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왕국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얼음 왕국 이야기

(원제 : El Deshielo)
글/그림 리키 블랑코 | 옮김 유아가다 | 지양어린이
(발행 : 2015/12/15)


눈을 내리 깔고 강 건너편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여왕의 모습이 얼음처럼 차가워 보입니다. 표지 그림을 양면으로 쫙 펼치면 서로 등진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나라 왕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림책 표지에서도 보여주듯이 “얼음 왕국 이야기”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느라 늘 싸움만 일삼던 두 왕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음 왕국 이야기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칭을 이룬 듯 마주하고 있는 두 나라, 두 나라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양 끝에는 군사들이 들고있는 창만 보일 뿐 아주 적막해 보입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왕국은 오랫동안 서로를 미워하면서 싸울 기회만 엿보는 사이가 아주 나쁜 왕국이었어요.

얼음 왕국 이야기

안개 짙은 밤, 두 왕국은 동시에 상대 나라에 쳐들어갔어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다리를 건너 상대의 나라로 쳐들어가는 바람에 서로 눈치를 채지 못했죠. 적의 왕국에 들어간 사람들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을 질렀어요. 하지만 잠시 후 자신들이 쳐들어간 적국이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상대의 나라를 차지한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나라를 빼앗긴 것일까요?

상대의 나라를 점령하기 위해 몰래 쳐들어가 모든 것을 파괴해 버렸지만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부서뜨린 집 처마 밑에서 지친 몸을 달래며 잠을 자야 했어요.

얼음 왕국 이야기

낡이 밝자 두 나라 왕은 서로의 왕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마주 섰지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요.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협상은 계속 미루어지기만 했습니다. 글쎄요, 권위의식에 찌든 저 두 사람이 과연 협상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협상이 무엇인지 알기는 하는 것일까요?

얼음 왕국 이야기

강가에 서서 서로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지던 사람들은 이제 자기 집 물건을 망가뜨리지 말라고 소리쳤어요. 처음에는 상대방의 나라를 빼앗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 되었죠. 별다른 진전 없이 다시 몇 달이 흘러가자 사람들은 이제 상대의 집을 고치고 청소하면서 살아가게 되었어요.

얼음 왕국 이야기

그러는 사이 차츰 서로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어요. 뒤바뀐 왕국에서 사람들이 느낀 것은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겠죠. 이제 사람들은 두 나라 왕의 협상에 관심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럴거라는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장장이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찾으러 다리를 건너갔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마침 저녁 준비를 하던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식사에 초대했고 할아버지는 그날 밤 고향 집에서 묵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죠.

얼음 왕국 이야기

소리 없이 스며드는 물방울처럼
두 왕국 사람들은 전에 살던 집을 찾아 동쪽과 서쪽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고향 집에서 며칠 머무르기도 했고, 어떤 날은 잠깐 다녀오기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로 집을 나눠 쓰거나, 아예 집을 바꾸었습니다.

얼음 왕국에 찾아온 봄,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집니다.

얼음 왕국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게 바뀌는 동안에도 두 나라 왕들은 여전히 협상만 하고 있었다네요.^^ 자신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 밖인 정치인들의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도 잘 그려냈을까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풍자해 한 장 한 장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얼음 왕국 이야기”는 작가의 통찰력이 멋지게 빛을 발하는 그림책입니다. 길고 긴 전쟁을 끝낼 열쇠는 협상이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라는 사실, 얼음 왕국을 바꾼 이들은 한 사람의 통치자가 아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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