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책표지 : Daum 책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원제 : Monsieur Scarlatine )
글 그림 에릭 바튀 | 옮김 박나리 | 책속물고기
(발행일 :  2016/06/15)


지렁이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친환경 이미지 때문이었을까요?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이라는 제목을 듣고 ‘지렁이가 세균을 삼켜서 그 세균을 분해해 고운 흙을 만들어 토양을 더욱 기름지게 만든다?’는 상상을 먼저 했거든요.

불어로 된 원서 제목을 찾아보니 ‘Monsieur’는 ‘Mr’란 뜻이고 그 뒤에 붙은 ‘Scarlatine’은 ‘성홍열’이란 뜻이더군요. 성홍열은 목의 통증과 함께 고열이 나고 그림책 제목 글자 중 ‘세균 아저씨’에 피어난 빨간 반점처럼 전신에 발진이 생기는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지렁이가 주인공이 아닌 심술 궂은 세균 아저씨 성홍열 이야기입니다.(성홍열, 어째 사람 이름 같네요.^^)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만나면

늪지에 숨어있는 손톱보다 작은 세균 아저씨, 나쁜 병을 옮기는 세균다운 표정입니다. 어떻게 여기를 빠져 나가 병균을 옮길까 이런 생각 중인 걸까요? 세균 아저씨가 걸터앉아 있는 작은 바위들도 근심 가득한 표정입니다.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만나면

마침 그곳을 지나치던 지렁이가 먹이로 착각해 세균 아저씨를 통째로 꿀꺽~ 삼켰어요. 그리곤 온 몸에 빨간 반점이 나면서 힘이 쭉 빠졌죠.

세균 아저씨를 삼키는 지렁이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바위들 표정 좀 보세요. 이제까지 잔뜩 심술 궂은 얼굴이었던 세균 아저씨는 지렁이에게 잡아먹히는데 아주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네요.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설레여하는 표정 같습니다.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성홍열에 걸린 지렁이를 물고기가 삼켰고 그 물고기를 악어가 덥석 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세균 아저씨는 지렁이에게서 물고기로, 물고기에게서 악어로 옮겨 갔죠. 세균 아저씨가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옮겨 가는 동안 먹이를 잡아먹은 동물들에게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우선 지렁이는 온 몸에 빨간 반점이 나면서 힘이 빠졌고, 지렁이를 먹은 물고기는 빨간 반점과 함께 열이 났어요. 물고기를 먹은 악어는 속이 울렁거렸구요. 악어 이빨 사이에서 고기 조각을 빼 먹던 악어새는 부들부들 몸이 떨렸죠.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만나면

늪지에 있던 세균 아저씨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늪지를 벗어났어요. 그리고 이제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벗어나 다른 방법으로 세균이 옮겨지기 시작했어요. 악어 이빨 사이에 낀 고기를 먹은 악어새가 날아가다 똥을 누었고 마침 악어새 새똥이 묻은 줄 모르고 풀을 뜯은 엄마 얼룩말에게 빨간 반점이 돋아났어요. 그리고 엄마 얼룩말에게 뽀뽀를 한 아빠 얼룩말에게로 세균 아저씨가 옮겨갔어요. 시름시름 앓는 아빠 얼룩말을 사자가 사냥했구요.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성홍열에 걸린 얼룩말을 맛있게 먹은 사자는 엉덩이에 빨간 반점이 나고 딸기혀가 되었죠. 온몸이 가렵기도 했고 머리도 아파진 사자가 잠에서 깨어나 크게 재채기를 할 때 세균 아저씨가 툭 튀어나왔어요. 이 때 누군가 곁에 있다 사자의 재채기를 맞았다면 세균 아저씨는 또 누군가에게로 옮겨갔겠죠? 다행히 사자가 재채기 할 때 튀어나온 세균 아저씨는 원래 있던 축축한 늪 속에 떨어졌어요.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늪으로 돌아간 세균 아저씨는 배가 고파 작은 초록색 먹이를 냉큼 삼켰죠.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분명한 것은 인과응보의 결말이라는 사실!

세균 아저씨가 깔고 앉은 바위는 고것 참 쌤통이다~란 표정으로 웃고 있어요. 작고 까만 물고기들은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표정으로 일관되게 나오고 있구요. 못된 세균 아저씨 이야기지만 마지막 장면 때문에 바위처럼 웃게되네요.

먹이사슬을 통해 시작된 세균이 공기, 뽀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나가는 상황을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그림책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 재치 넘치는 그림과 함께 심술 궂은 세균 아저씨를 통해 병의 증상과 병이 옮겨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보고 나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네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손을 깨끗이 씻고, 병이 유행할 때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며 내가 병에 걸렸을 때는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아마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세균 아저씨의 심술 궂으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이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살려주는 그림책 “지렁이가 세균 아저씨를 꿀꺽 삼키면”이었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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