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록
책표지 : 사계절
나는 초록

글/그림 류주영 | 사계절
(발행일 : 2016/09/26)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쌀쌀한 기운이 느껴질 때면 어린시절 엄마가 뜨개질하시던 모습이 생각나곤 해요. 아버지의 낡은 스웨터가 마술처럼 우리들의 작은 조끼로, 목도리로 변신을 하고 때론 자그마한 장갑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아스라한 오래전 기억들…… 그림책 속 꼬마처럼 동그랗고 포근한 뜨개실을 만지작 거리면서 새롭게 만들어질 옷을 목놓아 기다리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립습니다.^^

나는 초록

밝고 따뜻한 초록색 실로 뜨개질 하는 엄마 곁에서 꼬마 아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자랑을 합니다.

엄마가 뜨개질을 해.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이야.

뜨개질에 열중하고 있는 엄마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그 곁에 동그랗고 풍성하게 말린 초록색 실들이 기분 좋은 꼬마의 마음 같아 보이네요. 초록빛이 이렇게나 따뜻한 색감이었군요. 엄마와 꼬마는 기다랗게 늘어진 초록색 실로 이어져 있습니다.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동그란 초록 실을 가지고 놀며 ‘초록 초록 초록 초록’을 되뇌던 아이는 초록색  새 옷을 입고 초록이 될 거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었어요.

나는 초록

상상 속에서 꼬마는 초록빛 귀여운 애기 선인장도 되었다가 쪼끄만 완두콩이 되기도 해요. 사과 속에 사는 초록색 애벌레도 되고 초록색 공룡 인형으로 짠하고 변신도 하죠. 무엇으로 변신을 하든 꼬마 특유의 사랑스러운 미소만큼은 변치 않습니다.

나는 초록

집 안에만 머물러 있던 꼬마의 상상은 좀 더 과감해집니다. 집 바깥으로 나가 커다란 초록 나무도 되어보고 신호등 초록불로 깜짝 변신도 해요. 횡단보도 앞 신호등이 되어 엄마가 오면 깜박깜박 해주겠다는 꼬마는 상상 속에서도 엄마만 보고 있네요.^^ 깜박이는 초록 신호등은 엄마를 향한 꼬마의 윙크일까요?

나는 초록

초록색 풍선이 되어 높이높이 올라가 구름을 만나겠다는 꼬마, 집 안에서 집 밖으로 그리고 더 높이높이 올라가 보겠다는 야무진 생각까지 품었네요. 상상 속에서 꼬마는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너무 멀리 가버리는 건 아닌지, 그래서 엄마 아빠가 나를 찾지 못하는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공존합니다.

그런데 너무 높이 올라가면
엄마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초록

찾았다, 우리 아가!

세상 어디에 있어도 너만큼은 엄마가 꼭 찾고말고…… 그쵸? ^^ ‘찾았다, 우리 아가!’하고 말해주며 와락 안아주면 꺄르륵 웃을 세상 꼬마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번져 나옵니다. 상상을 타고 높이높이 날아가던 꼬마는 엄마의 부름에 현실 세계로 냉큼 돌아왔어요.

초록 줄 끝에는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초록색 스웨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스웨터를 입을 때마다 꼬마는 엄마품에 포옥 안기는 기분이 들겠죠.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류주영 작가는 진짜 사자나 악어가 된 것처럼 신나게 변신 놀이를 하는 어린 조카를 보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이의 상상 속 변신 세계를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품어주는 작가의 마음이 더 없이 예쁘게 그림책 속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서 너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다정다감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 “나는 초록”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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