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글/그림 홍나리 | 한울림스페셜
(발행일 : 2015.09.25)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빠가 같이 자전거를 못 타서 미안해.”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다정한 모습의 부녀. 산책로를 따라 다른 아빠와 아이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딸에게 함께 자전거를 타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러자 딸아이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공원에서 예쁜 꽃을 보는 게 좋아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신나는 여름 바닷가에서 아빠는 딸에게 “우리 같이 신나게 헤엄치고 놀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말하며 아쉬워 합니다. 하지만 딸은 서운해 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해변에서 모래성 만드는 게 좋아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비를 입고 이리저리 첨벙첨벙 뛰어노는 다른 집 아빠와 아이들을 보며 아빠는 또 미안해합니다.

“비오는 날에는 밖에서
첨벙첨벙 빗물 놀이를 하고 싶진 않니?”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니요, 아빠.
비 오는 날에는 아빠가 만들어 주는 코코아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고 싶어요.”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마주 앉아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부녀의 모습이 참 다정해 보입니다. 달콤한 코코아 향기가 느껴질만큼 말이죠.

그런데 아빠는 왜 늘 딸아이에게 미안해하는 걸까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잠깐 그림책의 맨 앞으로 돌아가 볼까요? 그림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딸아이가 아빠를 소개합니다.

우리 아빠는 걷지 못해요.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대요.

아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아…… 아빠는 어려서부터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만 하는 분이었네요. 그래서 늘 딸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했나봅니다.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와 함께 신나게 뛰어 놀아주지 못해서……

하지만 아빠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네요. 그림책 첫 부분에서 딸아이가 아빠를 소개할 때 말고는 지금까지 보여준 어느 그림에서도 아빠의 휠체어는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말이죠. 딸아이에게는 아빠의 휠체어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 아빠가 다른 아빠와 다르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을, 딸에게는 그저 아빠만 보일 뿐이고 아빠와 함께 하는 그 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할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내 친구들은 가끔 아빠와 함께
스키도 타고 바나나보트도 탔다고 자랑해요.

그럼 나도 친구들에게 말해요.
나는 아빠가 멋진 요리사로 변신해서 좋고,
아빠랑 그림 그리는 건 언제나 신난다고요.
또 아빠랑 같이 있으면 새도 다람쥐도 모두 친구가 된다고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빠는 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빠와 매일매일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요.”

아이와 함께 뛰어 놀아주지 못해서 늘 미안해하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언제나 괜찮다며 위로해주는 딸. 아이를 향한 부모의 애틋함이야 굳이 장애인 부모가 아니어도 다 똑같은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린 딸아이의 아빠를 위한 가슴 찡한 위로는 그림책을 보는 내내 마음을 짠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인터넷 어디선가 보았던 글인데…… 길거리에서 호떡을 파는 아저씨에게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는 물음에 이런 대답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들이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는 씨익 웃으며 “아빠, 우리 호떡 주세요!”하고 외치던 날이었다고, 아들 친구 녀석들도 서로 자기 먼저 달라며 왁자지껄 떠들던 바로 그날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고, 길에서 장사하는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야! 우리 아빠 호떡 진짜 맛있어!”하며 오히려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러워하던 그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입니다.

그림책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의 아빠 마음도 그랬겠죠? “나는 아빠와 매일매일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요.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딸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요? 그리고 아빠는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한없이 사랑스런 딸아이를 번쩍 들어올려 꼭 안아주지 못해서 말입니다.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런던으로 훌쩍 떠났던 홍나리 작가는 이방인이 되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그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2015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해외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과 싱가폴 등의 나라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아빠와 딸아이의 가슴 찡한 사랑이 담긴 그림책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였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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