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원제 : Voices In The Park)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 옮김 김향금 | 삼성출판사
(발행일 : 2001/11/15)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산책을 하러 나왔다 공원에서 만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네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초현실적 화법과 독특한 구성으로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같은 장소의 풍경이나 사건이 각기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어요.

찰스 엄마에게 일어난 이야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찰스 엄마는 아들 찰스와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찰스 엄마는 공원에서 자신의 개를 졸졸 쫓아 다니는 끔직한 개가 몹시 못마땅합니다. 옆에 앉아 있으라고 한 아들 찰스마저 잠깐 저녁 식사 생각을 하는 중에 사라져 버렸어요. 공원에서 무서운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찰스 엄마는 애타게 찰스 이름을 불러댔어요. 험하게 생긴 여자 아이와 놀고 있는 찰스를 찾은 엄마는 찰스와 개를 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화난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듯 공원의 나무 한 그루는 불타고 있고 대화 없는 모자 사이의 쓸쓸함을 보여주듯 걸음걸음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곱게 차려입은 겉모습과 달리 찰스 엄마는 신경질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이에요. 가을색으로 곱게 물든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그런 풍경을 마음 놓고 즐길 마음의 여유도 없죠. 찰스와 개가 사라져 버려 짜증스럽고 불안한 엄마 마음을 주변 풍경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찰스를 찾고 있을 때는 나무들도 찰스 엄마처럼 소리를 치는 것으로 묘사가 되었어요. 무엇이든 명령만 하는 권위적인 엄마때문에 주눅이 든 찰스의 모습은 아주 자그마하게 그려졌고 엄마의 커다란 그림자는 늘 찰스를 덮고 있어요. 엄마 곁에 앉아 있긴 하지만 찰스와 찰스 엄마는 서로를 외면하고 앉아있습니다. 모든게 불편하고 불안한 엄마의 마음과 대조되게 찰스네 개는 풍경 너머에서 다른 개와 어울려 즐겁게 뛰어놓고 있답니다.

스머지 아빠에게 일어난 이야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딸 스머지와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간 스머지의 아빠는 벤치에 앉아 신문 구인난을 살피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고있는 근심 많은 아빠에게 공원은 낙엽이 다 떨어진 초겨울의 춥고 쓸쓸한 곳으로 묘사 되어있어요. 아빠가 보고 있는 신문의 한 면은 뭉크의 절규 그림이 그려져 있죠.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머지네 개와 찰스네 개는 공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아빠는 스머지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어요. 스머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가는 길, 산책 나갈 때와 달리 거리에서는 렘브란트와 모나리자,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도 즐겁게 춤을 추고 있어요. 혹시 스머지 아빠에게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쓸쓸했던 거리의 불빛은 따사롭게 변했고 저 멀리 빌딩 위에서 포효하는 킹콩이 스머지 아빠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찰스에게 일어난 이야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엄마를 따라서 공원에 간 찰스는 자기네 집 개가 공원에서 만난 스머지네 개와 신나게 노는 것이 마냥 부럽습니다.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찰스의 뒷모습은 참 쓸쓸합니다. 늘 엄마 말을 순종적으로 따르는 찰스는 어디에 있든 엄마 그늘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심지어 공원의 구름, 나뭇가지, 가로등 조차 엄마가 쓴 모자와 꼭 닮아있어요.

찰스가 쓸쓸해 하고 있을 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같이 놀자고 했어요. 같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지만 찰스의 세계와 스머지의 세계는 가로등을 사이에 두고 아주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어요. 찰스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끼어있고 나무들도 나뭇잎을 떨구고 있어요. 반대로 스머지쪽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밝고 환한 날입니다. 찰스는 스머지를 따라 미끄럼틀도 타고 구름 사다리도 타고 나무도 타면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스머지와 노는 동안 찰스에게 공원은 화사한 봄날처럼 빛났어요. 하지만 엄마 곁으로 돌아가자 찰스의 작고 왜소한 몸이 다시 엄마의 크고 검은 그림자 속으로 폭 파묻혀 버리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공원에서의 즐거운 시간에 대한 미련이 남는지 찰스는 뒤를 돌아 보고 있어요.

스머지에게 일어난 이야기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하루 종일 기운이 없는 아빠와 개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나간 스머지는 공원에서 만난 찰스와 금세 친구가 되어 아주 즐겁게 놀았어요. 찰스가 헤어질 때 전해 준 꽃 한송이를 스머지는 컵에 꽂아 아빠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빨갛게 핀 꽃, 어쩐지 스머지네 집에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 생겨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스머지의 세상은 밝고 따뜻하고 선명합니다. 그녀 곁에 있으면 모두 그런 색깔로 물들죠. 엄마 곁에서 의기소침해 있던 찰스는 스머지와 놀 때 밝고 명랑한 아이로 보이네요.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던 아빠도 스머지가 조잘대는 덕분에 기운을 차렸을 만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아이입니다.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같은 공간에 있었던 네 사람의 이야기를 주변 풍경과 색감을 달리해서 각기 다른 이야기로 보여주는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글보다 그림 읽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그림책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곳곳에 숨겨놓은 시각적 이미지들의 의미와 단서들을 찾다보면 그림 읽는 재미가 아주 그만인 책이죠.

보고 또 보고 자꾸만 들여다 볼 수록 새로운 의미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 마법 같은 그림책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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