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원제 : Der Goldene Teller)
글/그림 버나뎃 와츠 | 옮김 김서정 | 봄볕
(발행일 : 2016/07/25)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누구나 한 번쯤 남의 물건이 탐나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슬쩍 아무도 안 볼 때 훔쳐버릴까 갈등해 본 이들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슬쩍(?)해 본 경험을 가진 이들도 있을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친구네 인형의 집에 걸린 작은 황금 접시를 슬쩍 들고 온 이소벨의 심리를 글과 그림으로 아주 섬세하게 다룬 책이죠. 작가 버나뎃 와츠는 작은 소품과 풍경의 변화 등으로 친구의 물건을 훔친 이소벨의 심리 상태의 변화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친구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멋진 인형의 집을 가지고 놀던 이소벨은 인형의 집 부엌에 걸린 황금 접시가 탐이나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말했어요.

“나, 집에 갈래.”

인형의 집 주변에 있던 인형 친구들이 모두 이소벨의 행동을 보고 놀라고 있어요. 오직 황금 접시의 주인인 엘리자베스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이소벨은 집을 향해 뛰어갔지만 주머니 속 작은 황금 접시가 자꾸만 무겁게 느껴집니다. 푸른 하늘은 이소벨의 마음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길거리 고양이도 모두 이소벨을 바라보고 있어요. 아마도 이소벨의 두려운 마음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이소벨은 낡은 책장을 꾸며 만든 자신의 인형의 집에 황금 접시를 올려놓았지만 이상하게 보기 싫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어요. 인형들의 놀란 표정과 시선 역시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마음이 무거운 이소벨. 황금 접시를 올려둔 책장 칸의 인형은 머리칼이 쭈뼛 곤두섰을 정도로 몹시 놀란 표정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작은 황금 접시는 이소벨의 마음을 점점 더 짓눌렀어요. 이소벨은 저녁도 먹지 못했고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어요. 인형의 집에서 어울리지 않게 놓여진 채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황금 접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이소벨은 황금 접시가 더 이상 보이지 않도록 자신의 베개 밑에 처박아 버렸어요. 하지만 이번엔 베개 밑에 놓여진 황금 접시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결국 이소벨은 황금 접시를 꺼내 던져 버리고는 보지 않으려고 이불을 뒤집어 썼어요.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달빛마저 황금 접시처럼 보입니다. 인형의 집 벽에 걸만큼 작디 작은 황금 접시 하나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옥죄어 올 거라고는 어린 이소벨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

다음 날 화단 구석에 황금 접시를 묻어버렸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 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황금 접시를 보지 않으려고 할 수록 이소벨 마음 속 양심이 두드리는 소리는 더 크고 뚜렷하게 들려옵니다. 화단 한쪽 구석에 활짝 피어난 동그란 해바라기 마저 황금 접시처럼 보였어요. 황금 접시를 쏙 빼닮은 해바라기가 이소벨을 향해 ‘네가 한 짓을 우리는 다 지켜보았단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이겠죠.

결국 이소벨은 엄마에게 달려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울고 말았어요.

엄마는 이소벨을 꼭 껴안은 채
이소벨이 하는 말을 모두 들어 주었어요.
“그 접시는 네 것이 아니잖니.
얼른 엘리자베스에게 돌려주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접시

황금 접시를 돌려주기 위해 엘리자베스의 집까지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졌고 신발은 돌덩이처럼 무거웠어요. 주머니 속 황금 접시는 불타는 것 같았죠. 이제 이소벨은 알고 있어요.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탐낸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무거운지를요.

“네 황금 접시를 가져왔어. 말없이 가져가서 정말 미안해.”

자신의 잘못을 되돌려놓기 위해 이소벨은 커다란 용기를 냅니다. 어쩌면 물건을 훔치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친구 엘리자베스를 찾아간 이소벨은 엘리자베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엘리자베스 역시 이소벨을 용서해주었어요. 둘은 황금 접시를 원래의 자리에 갖다 두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이소벨의 용기있는 마음, 그리고 친구의 잘못을 흔쾌히 용서하고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엘리자베스의 넉넉한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친구란 그런 존재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접시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훨씬 가볍게 느껴졌어요. 그토록 뜨겁게 느껴졌던 공기가 아주 상쾌하게 느껴졌고 이소벨은 다시 행복해졌어요.

이야기는 잘못된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친 이소벨의 마음이 가벼워진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아빠는 이소벨의 생일에 책장으로 만든 인형의 집에 빨간 지붕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이소벨에게 멋진 생일 선물을 마련합니다. 친구 엘리자베스가 이소벨에게 건넨 생일 선물은 무엇이었을지 혹시 상상이 가나요? ^^

작가 버나뎃 와츠는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황금 접시”를 통해 잘못된 행동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힐책하는 대신 그런 행동을 했을 때 겪게 되는 마음을 그림책 속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또한 이야기의 마무리를 용기있는 행동을 한 이소벨에게 멋진 생일 선물을 주는 것으로 칭찬과 격려의 마음까지 아낌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잠시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해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예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아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미 내 마음이 알고 있는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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