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6/05/09
■ 마지막 업데이트 : 2018/03/09


평화그림책?

‘평화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중일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드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2005년 10월 일본 원로 그림책 작가 4명의 발의로 시작, 2007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기획 회의를 기점으로 본격 진행되었고, 2010년 6월 “꽃할머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한 권의 평화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 작가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평화그림책 시리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평화를 이루어냈을까요? 한중일 그림책 작가가 4명씩 참여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아 나라별로 4권, 모두 12권의 그림책을 만들고 이를 서로 번역 출간하자던 평화그림책 시리즈는 그 마지막 그림책으로 중국 작가 저우샹의 “토요일, 맑음”의 출간을 앞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리즈는 완결되지 못한 상태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그림책 “꽃할머니”가 출간된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구성의 바탕이 된 심달연 할머니의 위안부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본측 출판사 대표와 기획에 참여한 일본 작가들이 밝힌 “꽃할머니”를 일본에서 출간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참고로 중국은 삽화에 들어간 지도에 중국의 국경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꽃할머니”의 중국 출간을 거부했습니다).

※ 참고 자료

결국 평화그림책 시리즈는 진심 어린 속죄 없이는 세 나라 사이에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반증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우리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모든 게 우리 잘못이다. 무조건적으로 우리의 죄를 인정하고 속죄의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후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라고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것만이 세 나라 사이에 진정한 평화를 찾는 유일한 방법임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그림책들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춘 채 꿈꾸는 그들의 평화는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저들이 소망하는 평화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가식인지 그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 “꽃할머니” 일본 출간

“꽃할머니”가 2018년 4월 경에 일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이었으니 8년이나 지각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반쪽짜리에 불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이 책을 일본에서 출간했어야 할 동심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서 추진하고 있으니까요. 진실을 외면한 일본 서점가에 지각 출판이라도 이 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의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렇게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성을 가진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그들을 미래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업데이트 : 2018/03/09)

※ 관련기사 

※ 평화그림책은 모두 사계절 출판사에서 출간되어서 그림책별 출간 정보에서 출판사명 대신 초판 발행 일자를 표기하였습니다.


평화그림책 - 꽃할머니
책표지 : Daum 책
꽃할머니

글/그림 권윤덕 | 2010/06/10

“꽃할머니”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한중일 세 나라가 함께 기획하고 공동 출간을 전제로 시작된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그림책인 “꽃할머니”는 평화그림책을 맨처음 발의했던 일본에서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에 선정적인 내용을 담기 부담스럽다는 게 일본 측 관계자들의 입장이었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이 일으켰던 전쟁 중 성노예를 동원했었다는 사실이 자국민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알 수가 없었을 겁니다. 수십 년이 넘도록 그들은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배워왔으니까요.

작가와 편집자가 직접 동경으로 가서 도신샤의 편집자와 함께 초등학교 한 곳(와코쓰루카와 초등학교)과 중학교(나루세다이 중학교) 한 곳을 방문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고 반응을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매우 진지하고 열린 자세로 책의 내용을 접하였으며, 어머니들의 경우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공립 나루세다이 중학교의 한 학생은 “이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사실을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며, 이 책을 널리 알리고 정직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출판사 책소개 내용 중에서 발췌

위에 인용한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전쟁중 여성을 성노예화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그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려 드는 이유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전쟁에 대한 야욕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야만스러운 본성이 자국민에게 드러나 자신들의 권력과 추악한 꿈을 잃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 멋대로 전범국 일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업적을 언론 시녀들을 통해 마구 떠들어댔었죠. 하지만 우리 국민 중 그 합의를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5월 8일 현재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중 생존해 계시는 할머니는 마흔네 분 뿐입니다. 단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그들에게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할머니들 앞에 고개를 조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평화그림책 -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책표지 : Daum 책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글/그림 이억배 | 2010/06/25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은  지금까지 출간된 열한 권의 평화그림책중 “강냉이”와 함께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인한 상처가 아닌 동족 상잔의 아픔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분단의 현실을 다룬 이 그림책의 메시지는 앞뒤 면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앞뒤 면지에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이 표시되지 않은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해 뜨는 동쪽 끝에서 해 지는 서쪽 끝까지, 남극에서 북극에 이르기까지 모두 같은 색으로 그려져 세계는 하나이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평화를 지켜 나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앞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하나 된 세계의 한복판에 붉은 선으로 두 동강 난 아주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나라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뒷면지를 통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염원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 세계에 알립니다.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 버린 휴전선이 지워지고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하나로 뭉친 우리 대한민국이 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인류의 평화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입니다.


평화그림책 - 평화란 어떤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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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어떤 걸까?

글/그림 하마다 게이코 | 옮김 박종진 | 2011/04/25

커다랗고 시커먼 전투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폭탄을 퍼붓습니다. 평화롭던 우리의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고 하늘은 검붉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희뿌연 잿더미 속에 아이들이 입고 있던 신발과 옷가지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곰인형과 자전거들이 엉망진창으로 널부러져 있습니다. 작가는 단 세 장의 그림으로 전쟁과 무기, 폭력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간단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번째 그림.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은 아이가 엄마의 가슴에 안겨 있습니다. 엄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아이를 꼭 끌어안습니다. 모자의 평화로운 포옹으로부터 따스한 노란 빛이 퍼져 나옵니다. 방금 전까지 전쟁과 무기, 폭력으로 파괴되어 잿빛으로 온통 뒤덮였던 세상에 환한 노랑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노랑은 아이의 순진한 웃음과 같은 색입니다. 노랑으로 되찾은 평화는 알록달록 온갖 색들의 꿈과 희망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들엔 다양한 얼굴,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평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고,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 서로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작가는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평화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고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임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 “평화란 어떤 걸까?”.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평화란 어떤 정적인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애쓰는 과정임을 눈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평화그림책 - 경극이 사라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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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이 사라진 날

글/그림 야오홍 | 옮김 전수정 | 2011/05/09

이 그림책의 긴 제목은 “1937년 친화이허 강가에서 경극이 사라진 날”입니다. 1937년은 중일전쟁 당시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이 30만명의 중국인을 무차별 학살한 ‘난징 대학살’이 자행된 해입니다.

평화로이 흐르는 친화이허 강가에 한 소녀가 할머니와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위해 남경을 찾은 유명한 경극 배우 샤오웬셴이 소녀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샤오윈셴의 초대로 생전 처음 경극을 보게 된 소녀는 경극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립니다. 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경극을 볼 수 없습니다. 샤오윈셴이 침략군인 일본군을 위해서 노래할 수 없다며 떠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내가 난생 처음 극장을 찾아
경극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 저녁,
그 아름다웠던 저녁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나에게 경극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
샤오 아저씨의 소식도 다시 듣지 못했다.
공연으로 번 돈을
전쟁고아들을 위해 기부했다는 풍문만
어른들에게 전해 들었을 뿐……

“경극이 사라진 날”에서 전쟁을 묘사한 장면은 딱 한 장의 그림뿐입니다. 일본군의 폭격을 피해 방공호 속으로 숨어드는 주민들과 소녀의 모습, 캄캄하고 눅눅한 방공호 속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 삭막한 그 공간 속에서 경극 공연의 화려한 불빛을 추억하는 한 소녀의 모습을 담은 그림…… 이 그림 한 장을 통해 작가는 전쟁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화그림책 -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책표지 : Daum 책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글/그림 다시마 세이조 | 옮김 황진희 | 2012/09/20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의 화자 ‘나’는 전범국 일본의 군인입니다. ‘나’는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일념으로 전쟁터로 나갑니다. 용감한 그의 행동에 수많은 이웃들이 응원을 보내지만 전쟁의 광기에 빠져버린 군중들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은 용감한 ‘나’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지 못하고 울고 있습니다. 바로 ‘나’의 어머니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나’는 포탄에 갈갈이 찢겨버린 육신을 잃은 채 떠도는 망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죽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망령은 두려움에 몸서리 치며 어머니를 찾습니다. 그의 전사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웅크린 채 울고 있습니다. 형의 죽음에 오열하던 동생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동생도 죽습니다.

엄마의 슬픔이 보입니다.
어떤 분노보다도
강하고, 깊고, 처절한 슬픔이.

누구를 위해 죽이고,
누구를 위해 죽음을 당하는가요?
무엇을 위한 죽음인가요?

끔찍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내 편도 네 편도 없이 뒤섞여
넋이 되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은 아무도 볼 수 없겠지만,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 이야기를,
여러분과 똑같이 살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전쟁과 피에 굶주렸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귀에 죽은 자의 슬픈 절규가 들렸다면 그들은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그 곳의 선량한 사람들을 짓밟는 만행을 저지르는 않았었겠죠. 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폭력으로 일어선 그들이 폭력 앞에 무릎 꿇은지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반전과 평화의 삶을 추구해 온 한 일본 작가의 지난 날 자신들의 만행에 대한 반성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절규입니다. 전쟁과 폭력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를 암시하는 듯 이리저리 뭉개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추상적 그림 속에서 작가의 회한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평화그림책 - 군화가 간다
책표지 : Daum 책
군화가 간다

글/그림 와카야마 시즈코 | 옮김 황진희 | 2014/04/28

척, 척, 척, 척…… 수많은 군화들의 발굽 소리. 척, 척, 척… 이 소리만으로도 평화를 무참히 짓밟는 군대의 흉폭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군화의 독백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는 전쟁을 하러 간다.
철벅, 철벅, 철벅!
바다를 건너 이웃 나라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 버렸다.

우리는 무얼 한 걸까?
이웃 나라 사람들을
처억, 처억, 짓밟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버렸다.

차츰 차츰 차츰
저도 모르게 우리는 망가져 갔다.
우리를 신고 있던 병사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죽어 갔다.

우리는 결국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군화들……

책표지의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는 아마도 패망으로 기울어가고 있던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심지어 책표지에 나온 저 어린 여자 아이조차 전쟁의 분위기에 휩쓸린 채 살아야만 했었던 당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군화의 독백을 통해 전쟁의 허망함을 써내려갑니다. 이웃 나라를 짓밟고 이웃 나라 사람들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었던 그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며 다시는 그 끔찍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새삼 강조합니다.

그림책 “군화가 간다”의 마지막 장면은 밀짚 모자를 쓰고 곱게 차려 입은 예쁜 여자 아이가 나와 책표지의 여자 아이와 대조를 이룹니다. 똑같은 아이지만 책표지의 아이의 얼굴은 잔뜩 경직되어 있고 자세는 부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여자 아이는 그저 딱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다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해맑게 웃음을 머금은 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자신도 모른 채 마음 속에 전쟁을 품고 자랐던 끔찍한 어린 시절을 자기 손주 세대에게는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 “군화가 간다”. 전범의 후손들이 밀짚 모자를 쓴 여자 아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평화그림책 - 사쿠라
책표지 : Daum 책
사쿠라

글/그림 다바타 세이이치 | 옮김 박종진 | 2014/04/28

벚꽃이 피는 3월 눈부신 이른 아침에 태어난 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소학교에 입학하던 날에도 학교 마당엔 벚꽃이 한 가득 피어 있었고, 아이가 썼던 교모에 달린 배지도 벚꽃이었습니다. 1학년 첫 국어 시간 교과서 첫 장 역시 ‘피었다 피었다 사쿠라가 피었다’라는 벚꽃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장에는

‘앞으로 앞으로 우리 군대 앞으로’

전쟁의 광기에 휩싸인 일본은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조차 온통 전쟁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들의 나라와 그들의 국민 모두에게 전쟁은 거룩한 사명이었고 그들의 야만스러운 폭력에 스러져가는 그 어떤 희생에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벚꽃이 피던 날 태어난 아이 역시 그 가운데 군국 소년으로 자라났고 나라를 위해서 닥치는대로 죽이고 결국은 자기 자신조차 죽으리라 결심하게 됩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봄은 찾아오고 벚꽃도 변함없이 피었지만 꽃의 아름다움이 그 누구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도리어 벚꽃마저 그들의 전쟁에 동원되고야 맙니다. 온 거리를 가득 메우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군가가 되어 온국민들에게 나라를 위해 벚꽃처럼 아름답게 죽으라고 선동합니다.

너와 나는 한 나무에 핀 사쿠라꽃
같은 군사학교 뜰에 피었다
피어난 꽃이라면 질 것을 각오하자
훌륭하게 지는 거다 나라를 위해

사쿠라꽃처럼 아름답게 져라, 져라!

결국 그들은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굶주린 늑대떼처럼 외쳐대던대로 죽어가게 됩니다. 얼마 후 적군의 폭격기가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은 불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벚꽃 역시 불꽃 속에 모두 타 버렸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전쟁은 끝났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우리들의 나라가 죽였다.

그림책 “사쿠라”는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온국민을 전쟁의 도구로 삼았던 일본에서 태어나 군국주의자로 자라고 살아왔던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들이 일삼은 전쟁과 폭력이 그들 자신에게 가져온 것은 원한과 슬픔, 그리고 후회뿐임을 보여주는 그림책 “사쿠라”.

그들이 이 그림책 덕분에 맑디 맑은 아이에게, 곱디 고운 벚꽃에게 전쟁을 강요했던 그들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늘 반성하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패망으로 인해 그들이 느낀 원한과 슬픔은 자신들의 야만스러운 폭력의 희생자들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시인하고 늘 죄책감 속에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는 작은 벚꽃잎만큼조차도 전쟁을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말입니다.


평화그림책 - 불타는 옛 성
책표지 : Daum 책
불타는 옛 성

글 차이까오 | 그림 차이까오, 아오쯔 | 옮김 전수정 | 2014/06/25

“불타는 옛 성”은 중국의 오랜 역사가 담긴 도시이자 중일전쟁의 주요 전장이었던 창사를 배경으로 일본에게 함락되기 직전에 발생했던 창사 대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작가들 모두 후난 성 출신이라고 하는군요(창사는 후난 성의 성도입니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베이징, 상하이, 난징 등 주요 도시들을 일본에게 점령당한 중국은 중국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 창사와 그곳에 결집되어 있는 물자와 시설을 빼앗길까봐 도시 전체를 불태워버리기로 결정합니다. 원래는 시민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실행할 예정이었지만 대피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불이 나 버려서 3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도시 전체가 소실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앞면지의 평화로웠던 도시 창사의 모습과 뒷면지의 대화재 이후 절망에 빠진 채 폐허가 된 창사를 바라보는 두 아이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전쟁이 빚어낸 참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책 “불타는 옛 성”. 적에게 빼앗기기 싫어 자국민조차 화염 속에 밀어 넣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통해 결국 전쟁이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임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평화그림책 - 낡은 사진 속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낡은 사진 속 이야기

글/그림 천롱 | 옮김 전수정 | 2015/09/28

생전에 아버지는, 석양 무렵이면 빛바랜 사진 두 장을 묵묵히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그 사진 속에 먼지로 뒤덮인 오래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온 중국인 유학생과 야마모토라는 일본인 학생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였다는 동병상련의 아픔 덕에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야마모토의 어머니의 권유로 야마모토의 집에서 한가족처럼 살게 됩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하자 중국인 유학생은 조국을 위해 싸우고자 귀국길에 오릅니다. 중국인 유학생은 고향을 떠나올 때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야마모토에게 건네주며 전쟁이 끝나면 벚꽃이 필 때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두 친구는 서로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인 유학생은 편지 한 장을 받게 됩니다. 야마모토의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입니다. 야마모토는 전쟁 중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간의 사연과 함께 야마모토의 어머니는 두 장의 사진을 보냈습니다. 한 장은 중국인 유학생이 남기고 간 사진입니다. 야마모토가 참전하기 직전 어머니에게 잘 보관해달라며 맡기고 갔다고 합니다. 다른 한 장은 야마모토와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입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야마모토의 유일한 유품입니다.

올해에도 벚꽃이 피었구나. 하지만 내 아들은 이 아름다운 벚꽃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네가 일본에서 맺은 형제와 이 일본 엄마를 잊지 말고 영원히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이제 나처럼 연로하실 네 어머님께 안부를 전해다오.

석양 무렵이면 중국인 유학생이었던 작가의 아버지가 들여다보곤 하던 낡은 사진 두 장. 한 장엔 작가의 아버지와 할머니가, 다른 한 장엔 군복을 입은 야마모토와 그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에게 그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가 가족입니다. 일본군 군복을 입었지만 그에겐 그저 형제일뿐입니다. 일본인이지만 그에겐 어머니일뿐입니다. 그 어떤 이념도, 전쟁의 폭력성도 그에게서 그 가족을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민족간의 갈등을 넘어선 두 가족의 깊은 우정을 통해 그 어떤 이념과 전쟁, 폭력과 갈등도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 인간의 본질을 변질시킬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그림책 “낡은 사진 속 이야기”입니다.


평화그림책 - 강냉이
책표지 : Daum 책
강냉이

권정생 | 그림 김환영 | 2015/11/20

“강냉이”는 권정생 선생님의 시를 김환영 작가가 그림으로 완성한 그림책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를 쓴 때가 권정생 선생님이 초등학생 때라는 사실입니다(선생님은 실제로 열세 살 초등학생 때 전쟁을 맞고 피난을 떠났었다고 합니다).

강냉이

지난 봄 집 모퉁이 토담 밑에 형과 함께 사이 좋게 심었던 옥수수. 한 치 크면 거름 주고 두 치 크면 오줌 줘 가며 정성스레 키우던 옥수수, 어느새 옥수수대가 제 키만큼 자랐을 무렵 아이는 제일 실해 보이는 녀석들을 골라 자기 옥수수로 점찍어 놓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 소리에 놀란 가족은 옥수수와 강아지, 노란 병아리들을 놔둔 채 피난길에 오릅니다.

정든 강아지와 병아리들, 그리고 제 것으로 점찍어 둔 옥수수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눈물 흘리는 아이, 아이를 잡아 끄는 부모도, 뒤에서 떠미는 형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눈물을 흘립니다. 김환영 작가는 이 그림 속에서 전쟁이 앗아가 버린 평화를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된 피난 길 어느 낯선 강가에서 다리를 쉬어갈 때 어른들은 떠나온 고향 생각에 한숨을 내쉬고, 아이는 두고 온 옥수수 생각에 빠집니다.

인지쯤 샘지 나고 알이 밸 낀데……
(이제쯤 수염 나고 알이 밸 낀데……)

강냉이

“강냉이”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고향집 모퉁이 담자락에 심어 놓고 온 옥수수 생각에 빠진 코흘리개 아이가 아련하게 바라보는 저 멀리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 합니다. 사방에서 포탄이 쏟아지는 피난길 한복판에서도 걱정거리라고는 오로지 옥수수뿐인 순진하디 순진한 아이의 마음, 아마도 김영환 작가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냄으로써 세상을 절망으로 빠트린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빛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평화그림책 - 춘희는 아기란다
책표지 : Daum 책
춘희는 아기란다

변기자 | 그림 정승각 | 옮김 박종진 | 2016/04/25

히로시마 인근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일본인 소녀 유미가 이사 옵니다. 유미는 학교 가는 길에 기저귀 빨래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납니다. 낯선 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빨래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유미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마음이 갑니다.

할머니의 아기 이름은 춘희, 나이가 마흔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저귀가 필요한 아기입니다. 할머니는 임신한 몸으로 무기 공장에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남편을 만나기 위해 히로시마로 찾아왔다 원폭 피해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춘희는 엄마 뱃속에서 피폭 당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평생을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합니다.

“전쟁 끝나고 아기 태어났어. 봄에 태어나서 춘희라고 이름 지었어. 춘희가 어서어서 크라고 할머니 열심히 일하면서 키웠다. …… 하지만 뱃속에 있을 때 원자폭탄 맞은 춘희는 못 자랐어. …… 아직도 아가야. 기저귀 해야 돼. 그래도 어여쁜 우리 아기. 언제나 빨래 널 때 자고 있는 춘희를 창문으로 지켜본다. 조선 노래 불러 주면서.”

유미에게 어눌한 말투로 자신이 겪은 피눈물 맺힌 삶을 들려주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함께 슬퍼해 주는 유미. 유미는 지금껏 들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슬픈 할머니와 춘희의 이야기를 가장 친한 친구 미도리와 토모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셋은 약속합니다. “이번 일요일에 춘희 아주머니 병원에 가서 할머니가 날마다 부르던 노래를 피리로 불어 드리자.”라고……

오늘도 세 아이가 연습하는 피리 소리가
저녁노을이 지는 바닷가에 울려 퍼집니다.
‘솔~솔~미파솔~ 라~라~솔~’
할머니의 고향 노래가.

고인이 된 변기자 작가는 재일조선인 2세로 우리나라의 동화와 그림책들을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정성을 쏟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었을 작가가 제시한 평화는 할머니와 유미에게서 배우는 소통과 공감입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 춘희 아주머니를 위한 유미의 피리 연주는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를 꿈꾸는 간절한 희망의 외침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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