래에서 긴 행렬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을까 궁금해집니다.

롤러코스터

드디어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일상에서는 안내 방송이 아무리 나와도 거들떠도 안보던 안전벨트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해봅니다. 괜스리 옆사람을 돌아보며 빈웃음을 짓기도 하고, 몇 번이고 심호흡을 크게 해보며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쿵쾅거리며 박동치는 심장을 달랠 길은 없습니다.

철컹!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해요.

철컹! 소리와 함께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좋건 싫건 곧 모험이 시작될 겁니다.

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에서 가장 사람들의 피를 말리는 순간입니다. 기차가 출발했지만 아직은 시작이 아닙니다. 그저 출발선을 향해 올라서고 있을 뿐입니다. 아득하게 저 위로 보이는 꼭대기에 이르면 진짜 진짜 시작입니다. 지루하리만치 서서히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기차. 마치 폭풍전야처럼 고요합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키리릭 틱! 크리릭 특! 하는 기차 소리. 그리고 내 심장 소리뿐입니다.

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

롤러코스터

아래로 곤두박질치던 기차는 좌로 우로 홱홱 급커브를 반복하더니 크게 한 바퀴 거꾸로 돌고 나서 위로 아래로 그리고 다시 거꾸로 한 바퀴 거친 용틀임을 해댑니다. 눈을 가린 채 입을 꾹 다물고 버티는 사람, 신이 나서 소리 지르는 사람,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 저마다 다양한 반응들.

롤러코스터

순식간에 모든 것이 끝나고 모두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는 표정들도 모두 제각각이네요. 출발선에서 안내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기차에 올라탈만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기차에서 내릴 때는 아주 밝아진 모습입니다. 더 젊어지신 것 같지 않나요? 어색하게 간격을 두고 앉던 커플은 이젠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내립니다.

“롤러코스터”는 주인공이 따로 없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는 모험에 뛰어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모두가 즐기는 동안 고장난 곳은 없는지 레일과 설비들을 돌보던 기술자 아저씨, 맨 뒤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았던 꼬마가 날려버린 모자를 물어다 도착지 안내 데스크에 가져다 준 비둘기까지 그림책 속의 캐릭터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모처럼 놀이공원 놀러와 한껏 들떠 있는 사람들의 표정,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설레임, 출발선을 향해 서서히 오르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 신나게 질주하는 롤러코스트 안의 열광과 흥분, 사람들의 함성과 비명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림책 “롤러코스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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