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책표지 : Daum 책
집으로 가는 길

미야코시 아키코 | 옮김 권남희 | 비룡소
(발행일 : 2016/10/31)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7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어스름 해가 지고나면 밤이 찾아옵니다. 나른해진 몸,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따스하고 아늑한 집의 품이 그리워집니다. 반복되는 일정을 되감기 하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상은 아마도 다들 비슷한 모습일 거예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밤, 미야코시 아키코는 각자에게 찾아오는 밤의 모습을 아기 토끼의 눈으로 보여줍니다. 엄마 품에 안겨 가물가물해지는 아기 토끼의 눈으로 바라본 밤 풍경은 왠지 낯설지 않아요.

집으로 가는 길

실컷 놀고 엄마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가는 아기 토끼는 이제 슬슬 졸음이 몰려옵니다. 피곤한 듯 엄마에게 꼬옥 안겨 있는 아기 토끼의 눈에 이제 슬슬 주변을 정리하고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가게들 모습이 들어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 조용히 비치는 불빛만이 한산해진 밤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밤은 참 고요해요.
다들 집으로 돌아갔나 봐요.

집으로 가는 길

아기 토끼가 올려다 본 집들 창가에서 불빛이 번져나오고 있어요. 똑같이 생긴 네모난 창문이지만 어떤 집 창가에는 화분이 놓여있고 어떤 집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이미 잠든 건지 어둠에 잠긴 컴컴한 창들도 있죠.

불켜진 창가의 포근한 노란 불빛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으로 돌아온 이들을 편안하게 품어주는 것 같아요. 엄마 품에 안긴 아기 토끼가 느끼는 아늑하고 편안함처럼요.

집으로 가는 길

졸음이 밀려와 눈꺼풀이 천근만근 내려앉던 아기 토끼에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디선가는 맛있는 냄새도 났구요. 이 밤을 혼자서 쉬면서 조용히 보내는 이도 있을 테고 여럿이 함께 보내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엄마에게 안겨 밤의 소리와 냄새와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는 아기 토끼의 모습은 동그란 틀 속에 들어있어요. 그리고 그 옆 창문처럼 생긴 네모난 틀 속에서는 아기 토끼의 상상이 펼쳐집니다. 아기 토끼의 꿈결처럼 잔잔하고 아늑하게 펼쳐지는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돌아온 아기 토끼는 불꺼진 방 포근한 침대에 누워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풍경들을 생각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창 밖 아득히 먼 곳 달님이 지키고 있는 밤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하루가 끝나고 다들 잠자리에 들 시간, 누군가는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는 목욕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을 거예요. 또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잠을 청하고 있겠죠. 어떤 집은 가족을 기다리느라  아직도 환할거예요. 어떤 집은 이미 깊은 잠이 들어 깜깜해졌을테고요.

까무룩 잠들었나 싶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소리, 누군가는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밤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해 한밤 기차 역까지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아기 토끼가 머나먼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요.

집으로 가는 길

모두에게 오는 밤
모두 다른 밤
집으로 돌아가
잠이 들어요.

잘 자요.

아름다운 장면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되뇌입니다. 모두에게 오는 밤, 모두 다른 밤. 나른했던 온몸이 편안하게 릴렉스 되는 것 같습니다.

목탄으로 표현한 무채색 고요한 밤 풍경 속에 주인공 아기 토끼의 핑크색 셔츠, 엄마의 은은한 초록색 물방울 원피스처럼 부분적으로 사용된 색채들이 포인트가 되어 생명에게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어요. 은은하게 비치는 노란 불빛들이 돌아가 쉴 보금자리의 따스함과 밤의 아늑함을 더욱 포근하게 보여줍니다.

평범한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 속에서 이끌어낸 이야기가 놀랍도록 신비한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 소리, 냄새, 빛의 움직임에 따른 사물의 그림자까지 세밀하면서도 부드럽고 또 따뜻하게 그려진 그림들이 가만 다가와 인사 합니다. 밤은 엄마 품처럼 따사롭고 포근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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