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맥스

아트 & 맥스

(원제 : Art And Max)
글/그림 데이비드 위즈너 | 옮김 김상미 | 베틀북
(발행일 : 2010/11/05)


그림책 소개 페이지에 소개할 그림책 장면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커다란 고민거리입니다. 이 그림이 더 나을지 저 그림이 더 나을지 갈등하면서 그림 고르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죠. 그런데 이 행복한 고민을 아주아주 힘들게 하는 작가가 있어요. 페이지마다 모든 그림들이 너무 좋고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진진하게 연결되어 그림 한 장 고르는데 여러 번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작가, 바로 데이비드 위즈너입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예술입니다.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품은 멋진 그림들은 볼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놀랍죠. 그림 그리는 친구 아서에게 진짜 아트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맥스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아트 & 맥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아트 & 맥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친구 아서를 향해 맥스가 전속력으로 달려 와서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졸라 하얀 캔버스를 하나 받았어요. 처음엔 아주 신이 났지만 어쩐지 그림 그리는 일이 막막해진 맥스는 아서에게 뭘 그려야 하는지 물었어요. 한 번쯤 커다란 도화지 앞에서 머리가 하얗게 된 경험이 있지 않나요? 맥스처럼 말이죠.

아트 & 맥스

그런 맥스에게 아서가 자기를 그려도 된다고 말했더니 엉뚱한 맥스는 아서의 몸을 물감으로 칠해버렸어요. 널 그리고 있다면서 말이예요. 장난끼로 똘똘 뭉친 맥스의 표정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재미있어 보이면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아들 같아요. 아서의 표정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질겁하는 엄마 모습 같구요.^^

물감 범벅이된 아서가 화가나 두 주먹 불끈 쥐고 맥스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는 순간 아서 몸에 말라 붙었던 유화 물감이 빠지직 갈라져 버렸어요.

아트 & 맥스

조각조각 깨져 사방으로 튀고 있는 아서의 물감 껍질! 오돌도톨 도마뱀의 피부결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물감 조각들, 날아가는 모델 도마뱀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작품(?)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맥스의 표정까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재미난 그림 한 장입니다.

한꺼풀 벗겨진 아서의 몸에 은은한 파스텔 가루 흔적이 남았어요. 아서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 아주 놀라워 하고 있는데 맥스는 뭔가 생각난 듯 커다란 선풍기를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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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몸을 감싸고 있던 파스텔 가루가 선풍기 바람에 날아갑니다. 그 바람에 산산조각 났던 유화 조각들도, 자그마한 모델 도마뱀들도 날아갔죠.  커다란 아서가 눈을 질끈 감고 있고 선풍기를 잡고 작은 도마뱀이 날아가지 않도록 손 잡아주는 맥스,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작은 도마뱀의 과장된 표정이 웃음을 유발하네요. 파스텔 가루의 날림이 아주 실감이 나는 장면입니다.

실컷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고 나서 맥스는 아서에게 물을 권했어요. 벌컥벌컥 아서가 물을 마시자 어째 주변에 맴돌던 작은 모델 도마뱀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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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신 아서의 몸에서 색깔이 빠져나가고 이제 가느다란 선만 남았어요. 아서의 우스꽝스럽고도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맥스는 놀라운 듯 외쳤어요.

우아!

화를 낼 힘조차 없어진 아서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맥스는 가지 말라며 그의 꼬리를 잡아당겼죠. 그러자……

아트 & 맥스

마치 뜨개실이 풀리듯 아서의 몸이 모두 풀리고 이렇게 선만 남았습니다. 꾸깃꾸깃 꼬부라진 실오라기를 잡고 이제서야  제대로 아서의 이름을 부르던 맥스는 한 번 해보기로 했죠. 아서를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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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를 전혀 닮지 않은 모습에서 시작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법 실오라기들이 아서를 닮아갑니다. 장난기 넘쳤던 덜렁이 맥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합니다. 마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려낸 것 같은 그런 예술가의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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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바닥에 흘려진 물감들을 진공청소기로 흡수해서 완성된 아서의 몸에 뿌렸어요. 이 장면은 액션 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이 물감을 뿌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네요. 2차원이었던 아서가 물감을 맞고 입체적으로 되살아났어요. 물감통 속 각각의 색상들이 잭슨 폴록의 손끝을 거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 그림으로 살아나듯이 말이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살아난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던 아서가 말합니다.

이거 정말 멋지다!

그리고는 다시 붓을 쥐었어요.

아트 & 맥스

아서의 그림 기법이 확연히 달라졌네요. 마치 물감이 날아서 선인장 위로 던져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와 반대로 처음에 하얀 캔버스를 보고 질렸던 맥스는 아서 옆에서 자신만만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으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구요. 모델이었던 작은 도마뱀들은 이번엔 맥스를 위해 재미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신나고 흥분되는 건지 그 마음을 맥스와 아서의 표정이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아트 & 맥스”를 읽고나면 무언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듭니다. 고정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예술은 진정한 의미를 지니는 것 아닐까요?

“시간 상자” 이후 다음 작품을 고민하던 데이비드 위즈너는 새로운 시도를 고민한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해요. 예술이라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유분방한 맥스를 통해 아주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아트 & 맥스”는 자유분방한 상상을 좋아하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모습을 꼭 닮아있는 작품입니다.

아트 & 맥스
표현에 점점 눈떠가는 맥스의 표정 변화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맥스의 표정 변화가 참 재미있네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미 그림만큼은 자신 있었던 예술가 아서의 표정 변화랍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맥스가 진정한 예술을 경험한 후 어떻게 표정이 변하는지 비교해 보세요.

아트 & 맥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아서의 표정 변화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서에게 그대로 나와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데이비드 위즈너 역시 마지막 장면의 아서처럼 웃고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흠, 저는 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저렇게 씩~ 웃고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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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수
정경수
2016/06/26 22:39

저도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성은 인정합니다. 글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작가의 글을 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포스팅 된 글을 항상 읽으면서 너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16/06/26 22:44
답글 to  정경수

정경수님, 반갑습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들은 언제나 참 좋죠! ^^
편한 밤 보내시고 새로운 한 주 힘차게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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