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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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

글/그림 안녕달 | 창비
(발행일 : 2016/07/04)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인적 없는 푸른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밟으면 폭신폭신 따뜻할 것 같은 고운 모래 사장 위에 꽃무늬 수영복을 입은 할머니와 오동통 귀여운 강아지… 그림책 표지부터 면지에 이르기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숨 막히는 더위를 잠시라도 식혀주는 것 같습니다. 넓고 푸른 바다를 보고 멍멍이가 아주 신이 났네요. 반으로 가른 수박을 들고 멍멍이를 따라가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분홍색 꽃무늬 수영복이 참 곱습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어쩐 일인지 선풍기 강풍 버튼마저도 말썽인 몹시 더운 여름 날입니다. 무더위에 입맛도 떨어진 할머니가 밥 한 술 뜰까말까 멍하니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바닷가로 피서를 다녀와 까맣게 탄 손주가 엄마 손을 잡고 할머니를 찾아왔어요.

할머니의 여름휴가

할머니에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손주는 힘들어서 바다에 갈 수 없는 할머니를 위해 바다 소리를 선물했어요. 바다에서 가져온 커다란 소라를 할머니 귀에 대고는 손주가 묻습니다.

“들려요, 할머니?”

검게 그을린 손주와는 달리 여름 내내 집에만 계셔서 햇빛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하얀 할머니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져나오구요. 소라를 할머니 귀에 댄 손주의 얼굴에는 즐거운 함박 웃음이 퍼져 나옵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할머니와 손주는 소라껍데기 하나로 푸른 바다를 공유합니다. 소라껍데기에서는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게가 움직이는 소리 등 바다 내음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마도 이번 휴가에 손주가 보고 온 바다 풍경이겠죠. 손주가 할머니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할머니 역시 꼭 가보고 싶었던, 할머니의 추억 속의 바로 그 바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손주와 며느리가 돌아가고 할머니와 강아지 메리만 남았어요. 선풍기는 여전히 윙윙윙 시원찮은 소리를 내면서 돌아갑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있구요.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날 오후, 할머니가 깜빡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메리가 소라껍데기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빨간 게 한 마리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타닥타닥타닥 왈왈왈왈왈… 소라껍데기 속으로 쏘옥 숨어들어가는 게를 따라 메리도 소라껍데기에 고개를 쑤욱~ 들이밀었어요. 할머니가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라껍데기 속으로 들어갔던 빨간 게와 메리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소라 안으로 들어갔다 온 메리의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할머니가 분주히 무언가를 챙기십니다. 서랍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옛날 수영복, 우산꽂이에 꽂혀있던 커다란 양산, 이불장 아래 고이 접어둔 돗자리, 그리고 잘 익은 수박 반쪽. 할머니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커다란 양산을 들고 돗자리 하나와 수박 반쪽을 챙겨들고 메리와 함께 소라 안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의 여름휴가

할머니의 여름 휴가

그렇게 할머니와 메리만의 신나고 즐겁고 시원한 여름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에메랄드빛 시원한 바닷물에 몸도 담궈보고 배고픈 갈매기와 잘 익은수박도 나눠 먹고 볕 좋은 바닷가에서 뒹굴뒹굴 앞뒤로 골고루 살도 태우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맘껏 느껴본 멋진 여름날입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할머니의 모습이 한층 건강해 보입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할머니는 바닷가 기념품 가게에서 마음에 쏙 드는 기념품도 하나 샀죠.(할머니가 산 기념품은 무얼까요?)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할머니의 여름휴가

어느덧 해가 저물었어요. 할머니가 기념품 가게에서 사온 기념품 덕분에 선풍기도 시원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갑니다. 텔레비전에서는 할머니가 보고 온 바다와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요. 낮에 우두커니 앉아 텔레비전에 나오던 바다를 부러운 듯 바라보던 할머니의 외롭고 쓸쓸해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아주 편안해 보이는 할머니와 메리. 쇼파 뒤 거실 벽에 걸린 시원한 계곡 풍경이 담긴 액자 그림이 꼭 지금 할머니와 메리의 마음 같아 보이네요. 할머니와 메리의 단란한 저녁 시간을 구석에서 빨간 게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어요.

싱그러운 여름날 저녁입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여름휴가 전 할머니의 모습(좌)/ 여름휴가 후 건강하게 그을린 할머니의 모습(우)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수박 수영장”으로 지난 여름 더위를 시원 달콤하게 날려준 안녕달 작가의 신간 그림책입니다. 손주가 전해준 소라껍데기를 통해 꿈결처럼 멋진 여름휴가를 즐기고 돌아온 할머니의 휴가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도 또 조금은 짠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펄펄 끓는 심장을 가진 청춘들에게도, 이제는 당신 몸 하나 가누기도 힘겨운 할머니에게도 여름은 뜨겁고 짜릿한 계절입니다.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바닷가에서 보내는 짧은 하루짜리 휴가 중에도 느릿느릿 움직이며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할머니에게도 여름휴가는 똑같이 달콤합니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 상상의 여지를 두루 남겨놓은 여백이 많은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잘 쉬었다 돌아온 할머니의 행복한 모습처럼 올 여름휴가, 편안하게 푹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우리를 응원해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