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
책표지 : Daum 책
아빠 생각

(원제 : Derrière le Mur)
엘자 발랑탱 | 그림 이자벨 카리에 | 옮김 김주열 | 씨드북
(발행일 : 2015/04/05)


아빠 생각

아빠가 저녁을 만들어 주신지도 한참 됐습니다. 학교로 나를 데리러 오시지 않은지도 벌써 몇 주 째고요.

아빠 생각

아빠는 다음에 단 둘이서 바다에 놀러 가자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는 둘이서 실컷 모래밭을 달리기도 하고 커다란 파도를 타며 신나게 헤엄칠 수 있을 거예요.

아빠 생각

선생님이 물으셨어요. 수영장에 갈 때 부모님이 오실 수 있냐고요. 나는 아빠가 오실 수 없어서 속상해요. 수영이라면 아빠들 중에 우리 아빠가 최고인데 말이죠.

아빠가 나에게 화를 내신지도 오래되었어요. 집안 곳곳에 내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는데도 말이죠. 엄마는 바쁘고 피곤해 보입니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고 얼굴이 부쩍 여위여 보여요.

아빠 생각

내가 아빠에게 줄 그림을 그렸는데, 그걸 본 아빠의 표정이 슬퍼 보였어요. 신나는 그림이었는데 말이죠.

우리가 함께 축구를 한지는 정말 오래되었어요. 아빠는 내가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텔레비전은 고장난지 두 달이나 되었고 아빠랑 엄마가 말다툼을 한 것은 백만 년은 된 것 같습니다.

아빠 생각

엄마는 말합니다. 아빠가 돌아오실 때 쯤 동생은 세살이 될 거라고요. 아빠를 보러 갈 때마다 아빠는 내게 말합니다.

“녀석, 많이 컸네!”

저는 아빠에게 차마 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다고요.

아빠 생각

동생이 세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어쩌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런 걸요.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은 아빠와 잠시 동안 이별하게 된 주인공 캉탱의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함께 한 기억에는 좋았던 기억도 있고 나빴던 기억도 있습니다. 함께 축구를 하거나 등을 간질이던 기억도 있지만 화를 내거나 엄마랑 말다툼을 하던 기억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아빠와 만날 수 없게 되니 그 모든 시간이 다양한 색으로 그려진 그림처럼 모두 좋았던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아빠가 없는 지금 캉탱의 마음은 흑백 색연필로 그려진 어둡고 닫힌 세계입니다.

이 책은 어째서 캉탱이 아빠와 떨어져 있게 되었는지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빠와 한동안 이별하게 된 캉탱의 슬픔을 조근조근 따라가다 보면 아빠가 어디에 가 있는지를 그림으로 만나게 됩니다.

아빠가 있는 곳은 담이 높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면회실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그곳을 교도소라고 부릅니다. 어린 캉탱에게는 교도소가 어떤 곳인지, 어째서 자신의 멋진 아빠가 그곳에 가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분명 쉽지 않을 것입니다. 캉탱의 마음속에 아빠는 늘 영웅이기만 하니까요. 캉탱은 말합니다.

엄청 힘든 일은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내겐 그런걸요.

“싸워도 우리는 친구!”, “아나톨의 작은 냄비”, “다른 쪽에서” 등 이자벨 카리에의 다른 그림책에서 보았던 주인공의 모습처럼 말랑말랑하고 동그란 얼굴을 가진 아이가 이 그림책에도 등장해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을 줍니다. 이자벨 카리에는 많은 작품을 그리는 것 보다 자신의 감성과 맞는 글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 관계, 소통,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편견을 그림책으로 전달해 온 그녀가 이 이야기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 것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녀의 관심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는 밝은 부분뿐만 아니라 어두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때로 그러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할 때가 있지요. “아빠 생각”은 그동안 그림책에서 쉽게 다루지 못했던 교도소나 이별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고 담담하게, 열린 결말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캉탱의 마음을 조용조용히 따라가는 엘자 발라탱의 서정적인 글과 이자벨 카리에의 귀여우면서도 정감 가는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따뜻한 교훈과 감동을 전달하는 그림책입니다.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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