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택배
책표지 : Daum 책
갈매기 택배

글/그림 이시이 히로시 | 옮김 엄혜숙 | 스콜라
(발행일 : 2016/07/15)


저희 어렸을 때는 택배라는 말보다는 편지나 소포가 더 익숙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택배라는 말이 훨씬 익숙한 말일 거예요. 언젠가부터 우체통에는 반가운 편지보다 고지서만 쌓이다 보니 이제는 편지 왔다는 말보다는 택배 왔다는 말이 훨씬 더 반가운 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어느 항구 마을의 갈매기들이 물건을 배달해 준다는 특별한 택배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목마저도 정겨움 가득한 “갈매기 택배”입니다.

갈매기 택배

 갈매기 배달부들이 물건을 배달해 주느라 부산한 아침, 각자 배달할 물건을 들고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들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노란색 아담한 2층 건물에 붙은 갈매기 택배 간판이 보이고 동물들이 택배 물건을 부치러 1층 접수 창구를 향해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물건을 배달한 갈매기들이 돌아오는 문에는 ‘수고하셨어요’라고 써있고, 이제 막 배달을 시작하는 문 입구에는 ‘잘 다녀오세요’라고 써있네요. ‘안전하게 배달해 드립니다’ 라고 써있는 초록색 차양막의 글자 문구가 믿음직해 보입니다.

평화롭고 고즈넉해 보이는 이 항구 도시의 갈매기 택배 가게 점장님은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일이 워낙 바쁘고 힘들다 보니 가게를 그만 두는 갈매기들이 많아 오래도록 일할 직원이 꼭 필요했거든요.

갈매기 택배

어느날 갈매기 택배 가게 점장은 배달부 지원 서류를 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직원을 발견했어요. 날카로운 눈매에 깐깐한 얼굴, 분명 오래 일할거라 생각하고 당장 가게로 불렀더니, 찾아온 직원은 갈매기가 아닌 펭귄이었어요.

지원자 사진을 들고 깜짝 놀란 갈매기 택배 가게 점장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깜짝 놀란 눈으로 펭귄을 바라보는 갈매기들의 귀여운 모습과 달리 시크 도도한 표정으로 이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신입 직원 펭귄, 포스가 철철 흘러 넘치네요.^^

펭귄에게 택배 접수를 맡기자 손님들은 펭귄이 무서워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택배 물건 모으는 일을 맡기자 이번에는 갈매기 직원들이 무서워서 일을 하지 못했어요. 난처해하는 점장님에게 펭귄이 말했어요.

“점심 밥 먹고 나면, 배달 가고 싶네요.”

갈매기 택배

마침 비가 내려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 수 없게 되자 펭귄은 점장님에게 자신이 배달을 가도 되는지 물었어요. 그러자 점장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 하지만 당신은 하늘을 날지 못하잖아요?”

갈매기 택배

그제서야 펭귄은 자신이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날지도 못하는데 날아서 배달일을 해야하는 갈매기 택배 가게에 지원한 펭귄…… 도대체 이 가게에서 펭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요?

그런데 그 순간……

갈매기 택배

점장님 역시 펭귄이 갈매기들과 다른 점을 알게 되었어요. 하늘을 날지 못하는 대신 바다에서 헤엄을 칠 수 있다는 사실 말이죠.^^

‘헉!’하고 그제서야 자신이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펭귄과 ‘이런!’하고 하늘을 나는 대신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는 펭귄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갈매기 점장님. 깜짝 놀란 둘의 마음을 나타내듯 원색을 바탕으로 실감나는 표정을 화면 가득 잡아낸 연속된 두 장면이 참 재미있습니다.

갈매기 택배

펭귄은 원하는 대로 배달을 하러 갈 수 있었어요. 전해줄 물건 보따리를 들고 배달 나가는 펭귄의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는 군요. 산타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러실까요? ^^ 척척척… 배달일을 해나가는 펭귄.

그런데요. 바다나 강 옆은 펭귄이 배달하기 편했지만 땅에 오르면 짐이 너무 무거워서 펭귄은 금방 지쳐버렸어요.

갈매기 택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배달일에 지친 펭귄, 비가 그치고 날이 개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붕어빵은 간식일까요?) 배달 나가는 갈매기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죠. ‘*** ***‘가 되고 싶다구요. 글쎄요, 펭귄이 새롭게 꿈꾸는 일은 무엇일까요? 힌트는 펭귄이 들고 있는 전단지 그림에 있습니다.^^

시크한 눈매,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펭귄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넘치는 호기심과 에너지를 가진 우리 아이들 같은 천진난만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꿈꾸었던 택배 배달일을 해낸 펭귄은 또 다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느낌의 색연필로 부드럽게 그려낸 “갈매기 택배”,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언제나 진지해 보이는 펭귄의 눈빛이 참 멋져보입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와 바다를 닮은 푸른 하늘이 펭귄의 간절한 꿈을 넉넉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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