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

알
책표지 : Daum 책

글/그림 이기훈 | 비룡소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그림책 “알”은 그동안 “양철곰”, “빅피쉬” 등 글 없는 그림책으로 신선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준 이기훈 작가의 신작입니다. 달걀판 하나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알, 그 알이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알

병아리를 파는 좌판대 앞에서 아이가 떼를 쓰고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엄마에게 병아리를 사달라 조르는 중인가 봐요. 거의 땅바닥에 드러누울 것처럼 떼를 쓰고 있지만 엄마의 표정은 단호하네요.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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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사오지는 못했지만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알을 품어보기로 했어요. 엄마 몰래 가져온 알을 이불 속에 넣어 따뜻하게 품어준 정성 끝에 어느 날 쩍!하고 갈라진 알에서 생명들이 탄생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알을 깨고 나온 것은 온갖 동물들이었거든요. 예상치 못한 동물들의 탄생에 알을 품었던 아이도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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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을 피해 날마다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정성스럽게 동물들을 보살펴줍니다. 동물들 역시 아이 사랑에 힘입어 하루가 멀다하고 쑥쑥 자라났어요.  사랑으로 뭉쳐진 이들은 엄마가 없는 방 한칸 만큼의 공간 안에서 모두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불쑥불쑥 엄마가 방문을 열 때마다 아이의 방은 동물들이 신나게 놀았던 흔적으로 점점 더 심하게 난장판이 되어갑니다. 그래도 엄마가 들어 올 때마다 엄마의 눈을 피해 들키지 않고 요리조리 잘도 숨는 동물들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이불 속에, 장롱 속에 숨어 엄마 눈치를 살피는 동물들의 동그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뭔가 있는데… 분명 있는데 의심이 들지만 매번 엄마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딸아이의 방을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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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집 안에만 갇혀있던 동물들은 보름달이 뜬 어느 밤 아이와 함께 밤나들이를 나갔어요. 달빛 아래 여유롭게 오리배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먹구름이 몰려와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어요. 허둥지둥 폭우 속에서 오리배 하나에 의지한 이들의 모습이 꼭 노아의 방주를 연상 시키네요. 삽시간에 불어난 물에 휩쓸려 바다로 흘러간 이들은 커다란 고래 뱃속에 갇히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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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고래 뱃속에서 모험을 하던 이들은 고래의 날숨 덕분에 무사히 고래 몸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창공을 향해 멀리멀리 던져졌던 오리배에게서 하얀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날개가 돋아 나옵니다. 날개를 단 오리는 붉게 물든 창공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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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고 없는 방에 엄마 혼자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습니다. 모든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지만 생기를 잃어버린 아이의 방안에서 엄마는 오래도록 홀로 앉아 있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아이 방이 저녁 노을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마치 아이가 타고 있던 오리배가 새가 되어 날아갔던 그 창공 빛깔처럼 말이죠.

그 때 어디선가 오리 한 마리가 날아와 아이 방 창가에 앉아있다 날아갑니다. 슬픔에 빠져있던 엄마가 고개를 들어 보니 창가에 무언가가 놓여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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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남겨놓고 간 것은 커다란 알이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조심스럽게 알을 향해 손을 뻗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열린 결말로 마지막 상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셈이죠.

알을 품기를 소망했던 아이처럼 엄마 역시 이 알을 품어줄까요? 아니면 이 전의 엄마가 늘 그래왔듯 이 알은 품지 못한 채 이대로 남아있게 될까요? 만약 품게 된다면 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요? 그 오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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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알”의 뒷 면지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책 앞 면지에는 엄마가 들어올 때마다 방안 이곳 저곳에 숨어있던 동물들 눈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 수많은 눈동자가 나옵니다. 뒷 면지에는 이렇게 눈동자 하나만 보이네요. 이 동그란 눈은 오리가 남겨놓은 알 속에 들어있는 아이의 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해 받지 못했던 아이가 품었던 세계는 진심으로 이해 받고 사랑 받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가 정성으로 알을 품어 생명을 깨어나게 한 것처럼 엄마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알을 품어주었을 때 엄마와 아이의 관계 역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물론 엄마가 품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여전히 소통이 막힌 어둡고 캄캄한 공간에 혼자 남아있겠죠. 부디 엄마가 온 정성을 다해 알을 품어주기를…… 어둡고 외로운 곳에 아이 혼자 내버려 두지 않기를……

물론 이 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해석입니다. 글 없는 그림책이기에 읽는 이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죠?

이기훈 작가의 그림책은 참 치밀합니다. 정성스럽게 그려낸 한 컷 한 컷의 그림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볼 수록 다양한 메세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린 결말 덕분에 더욱 다양한 추측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도 있지요. 꼭 앞 표지부터 면지, 속 표지, 뒷 표지까지 세밀하게 꼼꼼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감상해 보세요.

그림책 띠지에 나온 말 그대로 알이 깨지는 순간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책 “알”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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