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책표지 : Daum 책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원제 : Mais Où Est Donc Ornicar?)
제랄드 스테르 | 그림 윌리 글라조에르 | 옮김 이정임 | 파랑새어린이
(발행 : 2002/07/03)


오리너구리 한 마리가 여자아이의 품에 안겨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여간 슬픈 게 아니네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애처롭다 못해 외려 웃음이 납니다. 오리너구리는 대체 왜 이 아이의 품에 안겨 이토록 서럽게 울고 있는 걸까요? 오리너구리의 뭉툭한 주둥이와 넓적한 물갈퀴, 커다란 꼬리까지 덩달아 서글퍼 보이네요.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오늘은 동물 학교의 개학날입니다. 동물 친구들이 모두 교실에 모였습니다. 침팬지, 원숭이, 펠리컨, 개, 개구리, 오리, 거북이……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올해는 새 친구가 하나 더 늘었네요. 바로 오리너구리라는 친구입니다. 오리너구리는 아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를 정리하고 질서를 세우기 위해 비슷한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자리를 정해주기로 합니다.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점심 시간에 우유를 먹는 동물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이자!”

오리너구리가 우유를 먹는 동물들 무리에 끼려고 하자,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오리너구리야,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구나. 이쪽은 우유를 먹는 동물들이야.
그러니까 얘네들은 모두 엄마 젖을 먹는 포유류란다.
하지만 넌 알에서 깨어났잖니.”
“그런데요, 선생님! 저도 늘 엄마 배에 매달려 젖을 먹는걸요.”
“어머, 정말?”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가만있자, 그럼 여기 가운데에서 잠시 기다려 보렴.”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선생님은 이번에는 체육 시간에 깃털과 부리를 쓰는 동물들을 한쪽으로 모아 봅니다. 한쪽에는 새들이 모이고 다른 쪽에는 그 밖의 동물들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오리너구리는 갈팡질팡하며 가운데에 남아있습니다.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선생님, 저는 어느 쪽에 끼어야 해요?” 오리너구리가 물었습니다.
“제 앞발엔 넓적한 물갈퀴가 달렸어요. 뒷발 발가락 사이에도 작은 물갈퀴가 있고요. 발끝엔 뾰족한 발톱도 달렸어요. 저기… 비버처럼요.
그리고 오리 부리에 이빨까지 있어요. 게다가 전 곰처럼 털북숭이인데다가
수달 같은 꼬리도 달렸어요. 하지만 전 오리너구리인걸요.”

선생님은 온갖 동물에 대해 적혀 있는 커다란 책을 찾아보지만 오리너구리의 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휴, 오리너구리는 정말 수수께끼로군!” 도대체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게 된 선생님이 중얼거렸어요. 선생님이 고민하며 책을 뒤적이는 사이 오리너구리는 동물들 사이에 낄 자리가 없게 되자 혼자 조용히 교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리고 싶었거든요.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뒤늦게 오리너구리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반 친구들과 선생님은 오리너구리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강가에서 혼자 울고 있던 오리너구리를 발견합니다. 선생님이 오리너구리를 달래자, 오리너구리가 말합니다.

“아무 데도 낄 수 없는 나 같은 외톨이는 누구랑 놀아요?
그런 게 질서라면 너무 불공평해요.
자연은 모든 게 다 섞여 있는 걸요. 그래도 다들 잘 살잖아요!
노래하고, 뛰고, 날면서!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고요!”

오리너구리의 하소연을 듣고, 선생님은 올해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질서를 세워 보기로 합니다.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몸을 불사르며 공을 막고, 온 힘을 다해 응원을 하고,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여간 진지한 게 아니네요. 이쯤 되면 여러분도 선생님이 찾은, 모두에게 평등한 기준이 무엇인지 조금은 짐작이 가시지요? 오리너구리 같은 독특한 동물도 자신에게 걸 맞는 자리를 잘 찾은 것 같은데요? ^^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우리의 주인공 오리너구리는 친구들로부터 상까지 받게 됩니다. 과연 오리너구리는 어떤 상을 받게 될까요?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는 포유류처럼 엄마 젖을 먹으면서, 도마뱀이나 새처럼 알에서 깨어나고, 부리를 가졌지만 새끼일 때는 이빨이 있고, 물갈퀴가 있지만 발톱까지 있는 오리너구리라는 동물을 통해 동물의 분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책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생물 분류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동물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각자의 재능을 펼치고 서로 존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레 자연의 공생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책의 앞면지에는 이러한 책의 메세지가 숨겨져 있는 듯합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다양한 동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동물들은 생태계의 피라미드처럼 계층적으로 종속, 소비되는 먹이사슬 관계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비슷한 크기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야기에서 선생님으로 등장했던 여자아이, 바로 우리 인간까지도 말이지요.

이 책을 쓴 프랑스 작가 제랄드 스테르는 동물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작가인 것 같습니다. 제랄드 스테르가 쓴 “아기기린은 엄마를 어떻게 부를까”는 동물학교에 온 친구들 중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아기 기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성대가 다른 동물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기린은 몸짓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해요.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생물의 분류에 관한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몸에 털이 나고 젖으로 새끼를 키우는 포유류, 몸이 깃털로 뒤덮인 조류, 피부가 매끄러운 살갗으로 된 양서류, 비늘로 덮인 파충류, 그리고 아가미로 호흡하는 어류… 이렇듯 생물의 분류는 동식물의 생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연구 방법에 체계를 세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요. 하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생물을 이렇게 몇 가지 항목으로 분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 오리너구리처럼 여러 동물의 특징을 두루 가지고 있는 생물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는 과학 그림책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구성, 동물들의 털 하나하나까지도 세밀하게 그린 펜화로 배우는 재미와 더불어 읽는 재미, 보는 재미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입니다. 동물들의 표정과 눈빛, 동작, 그리고 오리너구리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분류에 대한 배움을 넘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언젠가 호주에 사는 이 작은 동물 오리너구리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이 재미있는 동물 친구를 더욱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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