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균형

글/그림 유준재 | 문학동네
(발행일 : 2016/10/12)


새파랗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파란색 볼 위에 서커스 소년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며 서있습니다. “균형”“마이볼”, “파란 파도” 등의 인상적인 그림책를 선보여왔던 유준재 작가의 신작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형을 이룬 상태를 균형이라고 말하죠. 균형은 보는 이에게 조화와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림책 “균형”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무대 위에 선 서커스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실수하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삶을 바라보는 듯해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속에 쏙쏙 와 닿습니다.

균형

너 뭐 하고 있니?
나? 균형을 잡고 있어.

지렛대 위에서, 파란 공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아이, 조금은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아이는 온 신경을 집중 시키기 위해 입도 꼭 다물고 집중하며 균형잡기 훈련을 하고 있어요.

균형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관객들의 시선이 소년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랐지만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던 아이는 슬며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사실은 나…… 조금 떨려.

연습한 대로만 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 순간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홀로 선 소년의 마음이나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균형

심호흡을 하고 뛰어내린 소년에게 앞에 나타난 소녀가 손을 내밀며 말했어요.

내가 함께 해도 될까?

소년이 무대에서 뛰어내린 순간 맞은 편에서 소녀도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내밀며 소년에게 ‘함께 해도 되는지’를 묻습니다. 두 손을 꼬옥 잡고 함께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균형

소년과 소녀, 커다란 공을 호흡 맞춰 함께 굴려갑니다. 공은 동그랗기에 둥글둥글 굴러갈 수 있지만 두 사람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금세 엉망이 되고 말 거예요. 혼자일 때는 나 하나만 실수 없이 잘하면 되지만 둘일 때는 서로의 호흡도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되죠. 너무 서둘러도 안돼요. 상대를 믿지 못하고 비난해서도 안돼요. 천천히 천천히 하나 둘 하나 둘…

분명 혼자 일 때보다는 둘일 때 좀 더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균형

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을게.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조금 실수를 해도 다시 마음 맞춰 호흡을 맞춰가다보면 어렵고 힘든 난관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에요. 손 꼭잡고 상대의 눈빛을 바라보며 천천히 호흡을 맞춰 천천히 나가다 보면……

균형

분명 가장 멋진 순간에 이를거에요.

전체가 하나처럼 균형을 이룬 멋진 순간입니다! 모두가 이루어 낸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여러가지 중요한 영역이 있어요. 자기 자신과 이루어야 할 균형,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동료들과 함께 이루어내야하는 균형. 하나라도 빠지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삐그덕 대고 말지요. 균형은 삶 속에 언제나 함께하고 있습니다. 균형은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짊어져야 할 숙제 같은 것입니다.

유준재 작가는 우리 삶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서커스 무대 위에서 긴장감 넘치게 들려주고 있어요. 위태로운 순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도록, 또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도록…… 혼자서는 두렵고 어려웠던 일도 함께 하면 조금은 긴장감을 줄일 수 있다고, 실수를 해도 호흡을 맞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서로 다른 하나하나의 존재들이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만들어낸 거대하고 신비한 삼각형이 휘청휘청하는 국가의 균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이루어 낸 평화의 촛불을 떠올리게 합니다.각자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행동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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