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과 나
책표지 : 이야기꽃
조랑말과 나

글/그림 홍그림 | 이야기꽃
(발행일 : 2016/09/05)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평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제목 “조랑말과 나”. 정면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고 있는 아이와 조랑말, 마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 그림책을 펼쳐보니 면지에 그려진 흑백 그림이 정겹습니다. 조랑말에게 당근도 먹이고 책도 읽어주고 함께 산책하고 함께 잠들고… 아이와 조랑말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합니다.

조랑말과 나

나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어요.
나는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힘차게 여행을 시작한 조랑말과 아이를 응원해주는 듯 꽃도 벌도 나비도 느릿느릿 이들을 따라가는 달팽이도 웃고 있어요. 하늘은 높푸르고 햇님이 쨍한 맑은 날, 마음이 꼭 맞는 친구와 길동무하며 함께 여행 가기 딱 좋은 날입니다.

조랑말과 나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녀석이 이들의 길을 가로막아 섰어요. 날아가던 새들도 달팽이도 나비도 벌도 뒤돌아 도망칩니다. 누굴까? 무얼까? 왜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상한 녀석은 다짜고짜……

조랑말과 나

아이의 조랑말을 망가뜨렸어요. 산산조각 난 조랑말, 아이는 깜짝 놀랐죠.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니까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이니까요. 내 여행길에 어째서, 왜 이런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내 조랑말을 망가뜨린 걸까요? 조랑말과 함께 한 행복했던 여행길에서 아이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조랑말을 잃고 말았죠.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주저앉아 마냥 울고 있지 않아요. 망가진 조랑말 조각들을 모으고 이어붙여……

조랑말과 나

나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모으고 이어붙이느라 처음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나의 조랑말이니까요. 둘은 이렇게 다시 함께하게 되었니까요. 기뻐하고 있는 아이 뒤에서 그 이상한 녀석만 당황스런 표정이네요.

아이는 조랑말과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했지만 여행길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때론 밤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물 속으로 난 길을 지날 때나 으스스한 묘지 곁을 지나야 할 때도 있죠. 아이와 조랑말이 가는 길에는 자꾸만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납니다. 모습만 달리했을 뿐 이 이상한 녀석들은 똑같은 짓들을 되풀이 해요. 외계인처럼 생긴 이상한 녀석은 레이저로 조랑말을 ‘펑’ 쏴서 망가뜨려 버리고, 물 속에서 만난 이상한 악어는 ‘콰직!’ 커다란 이빨로 단번에 조랑말을 부서뜨렸어요. 묘지 곁을 지날 때 나타난 이상한 유령은 마법처럼 쉬리릭 기분 나쁘게 조랑말을 산산조각내 버렸어요.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찢어지고 박살나고 으스러져 너덜너덜해진 조랑말 조각을 다시 이어붙이고 또 다시 이어붙여 조랑말과 다시 길을 떠납니다.

조랑말과 나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조랑말과 아이, 그 긴 여행길에 갑작스럽게 만난 수많은 이상한 녀석들 때문에 조랑말은 처음의 말끔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상처 투성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지만 처음 그 마음만큼은 변치 않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 마음, 함께 한다는 그 마음……

여행을 시작할 무렵 네 다리로 걸어가며 아이 뒤를 따르던 조랑말, 이제는 두 다리로 당당하게 걷습니다. 아이 뒤를 줄곧 졸졸 따르던 조랑말이 아이를 앞서 걷고 있네요. 그 모습이 참 당차보여 믿음직해 보입니다.

조랑말과 나

조랑말과 나

상처투성이 조랑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이상한 녀석을 만나면 만날 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아이와 조랑말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인생이란 여행길에 첫 걸음을 내딛고, 또 걸어가겠죠.

지금 우리 아이들 곁에 있는 조랑말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디선가 잔뜩 실망한 채 조각난 조랑말만 버려두고 혼자서 온 것은 아닌지, 조각조각 너덜더덜해졌어도 여전히 그 곁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읽는 이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독특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그림책 “조랑말과 나”,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나와 내 조랑말은……’ 마지막 문구를 자꾸만 되새겨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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