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전쟁
책표지 : 한림출판사
구두 전쟁

글/그림 한지원 | 한림출판사
(발행일 : 2016/09/20)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어느날 아이 맘에 쏘옥 들어온 빨간 구두, 아이는 그 구두가 너무나 갖고 싶었어요. 달려가는 자동차도, 주변 건물들도, 아기를 태우고 가는 유모차도 모두 리본 달린 빨간 구두로만 보였어요. 심지어 흰줄로 죽죽 그어진 횡단보도마저 ‘구두’ 라고 쓰여있는 것처럼 보였죠.

정말 갖고 싶습니다.
어딜 봐도 온통 구두뿐입니다.

그 구두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있고
투명한 양파, 익힌 당근, 물컹한 가지도 먹을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습니다.
그 구두만 있다면 말이에요.

투명한 양파, 익힌 당근, 물컹한 가지까지도 먹을 수 있다니…… 구두를 향한 아이의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

구두 전쟁

하지만 엄마는 그 간절함을 몰라줍니다. 쭈뼛거리며 ‘나 구두 사 주면 안 돼?’하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너 운동화도 많잖아.’란 엄마의 단호박 같은 대답. 분명 운동화는 구두가 아닌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는 걸까요? ^^ 엄마의 설거지통마저도 빨간 구두처럼 보이네요.

엄마와 아이는 제법 거리를 두고 서있어요. 둘 사이에는 노란 바리케이트가 세워져 있구요. ‘나 구두 사 주면 안 돼?’하고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던 아이는 이제 큰 목소리로 당당히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구두 사 줘.’라구요.

구두 전쟁

제발, 이번 딱 한 번만, 정말 마지막이라는 간곡한 말로 엄마에게 부탁했지만 어림도 없네요. 대치 상황은 끝났습니다. 바리케이트를 넘어 이제부터는 전쟁입니다. 엄마는 철옹성처럼 마음을 굳게 닫고 ‘안 돼’라는 한 마디 말로 아이의 공격을 철저하게 막아냅니다.

구두 전쟁

구두 전쟁

엄마가 ‘그냥 있는 거 신어’ 화살을 날리자 아이로부터 ‘딴 엄마들은 다 사 준단 말이야!’ 화살이 날아 들어옵니다.

아이는 연거푸 ‘만날 엄마 마음대로야’, ‘진짜 너무해’, ‘엄마는 왜 그래’, ‘구두 사주면 안 돼?’, ‘정말 너무해’ 등등의 공격 화살을 날리며 총력전을 펼쳐보았지만 엄마의 ‘그렇게 부러우면 그 집 가서 살든가’ 방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어요. 아이를 도와주던 분신들이 부상을 입고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노란 수액을 달고 후퇴하는 아이의 분신들도 있고 구급차에 실리고 있는 분신도 있네요. (전쟁 장면이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요?…… ^^)

구두 전쟁

엄마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결정타 한 방을 날립니다.

그럼 네가 돈 벌어서 사렴.

화살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대포의 한 방의 위력은 어마어마했죠. 엄마의 세탁기 대포 공격에 아이는 힘을 잃고 한 발 뒤로 물러서 후퇴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엄마와 말로 전쟁을 치루기엔 역부족입니다. 다른 작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구두 전쟁

아이는 신고 있던 운동화를 자르면 혹시라도 새 구두를 사주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자니 운동화와 나눈 각별한 추억들이 마음을 약하게 하네요. 이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1등을 했던 기억들도 떠오르고 내일 친구들이랑 줄넘기 놀이하기로 약속 한 것도 떠올랐어요. 구두 하나 때문에 아이 마음은 이렇게 요동치고 있는데 엄마는 평온하게 빨래를 널고 계시는군요.

내 마음도 몰라주는 엄마가 밉습니다.
아빠한테 다 말해야 겠습니다.
아빠는 언제나 내 편이니까요.

아, 그렇군요. 언제나 자신의 편인 든든한 지원군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구두 전쟁은 이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듯 보이는데요.

구두 전쟁

딩동 반가운 소리와 함께 환한 미소를 머금은 아빠가 등장하셨어요. 그런데 아빠는 한 손에 구두 가게 가방을 들고 오셨어요. 자동으로 켜지는 노란 현관등이 아빠의 후광처럼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빠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구두 전쟁” 재치있게 마무리 됩니다. 아이의 기대와 달리 아빠가 들고 온 가방 속에는 엄마의 구두가 들어있었거든요. 엄마는 물이 뚝뚝 흐르는 고무장갑을 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빠의 선물을 받습니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었어요. 집안일에 치여 엄마는 자신의 생일도 잊고 있었네요.(엄마가 빨래를 널고 있는 장면 뒤쪽 달력을 보면 9월 20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어요. 그 빨간 동그라미의 의미는 바로 엄마의 생일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 그림책의 발행일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생일날 자신의 구두를 사내라며 한바탕 엄마와 전쟁을 치룬 딸아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빨간 구두에 구두를 향한 아이의 불타는 욕망(?)이 담겨있는 것 같네요. 아이를 쏙 빼닮은 여러명의 분신이 엄마를 공격하는 아이를 돕고 상처 받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쟁반이 방패로 세탁기가 대포로 집안 일상용품들을 상징적으로 변신 시켜 표현한 점도 돋보이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친근감 넘치게 그린 그림을 빨강, 노랑, 검정의 색상만을 사용해 눈에 쏘옥 들어오게 표현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졸라대는 아이와 부모 사이 흔하게 오가는 대화가 모두 모여 재미난 이야기 한 편이 뚝딱 만들어졌네요. 서로의 요구 조건에 맞춰 격렬하게 오가던 대화도 눈 녹듯 사라지며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네 편 내 편이 어디있나요? 우린 한 가족인것을……^^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