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지 말걸 그랬어
책표지 : Daum 책
벗지 말걸 그랬어

글/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 옮김 유문조 | 스콜라
(발행일 : 2016/4/28)


윗도리를 쭈욱 잡아 당기고 있는 엄마, 그 아래 드러난 아이의 오동통 귀여운 몸통, 바쁘게 파닥거리고 있는 다리…… 벗기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한바탕 대결은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일상적으로 흔하게 벌어지는 광경이죠. ^^

일상 속 흔한 소재를 그림책 속에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작가, 공감과 재미를 둘 다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림책 속에 세상에 대한 풍자와 삶의 철학까지 날카롭게 담아내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신작  “벗지 말걸 그랬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유쾌하고 재미난 그림책입니다.

벗지 말걸 그랬어

오늘 이야기 역시 시작은 엄마 때문이었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목욕해야지.’라고 말씀하셨거든요.(‘목욕해야지’라는 짧고 단순한 말이지만 엄마의 뒷모습을 봐서는 어떤 핑계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듯한 그런 분위기로 느껴지네요. ) ‘내가 벗을 거야!’라는 아이 말도 무시하고 급하게 벗기려는 엄마 얼굴에 단호함과 피곤함이 가득합니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다 알죠.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안 하면 목욕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벗지 말걸 그랬어

여기까지가 엄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이제부터는 순전히 아이의 고집 때문에 일이 벌어집니다. 엄마가 급하게 벗기려니까 옷이 걸려버렸다면서 아이는 소리 쳤어요.

“혼자서 벗을 수 있단 말이야!”

엄마는 사라지고 없고 옷에 팔과 머리가 걸린 채 아이만 혼자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독특하게도 이렇게 옷이 걸려버린 채로 아이의 상상력이 무한하게 펼쳐집니다.

벗지 말걸 그랬어

처음엔 옷이 걸린 채 이대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아이가 한 엉뚱한 상상은 ‘옷이 걸려 있어도 훌륭하게 자라는 사람은 많을 거야’ 였어요. 옷이 걸려 있다 뿐이지 남들과 다른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옷이 걸린 게 큰 문제는 아닌것 같았어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생각납니다. 목이 마를 때는? 고양이가 배를 간지럽히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해결 방안이 생겼다 싶으면 다시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나고 또……

벗지 말걸 그랬어

그래! 괜찮아! 나는 쭉 이대로 살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고민에 빠져있던 아이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대로 쭉 살겠다 결심했어요. 웃옷이 훌러덩 올라간 아이 몸통이 귀여운 캐릭터의 얼굴 같네요. 다리 달린 야채 같기도 하구요.

이대로 쭉 살기로 결심했지만 배가 조금 시려오기 시작했어요.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엄마한테 벗겨 달라 하고 목욕을 할까 생각했다가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혼자 벗겠다고 뒹굴뒹굴 꿈틀꿈틀, 엎치락 뒤치락……

벗지 말걸 그랬어.

결국 이런 모양새가 되고 말았어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죠. 이런 꼴이 되었는데 때마침 드르륵~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오셨습니다. 엄마의 표정, 보이지는 않지만 상상이 되서 더 웃음이 납니다.

이제는 목욕을 더 미룰 수도 없어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끝까지 혼자 벗어보겠다고 엄마의 부아를 돋을 수도 없어요. 자존심을 내세우기엔 이미 모양새가 너무 빠져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지지 않았을까요? ^^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마도 예측 가능 할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들은 늘 예측 이상의 재미를 남겨주니 꼭 마지막 장면을 확인해 보세요.

아이가 내 생각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엄마와 자아를 인지하기 시작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내세우다 보니 종종 아이와 엄마 사이에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곤 하죠. 그 기싸움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작가의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 “벗지 말걸 그랬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네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마음도, 또 엄마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가기도 하구요. ^^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등의 작품을 통해 참신하고 새로운 상상의 틀을 마련한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재미와 유머가 감칠맛 나게 담겨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그림책마다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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