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씨를 삼켰어!

수박씨를 삼켰어!

(원제 : The Watermelon Seed)
글/그림 그렉 피졸리 | 옮김 김경연 | 토토북
(발행일 : 2014/06/30)


수박씨를 삼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포도씨를 삼키면, 사과씨를 삼키면…? 어른들이 보기엔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아이들은 하루종일 그 일 때문에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사소한 일로 시작한 걱정이 상상력과 만나 어마어마한 일로 부풀려 질 때도 있죠. 어른들이 들으면 한없이 귀엽거나 한없이 우스꽝스러운일이 될 수도 있지만요.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 꼬마 악어처럼 말입니다.^^

수박씨를 삼켰어!

아삭아삭 수박을 베어먹고 있는 꼬마 악어 표정 좀 보세요. 무더운 여름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앞에서라면 제 표정도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꼬마 악어가 수박을 먹을 때 나는 소리는 달콤한 분홍색입니다. 분홍색 글자가 달달하고 즙 많은 수박을 연상 시키네요.

수박, 진짜 좋아!

아주 쪼그만 아기였을 때부터 수박을 좋아했다는 꼬마 악어는 아침, 점심, 저녁 거르지 않고 수박을 먹을 만큼 수박이 진짜 진짜 좋대요.

그런데…….

수박씨를 삼켰어!

그렇게 좋아하는 수박 한 조각을 공중에 날려 낼름 받아서 꿀꺽 삼킨 순간…… 어째 꼬마 악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보이죠? 수박이 목에 걸리기라도 한 걸까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악어의 표정이 깜짝 놀란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 작고 앙증스러운 모습에 걱정스러운 마음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앞서는데요.^^

간결한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는 작가 그렉 피졸리는 책 속에 구구절절 긴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야기 씨앗을 툭 던져놓고 독자의 상상력에 나머지를 맡겨준 덕분에 그림책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더욱 즐거워지곤 하죠.

수박씨를 삼켰어!

헉, 씨를 삼켰어!

꼬마 악어가 그토록 놀랐던 이유는 바로 수박씨를 삼켰기 때문이라네요. ‘아, 그거? 괜찮아. 그거 삼키면 내일 아침에……’하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네요.^^

이제 뱃속에 들어간 작디 작은 수박씨는 꼬마 악어의 상상력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수박씨를 삼켰어!

꼬마 악어의 상상 속에서는 수박씨 하나가 이미 커다란 수박 하나로 뱃속에 자리잡았어요. 뱃속에 자리잡은 수박 때문에 귀에서 수박 넝쿨이 끝도 없이 나오고, 배도 수박 처럼 뚱뚱해지고, 초록색이던 몸도 분홍색으로 변하고 말거라는 꼬마 악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수박씨를 삼켰어!

어쩌면 과일 샐러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까지 이르자 꼬마 악어가 눈물을 흘립니다.(꼬마 악어는 잔뜩 시름에 잠겨 눈물을 보이고야 말지만, 샐러드 그릇에 담긴 꼬마 악어 샐러드 한 조각의 표정이 하도 귀여워서 악어와 슬픔을 나눌 겨를이 없네요 ^^)

제발
누구 날 좀 도와주세요!

그림책 속 꼬마 악어처럼 구석자리에서 웅크린 채 아이들이 우는 데에는 아주 다양한 이유가 있곤 하죠. 제 나름대로는 아주 심각하기까지 한 이유들도 있고 말이죠. ^^ 꾸르륵 꾸르륵 대는 뱃속 걱정을 하다보니 꼬마 악어는 씨가 자꾸만 쑥쑥 자라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수박씨를 삼켰어!

그러다 커다란 트림을 하고 말았어요.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하고 말입니다. 수박 좋아하는 꼬마 악어는 트림도 수박을 닮았습니다. 빨강과 초록이 겹쳐진 글자가 진동하듯 입속에서 튀어나오는 커다란 트림 소리를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네요.

커다란 트림 덕분에 꼬마 악어 속을 그렇게도 썩혔던 까맣고 조그만 수박 씨앗이 뱃속에서 툭 튀어나왔어요.

수박씨를 삼켰어!

꼬마 악어의 커다란 걱정에 비해서는 너무너무 작은 수박 씨앗! 그 작은 수박씨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꼬마 악어는 그토록 속 썩이던 녀석을 들여다 보면서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젠 수박 안 먹어.

다시는 안 먹어!

글쎄요. 아주 아기때부터 수박을 엄청나게 사랑해온 꼬마 악어가 이참에 수박을 완벽하게 끊을 수 있을까요? ^^

꼬마 악어가 하는 말들로 아주 간결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 그림책은 글만큼이나 단순한 선과 색상의 그림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렉 피졸리는 이 그림책에서 판화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꼬마 악어를 상징하는 연두색과 수박을 상징하는 분홍색 외에 강조하는 느낌으로 사용한 까망색 그리고 군데군데 들어간 하얀색들의 조화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요.

수박을 먹다보면 수박씨 먹는거야 흔한 일인데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나도 어릴 때 그랬었지 아마……? 하는 생각에 웃게 되는 그림책, 아삭아삭! 츠릅츠릅, 꼴딱꼴딱!, 꿀꺽…… 수박 먹는 소리만 들어도 자꾸만 츠릅츠릅하게 되는 그림책 “수박씨를 삼켰어!”였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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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최선희
2016/07/22 07:54

ㅎㅎ 악어가 정말 귀여워요.
생각해보니 씨나 껌, 사탕, 얼음 등등
갑자기 꿀꺽 넘어갔을 때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가온빛에 나온 좋은 책 찾아보는 즐거움이 저에게는 무척 귀중한 일중 하나랍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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