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물고기

수다쟁이 물고기
책표지 : Daum 책
수다쟁이 물고기

(원제 : C’est l’histoire du poisson bavard)
글/그림 레미 쿠르종 | 옮김 권지현 | 씨드북
(발행일 : 2016/02/01)


일곱 살이 되는 생일날이었어요. 부모님은 나에게 작은 친구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수다쟁이 물고기

가게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는 마음에 드는 친구가 없어 한참 망설였어요. 막 포기하려는 그 때 뒤에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뒤를 돌아본 나는 어떤 물고기 한 마리에게 한 눈에 반해 버렸어요. 나는 그 물고기에게 핀두스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친구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거든요.

그런데 핀두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엄청나게 시끄럽다는 거였지요. 핀두스가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 우리 가족은 물이 끓어 넘치는 줄 알고 놀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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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두스는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나는 핀두스가 내 뿜는 거품 소리를 빠짐없이 적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핀두스의 암호를 풀어낼 수 있었지요.

“꼬르륵 꼬르륵, 배고파.”
“쉬, 쉬 마려워.”
“재미있는 동화책 읽어 줘.”
“지금은 하나도 안 졸려.”
“맛있는 과자가 먹고 싶어.”

수다쟁이 물고기

그중에서 핀두스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어항이 너무 작아. 숨이 막혀……”

나는 핀두스를 위해 저금통을 털어 예쁘고 커다란 집을 마련해 주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핀두스가 내는 거품 소리를 싫어했어요. 핀두스를 변기에 버려 버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어요.

수다쟁이 물고기

그런데 어느 날 밤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핀두스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큰 거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지요. 도둑은 유령이 나타난 줄 알고 살려 달라고 빌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아빠는 핀두스 덕분에 도둑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아빠는 훌륭한 물고기를 골랐다며 나를 칭찬해 줬지요.

수다쟁이 물고기

시간이 점점 흘러서 나도 자라고 핀두스도 자랐어요. 어느 날, 핀두스가 말했어요.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어.
내 지느러미로 진짜 헤엄을 칠 때가 온 거야.
나, 세상에 나가고 싶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나는 핀두스가 바라는 대로 해 주었어요.

‘잘 살아야 해, 내 친구!’

핀두스가 강에서 살게 되었으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일까요? 핀두스와 레미는 다시 만나게 될까요? ^^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친구는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이나 곤충, 혹은 사물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어떤 모습을 띄었든 자신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친구’라고 부릅니다. “수다쟁이 물고기”의 주인공 레미의 친구는 아주 작은 물고기입니다. 하지만 조그마한 덩치와는 달리 무척이나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친구입니다. 수다쟁이지요.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요. 레미에게는 이 작은 물고기 핀두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인 걸요. 자신의 별명을 친구의 이름으로 붙여줄만큼 말이죠. 이름을 나눈 친구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핀두스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레미는 물고기 핀두스의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들에 담긴 뜻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죠, 우정은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레미에게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일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레미는 어항 속에서 갑갑해 하는 핀두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곁에 두고 싶었지만 친구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그를 떠나 보냅니다. 좁은 어항을 벗어나 넓은 강을 마음껏 누비게 된 핀두스처럼 레미 역시 자신의 꿈을 찾아 더 큰 세상으로 한 발 더 내딛게 된 거겠죠.

“레오틴의 긴 머리” “진짜 투명인간” 등을 쓴 레미 쿠르종이 “수다쟁이 물고기”에서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은 조금 독특합니다. 무채색인 흰색과 검은색을 제외하면 파란색과 주황색, 이 두 가지 보색만 사용되었습니다. 강, 어항, 변기, 욕조 속에 담긴 물은 커다란 붓의 파란색 터치로, 레미가 사랑하는 핀두스는 작고 가장자리 선이 강한 주황색으로 표현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레미의 세상에는 물고기 친구 핀두스와 핀두스를 둘러싼 파란 세상만 존재하는 것 같네요.

“수다쟁이 물고기”의 제일 앞 장에 작가 레미 크루종은 이런 글귀를 남겼습니다.

“어린 시절은 나의 고향이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자주 들르곤 한다.”

물고기 친구 핀두스와 레미의 이야기는 아마도 레미 크루종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겠죠. 레미 크루종 덕분에 고향의 또 다른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어린 시절의 고향을 찾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소중한 옛 친구와의 우정과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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