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르는 버스

행복을 나르는 버스

(원제 : Last Stop On Market Street)
맷 데 라 페냐 |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옮김 김경미 | 비룡소
(발행일 : 2016/05/04)

※ 2016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행복을 나르는 버스”는 2016년 칼데콧 명예상과 뉴베리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그림책에 그림을 그린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레오, 나의 유령 친구” 의 작가입니다.

맷 데 라 페냐의 따뜻하고 감성 가득한 글과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형식으로 완성한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재기발랄한 그림이 만나 완성된 “행복을 나르는 버스”에는 멋쟁이 할머니와 호기심 가득한 어린 손자 시제이가 나옵니다. 예배가 끝나면 꼭 가는 그곳…… 오늘도 할머니와 시제이는 그곳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오릅니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

할머니와 시제이가 교회를 막 나섰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할머니 우산 속으로 들어가며 시제이가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지 묻자 할머니는 나무들이 목이 마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할머니는 굵은 빨대로 비를 쭉쭉 빨아 먹고 있는 나무들을 보라고 하셨지만 시제이는 아무리 봐도 빨대가 보이지 않았어요.^^

물 웅덩이에 주황색 우산과 시제이의 옷이 어른거리네요. 하얀 머리에 검정 원피스, 커다란 초록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멋쟁이 할머니입니다. 나무들이 굵은 빨대로 비를 쭉쭉 빨아먹는거라 말씀하실 만큼 소녀 감성 가득한 할머니이시기도 하구요.

행복을 나르는 버스

꽃잎에도 지나치는 자동차들 앞 유리창에도 비가 후두두 쏟아집니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시제이는 버스를 탔어요.

기타 줄을 맞추고 있는 남자, 나비가 든 유리병을 든 할머니, 온 몸에 문신을 한 아저씨…… 저마다 나이도 피부색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같은 버스에 탔습니다. 모두에게 활짝 웃으며 먼저 인사를 한 할머니를 따라 시제이도 밝게 인사했어요.

행복을 나르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 수록 더 많은사람들이 버스에 오릅니다. 점박이 강아지와 함께 버스에 탄 아저씨에게 자리를 양보한 시제이는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코로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침 기타 줄을 맞추고 있던 아저씨가 줄을 튕기면서 노래를 시작했어요. 시제이는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들어보았어요.

행복을 나르는 버스

눈을 감고 들으니 씨제이는 음악 소리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 듭니다. 멜로디를 따라 버스 밖으로, 붐비는 도시 밖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붉은 노을이 바다 물결 위에서 피어오르고
새들이 하늘을 미끄러지듯 날아다녔지요.
유리병 속 나비들이 달빛 속에서
자유롭게 훨훨 춤추는 모습도 보였어요.

눈을 감고 상상으로 보는 멋진 세상, 시제이는 음악 소리가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마음을 열고 세상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고, 들리는 것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 시제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납니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이자 오늘의 목적지인 마켓 스트리트에서 내린 시제이와 할머니, 두 사람이 오늘 가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걷던 시제이가 부서진 보도와 망가진 문,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과 굳게 닫힌 상점들을 보고는 또 물었어요. 이곳은 왜 맨날 이렇게 지저분한지를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다구요. 다만 무심코 지나치기에 알아보지 못할 뿐이라구요. 때마침 무료 급식소 건물 위로 무지개가 둥글게 솟아 올랐습니다. 시제이는 늘 생각도 못한 곳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할머니가 신기했어요.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매번 예배가 끝나고 시제이와 할머니가 찾아오는 곳은 바로 무료 급식소입니다. 깜찍한 모자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할머니 옆에서 방긋 웃으면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시제이를 찾았나요?

처음엔 친구들은 아무도 가지 않는 이 곳에 늘 자기만 가는 것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시제이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면서 말했어요.

“할머니, 여기 오니까 좋아요.”

딸아이가 홈스쿨링을 하던 몇 년 전, 아이와 쉼터에 정기적으로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춘기에 막 접어들었던 아이는 처음 봉사 활동을 나섰을 때 부끄럽기도 하고 살짝 무섭기도 하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급식 봉사를 하면서 보니 노숙자 아저씨들이 주변에 흔히 보는 이웃들의 모습과 별다를 것이 없더라는 말을 했었어요. 처음엔 교육 받은 대로 어색하게 “맛있게 드세요~”라며 건네던 인사가 나중에는 미소까지 띄면서 진심을 담아 하게 되더라는 말에 공감을 했었죠.^^ “행복을 나르는 버스”를 읽는 순간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이 마냥 궁금하고 호기심으로 넘쳐나는 어린 손주 시제이에게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시는 멋쟁이 할머니 말씀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무심코 지나치다 아름다운 것을 못 보고 놓치는 일이 없도록 두 눈 크게 뜨고 살펴야겠습니다. ^^ 내가 가진 재능이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좁은 의미의 나눔이라면 나눔을 실천함으로서 세상을 좀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넓은 의미의 나눔일 것입니다. 평범하고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나눔의 의미를 색다른 시각으로 전해주는 그림책 “행복을 나르는 버스”였습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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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최선희
2016/05/31 09:04

오늘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봐야겠어요. 늘 감사하게 보고 있답니다.^^

janmes k
janmes k
2024/01/06 04:21

할머니를 따라 무료급식소로 향하는 시제이의 모습에서 어릴적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로 시장으로 가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할머니의 손은 항상 따뜻했었습니다. 멋진 추억을 불러주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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