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책표지 : Daum 책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세요

(원제 : Era Uma Vez Um Cão)
아델리아 카르발류 | 그림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발행일 : 2016/02/28)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요? ^^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는 한결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아빠와의 대화를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책의 표지에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바라고 있는 개 한 마리가 보입니다. 그 뒤쪽으로 공중부양하는 듯 한 뱀과 뜀박질을 하고 있는 칠면조도 보이네요. 모두의 표정이 익살스럽기 그지없는데요. 동물들의 얼굴만 보면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과연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아이가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옛날 옛날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악어가 살았어.
아니 아니, 악어 말고 개 이야기 해주세요.
옛날 옛날에 몸이 너무너무 가려운 사자가 살았어.
아니 아니, 사자 말고 개 이야기 해주세요.
개 이야기는 모르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아빠의 소리보다 더 컸기 때문일까요. 아이의 질문이 굵고 진한 활자체로 쓰여 있습니다.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는 목청을 가다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옛날 옛날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악어가 살았어.” 우와..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악어라니요.. 악어에게 대체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저는 무척 궁금한 걸요? 그런데 아이는 아빠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아니 아니, 악어 말고 개 이야기 해 주세요”라고 조릅니다. 아빠는 알고 있는 개 이야기가 없었나 봐요. “개 이야기는 모르는데”라고 대답하네요.

그렇다고 포기할 아이가 아니지요. 아이는 다시 아빠를 조릅니다.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그러자 아빠는, “옛날 옛날에 몸이 너무너무 가려운 사자가 살았어” 라며 사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몸이 너무너무 가려운 사자라니… 상상만 해도 웃기네요. ‘대체 사자는 그 가려운 몸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아이는 “아니 아니, 사자 말고 개 이야기 해주세요”라며 다시 아빠의 이야기를 멈춥니다.

재미난 건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아주 솔직하고 고지식한 아빠인 것 같습니다. 보통 아빠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둘 중 하나겠죠. 대부분은 “개 이야기는 엄마가 많이 알아.”라면서 엄마에게 은근슬쩍 떠넘기지 않았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창의력을 발휘해 개 이야기를 지어서라도 들려주거나요. 하지만 그림책 속 아빠는 다시 아이에게 “개 이야기는 모르는데”라며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옛날 옛날에 코가 덜렁대는 돼지가 살았어.” 코가 덜렁대는 돼지라니요. 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키득키득 웃음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성이 차지 않았나 봐요.이렇게 물러설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는 또다시 아빠를 조르기 시작합니다.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이쯤 되면 성격 급한 아빠들은 포기할만도 한데,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는 인내심이 참 대단하죠? 이번에는 한때는 정말 예뻤던 암탉 이야기…… ^^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이는 계속해서 아빠를 조릅니다. 아빠는, 온갖 기상천외하고 해괴한 동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똥 냄새가 지독한 젖소, 고양이를 때려잡은 쥐, 돈을 펑펑 쓰는 코끼리, 왔다가 금방 가버린 황소, 늘 일등만 하는 양, 영화를 좋아하는 하이에나 등…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았나 봐요. 아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졸라대기만 하니까요. 이쯤 되면 없는 이야기라도 만들어서 아이가 원하는 개 이야기를 들려줄 법도 한데…… 과연 아빠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옛날 옛날에 ‘나’라는 말은 못하고 ‘너’라는 말만 하는 칠면조가 살았어.
아니 아니, 칠면조 말고 개 이야기 해주세요.

아! 나도 아는 개 이야기가 있다!

‘나’라는 말은 못하고 ‘너’라는 말만 하는 칠면조마저 아이에게 퇴짜를 맞는 바로 그 순간 아빠에게 아주 멋진 개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토록 개 이야기를 원하던 아이를 바라보며 ‘아! 나도 아는 개 이야기가 있다!’라고 외쳤어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는 “옛날에 아주 아주 착한 개가 살았어”라며 운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아이에게 퇴짜 맞았던 동물 친구들이 모두 등장하는 아주 재미난 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옛날 옛날에 아주 착한 개가 살았는데 어찌나 마음씨가 고운지 친구가 무척이나 많았지.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악어, 늘 일등만 하는 양, 영화를 좋아하는 하이에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부엉이, 오븐 속에 사는 용,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 당나귀, 이빨이 한 개밖에 없는 뱀…

아빠가 이야기를 다 마치자 꼬마는 하나, 둘, 셋을 세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매일 밤 포기를 모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게 하는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는 포르투칼 국민작가 아델리아 카르발류가 쓰고 “잠자는 할머니”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이기도 한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가 그린 책입니다.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는 독특한 전개 방식만큼이나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의 코믹한 그림 스타일입니다. 동작이나 몸은 단순하게 그리고 표정은 과장되게 표현한 점이 주인공의 모습을 더욱 익살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참고로 그림책 뒷부분에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상상하는 유쾌하고 발랄한 동물을 그려보며 직접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지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스스로 빈칸을 채워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해달라고 졸라댔을 때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고 슬그머니 웃음 짓는 녀석들도 있겠죠?  🙂

시종일관 “아빠 아빠,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조르는 아이와, 동물 이야기를 무려 열다섯 가지나 떠올린 후에야 비로소 “아! 나도 아는 개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 아빠와의 대화 장면은 마지막에 등장한 칠면조와 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칠면조는 ‘나’라는 말은 못하고 ‘너’라는 말만 할 수 있어서 ‘너 너 너’ 만 반복하고, 개는 그런 칠면조를 올려다보면서 ‘나 나 나’만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어쩐지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와 꼬마가 바로 이 둘의 모습 같지 않으세요?

사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아빠가 들려주는 듣도 보도 못한 요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이 아니라, 매 쪽 귀퉁이에 그려져 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개입니다. 몸이 가려운 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기도 몸을 벅벅 긁고, 똥 냄새가 지독한 젖소 이야기를 하면 코를 감싸 쥐고 얼굴을 찡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하이에나 이야기를 하면 자기도 극장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는 앙증맞고 우스꽝스러운 작은 개 말입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부엉이나 척척박사 당나귀까지… 싫다고 하면서도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따라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습니다.

반복되는 문장 때문에 이 책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진 다면, 이 책이 지극히 아이들의 시각에서 구성된 책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특히, 한창 이야기를 듣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좋아하는 연령대의 아이라면 이 책에 홀딱 반할 겁니다. 눈높이를 최대한 아이의 시각으로 낮추고, 기상천외한 동물들을 상상하고 연상하면서, 직접 그 동물들이 되어 동작을 함께 만들어 보면서 즐긴다면 상상 이상의 놀라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이제 오늘밤 여러분이 아이에게 들려줄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가 준비되셨나요? 우리 아이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허를 내두를 만한 동물을 여러분이 먼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밤만큼은 아주 멋진 엄마, 아빠가 될 것 같은데요?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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