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우 아저씨

붉은 여우 아저씨
책표지 : Daum 책
붉은 여우 아저씨

송정화 | 그림 민사욱 | 시공주니어
(발행일 : 2015/11/25)


‘붉은색’은 보통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강렬한 느낌의 붉은색은 열정과 사랑을 상징합니다. 붉은색이 많이 사용된 표지 그림 역시 강렬합니다. 주홍빛에 가까운 하늘, 붉은 재킷, 붉은 모자, 붉은 신발…… 등장 인물들이 모두 붉은 색상의 물건 하나씩을 소유하고 있어요. 이중에서 붉은 재킷을 입고 한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여우가 바로 이 그림책 제목에서 소개한 붉은 여우 아저씨겠죠?

붉은 여우 아저씨

흰 털을 가지고 있지만 붉은 모자, 붉은 신발, 붉은 가방에 붉은 옷을 입고 다녀서 ‘붉은 여우 아저씨’라 불리는 여우 아저씨는 친구에게 전해 줄 것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

붉은 모자 아저씨가 숲에 이르렀을 때 키 큰 나무에 홀로 앉아있던 대머리 독수리가 아저씨의 붉은 모자를 낚아채 갔어요. 대머리 독수리는 붉은 모자 덕분에 더 이상 대머리라고 놀림을 받지 않게 되었다면서 붉은 여우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죠.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잘 된 일이라면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함께 가자고 독수리에게 말했어요. 그동안 혼자여서 외로웠다던 대머리 독수리는 선뜻 아저씨를 따라나섭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 붉은 여우 아저씨는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빼앗기게 됩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던 버드나무는 붉은 신발을, 알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던 숭어는 여우 아저씨의 붉은 가방을 빼앗아 갔어요.

일련의 사건들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다음 번에는 또 누가 여우 아저씨의 물건을 가져갈지 미리 예측할 수 있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와 동행하고 있는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는 행복한 표정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앞서가고 있는 숭어의 표정은 몹시 불편해 보여요. 다음은 숭어 차례입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

여우 아저씨의 물건을 채가기 전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는 몹시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어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붉은 여우 아저씨

하지만 아저씨가 지닌 물건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난 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바뀌어 붉은 여우 아저씨에게 고맙다 인사합니다. 이들의 사정을 들은 여우 아저씨가 한 말은 그저

‘그것 참 잘 됐구나.’

라는 한 마디였어요.

혼자였던 붉은 여우 아저씨 곁을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가 함께 하게 되었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하나 둘 빼앗기면서 본연의 하얀 여우 모습이 점점 드러나고 있지만 물건의 빈자리를 대신해 들어선 친구들의 모습이 참 든든해 보입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

어느새 밤이 찾아왔습니다. 하얀 눈이 내린 고요한 마을을 지날 때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작은 집 앞에 웅크리고 있는 한 아이를 보았어요. 아이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있는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 합니다. 여럿이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붉은 여우 아저씨와 친구들의 모습에 대비되어 아이의 모습이 더욱 작고 추워 보이네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딱 하나 남아있던 붉은 외투를 벗어줍니다. 그 모습을 본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는 이렇게 물었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 이제 친구를 만난 거예요?”

붉은 여우 아저씨

“그럼, 친구를 만났고 말고.”

아저씨의 물건을 전해받은 이들이 모두 한결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어요. 이제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무언가를 갈구하며 슬퍼보이는 이들도 없어요. 모두가 몸을 밀착시키고 따뜻한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따뜻한 사랑으로 뭉친 이들에게 한겨울 추위 따위 걱정 없어 보입니다.

대머리 독수리도 버드나무도 숭어도 깨달았을 거예요. 자신들이 먼저 달려가 아저씨의 물건을 낚아채지 않았어도 분명 아저씨는 어린 꼬마에게 했듯이 기꺼이 먼저 자신의 물건을 내어주었으리라는 것을요.

붉은 여우 아저씨

이제는 하얀 털만 남은 여우 아저씨를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와 꼬마 아이의 모습으로 묘사한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하얀 털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아저씨의 순수함을, 아저씨가 지니고 있었던 붉은 모자, 붉은 신발, 붉은 가방, 붉은 옷은 아저씨의 뜨거운 사랑을 상징합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에게서 붉은 옷을 입고 하얀 수염을 기른 산타 할아버지가 떠오르네요.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넉 달이나 남았으니 앞으로 울지말고 착한 일 열심히 해야겠는걸요.^^

물질적인 도움도 나눔이지만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나눔일 것입니다.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선뜻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경험한 이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아낌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거예요. 선행이 선행을 낳는 아름다운 세상, 여우 아저씨가 꿈꾸는 세상이겠죠?

화려한 색감, 반복되는 패턴으로 다음 번에 누가 나올지 예측하는 재미와 함께 나눔과 배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 “붉은 모자 아저씨”.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모든것을 다 갖게되는 아저씨의 모습이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붉은 여우 아저씨

  1. 아이들과 함께 붉은 여우 아저씨를 읽었어요. 아저씨가 찾으러 가는 친구는 누구일까? 만약 너희가 붉은 여우 아저씨 였다면 자기 물건을 뺏겼을 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진정한 나눔이 무엇일까. 물질적인 나눔이 아닌 마음의 나눔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가온빛을 통해 그림책 공부를 많이 하고있어요. 감사합니다 ^^

    1. 안녕하세요? 하정민님…^^
      “여우 아저씨”는 추운 겨울에 읽으면 마음부터 따뜻해지는 그림책이죠.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 속에 온기가 가득 느껴지네요.
      정민님도 행복하고 즐거운 연말연시 되세요. 응원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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