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책표지 : Daum 책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원제 : Magic Trash : A Story of Tyree Guyton and His Art)
J.H. 샤피로 | 그림 바네사 브랜틀리-뉴턴 | 옮김 이은숙 | 찰리북
(발행 : 2015/10/16)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는 디트로이트 시에 있는 하이델베르그 거리를 거대한 예술의 거리로 만든 예술가 타이리 가이튼(Tyree Guyton)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는 디트로이트 시의 하이델베르그에서 열 명이나 되는 형제들과 함께 한집에서 살았습니다. 타이리의 엄마는 삯바느질을 하고 청소 일도 했지만 타이리가 갖고 놀만한 장난감을 사줄 형편이 못 되었지요. 그래서 타이리는 버린 물건을 주워서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어 놀았습니다. 장난감을 만들 때는 다른 형제들이 시끌벅적 노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에게는 멋진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타이리의 손에 붓을 쥐어 주시며 “세상을 그려 보거라.”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지요. 타이리는 붓을 마법 지팡이처럼 휘둘렀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수줍음이 많던 타이리도 용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려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찌그러진 병뚜껑이나 녹슨 바퀴를 주워 모으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면서요.

“저는 화가가 될 거예요.”
타이리의 말에 엄마는 고개를 떨구었어요.
“그건 돈을 잘 버는 일이 아니란다.”
타이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보았어요.
그리고 붓을 꽉 쥐고 생각했지요.
‘화가가 될 거야, 꼭.’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이웃마을에 폭동이 일어나서 먹고 살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타이리는 하이델베르그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로 했습니다. 타이리는 군인이 되기도 하고,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소방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타이리는 마침내 미술학교에 들어갔고 졸업 후 고향인 하이델베르그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하이델베르그는 사람들이 떠나버린 황량한 거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유령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했고 쓰레기도 넘쳐났습니다. 타이리는 “안 돼, 거리를 이대로 둘 수는 없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는 붓을 들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낸 물건에 마법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하이델베르그 고향집에 살고 계시던 할아버지도 타이리를 도와주셨습니다. 둘은 함께 고장 난 버스, 불탄 집과 자전거에 칠을 하고 버려진 신발을 나무에 매달았습니다. 하이델베르그 거리는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하지만 쓰레기로 만든 작품이 보기 싫다고 시청에 항의 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시장은 일꾼들을 데리고 하이델베르그 거리로 들이닥쳤고, 불도저로 타이리가 만든 마법의 쓰레기를 모두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타이리는 허둥지둥 작품을 끌어안으며 소리쳤어요.

“이건 내 예술 작품입니다!”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타이리와 할아버지의 마음은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더 이상 타이리를 도와줄 힘이 없었지요. 할아버지는 타이리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세상을 그리는 일을 결코 멈추지 말거라.”

타이리는 붓과 페인트를 들고 혼자 쓰레기 앞에 섰습니다. 타이리는 어떻게 하이델베르그 거리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요? 과연 혼자 힘으로 사람들이 마법의 쓰레기를 망가뜨리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요? 무엇이 그 거리를 지켜내는 힘이 되었을까요?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 는 미국 미시건 주에 위치한 하이델베르그에 살고 있는 예술가 타이리 가이튼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그 프로젝트(The Heidelberg Project)의 시초가 된 도시 환경 예술가 타이리의 삶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쓰레기밖에 없는 가난한 도시에서 자란 한 어린이가 쓰레기를 마법으로 바꾼 이 이야기는 빈민촌의 삶과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변화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하이델베르그 거리의 분위기와 예술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이리가 버려진 쓰레기를 활용해 아름다운 미술작품으로 탄생시켰듯, 캔버스에 다채로운 색상의 아크릴 물감으로 배경을 칠하고 신문, 잡지, 천 등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열쇠, 병뚜껑 클립 등을 붙이는 어셈블리 기법을 조화롭게 활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러한 표현 기법은 빈민촌 아트, 할렘 아트, 타운쉽 공예 등으로 불리는 예술 분야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는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조그만 나무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도, 위생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대체로 가정부나 청소부로 일을 하고 청년층은 약물에 중독되거나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누구도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감정이 만연하여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타이리 가이튼 역시 그러한 환경적 문제로, 하이델베르그 거리에서 두 명의 형제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타이리는 무기를 선택하는 대신 붓을 택했고 싸움을 일으키는 대신 창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집과 거리는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었고 황량했던 거리는 설치미술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이델베르그 프로젝트는 타이리가 하이델베르그에 돌아온 1986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는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이 널리 알려져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예술의 거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예술이 지역과 사회를 살리고 공동체의 경제에까지 활력을 주게 된 셈입니다. 한 예술가의 꿈과 의지,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힘이 합해져서 폭력과 인종차별, 절망과 가난이 팽배했던 지역을 마법의 거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하이델베르그 거리처럼 낡고 소외된 지역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진행된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종로구 이화 벽화 마을과 통영시 동파랑 벽화마을이 그곳입니다. 이화 벽화 마을은 2006년 68명의 예술가가 동네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미술 작품을 설치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시작되었고, 동파랑 벽화 마을은 2007년 ‘푸른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쓰레기를 예술로 바꾸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대한 정보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이 책의 배경이 된 하이델베르그나 우리나라의 벽화 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피티 아트 중심의 City of Philadelphia Mural Arts Program,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이는 Los Angeles Poverty Department, 흙으로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Proudly Macassa Pottery 등입니다. 하이델베르그 거리의 모습은 하이델베르그 프로젝트 웹싸이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예술이 도시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무엇인지, 한사람의 의지와 행동이 사회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 “거리의 화가 타이리, 세상을 바꾸다”를 읽으며 문득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세상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