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책표지 : Daum 책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원제 : The Tale Of The Cage)
로둘라 파파 | 그림 셀리아 쇼프레 | 옮김 김혜진 | 한솔수북
(발행 : 2016/02/25)


무릎을 꿇고 커다란 장미꽃을 헌사하는 새장과 그런 새장을 곁눈질로 바라보는 조그만 새…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어쩐지 이 사랑은 조금 험난할 것 같은데요? 배경으로 보이는 하늘색 담벼락이 새가 날고 싶어 하는 하늘의 색을 닮았습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새와 그런 새를 사랑하는 새장의 이야기. 과연 새장은 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옛날 옛적에 새장 하나가 있었습니다. 새장 안에는 새가 마음껏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모이 그릇도 있고, 실컷 놀 수 있는 그네도 있고,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문도 있었습니다. 새장은 여느 새장과 비슷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어요. 바로 새장 안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새장은 너무나 슬펐습니다.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난 행복하지 않아.
아무도 살지 않는 새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아무 의미가 없는 새장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슬퍼하던 새장은 새장 안에 살고 싶어 하는 새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처음 만난 새는 둥지에 사는 제비였어요. 새장은 제비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줄 테니 새장 안에 살 것을 청합니다. 그러자 제비는 말했어요.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둥지를 만들려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하지만 난 이런 게 좋아. 열심히 둥지를 짓고, 어디든 마음껏 훨훨 날아다니는 거 말이야. 나에겐 둥지를 짓고 세상구경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어.”

다음으로 새장은 공원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먹는 참새를 찾아갑니다. 새장은 참새에게도 새장 속에서 살기를 간청합니다. 하지만 참새는 이렇게 말합니다.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난 새장은 필요 없어. 여름에는 어디서든 잘 수 있고, 겨울에는 제비들이 떠난 둥지에서 살면 돼. 게다가 난 무엇이든 잘 먹어서 어디서나 먹이를 구할 수 있어. 난 집안일은 정말 싫어. 남들처럼 살긴 싫거든.”

참새와 헤어진 새장은 곧 나이팅게일을 만납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 역시 이런 말과 함께 새장의 청을 거절합니다.

“좁아 터진 새장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어?
예술을 하려면 자유롭게 살아야 해.
새장 안에선 힘들지.”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새장은 오리도 만나고 공작새도 만나지만 오리 가족은 수가 너무 많고 공작새는 새장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공작새는 새장에게 늙어서 귀가 먹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올빼미라면 보살핌을 받기를 원할 거라고 귀띔해줍니다.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마침내 새장은 나뭇가지 위에서 쉬고 있는 올빼미를 찾아갑니다. 새장은 올빼미에게 새장 안에서 살 것을 권하면서, “괜찮으시면 의사도 불러 드릴께요. 어때요?”라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늙고 지혜로운 올빼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사람이었다면 솔깃했을 거야.
하지만 난 새란다.
내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 보이니?
난 이 나뭇가지와 함께 나이 들었어.
일생을 여기서 살았지…”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

“네가 어떤 새에게 가서 물어보더라도 새장 안에 살고 싶어 하는 새는 없을 거야. 가끔 두렵고 먹이가 없거나 추위에 떨더라도 새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자유야.”

올빼미의 말을 들은 새장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립니다. 그런 새장이 가여워 보였던 걸까요. 올빼미는 새장에게 지혜로운 충고를 하나 해 줍니다. 올빼미의 말을 들은 새장은 자신의 문을 떼어 내어 아무도 찾지 못하게 멀리멀리 던져 버립니다. 과연 늙은 올빼미의 충고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째서 새장은 자신의 문을 떼어낼 결심을 하게 된 걸까요?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는 따뜻하고 안전한 집이 되어 주고 싶은 새장이 새장 안에서 살고 싶어 하는 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새들을 만나 자신에게 머물기를 청하지만 모두들 거절합니다. 새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마음껏 세상 구경을 하는 것이,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어디서든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안정된 집과 먹이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지혜로운 올빼미는 새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새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자유야…
새장 안에 새들이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는 건
깊은 슬픔을 잊기 위해서야”

이 책은 새장과 새의 이야기를 통해 ‘안정된 삶’과 ‘자유’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진정한 ‘사랑’과 ‘나눔’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의문도 던집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새장은 자신의 문을 떼어내고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집이 되어 줍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자신의 몸까지 떼어낸 새장의 용기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인내, 매일매일 새들이 먹을 물과 먹이를 가져다 놓는 한결같은 노력 끝에 새장은 결국 많은 새들이 마음껏 찾아오고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새장이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새장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들의 새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새장인가요? 겹겹이 닫혀 있는 새장인가요? 커다랗고 화려한 새장인가요? 작고 소박한 새장인가요? 그리고 그 새장에는 어떤 새들이 살고 있나요?

철학적인 주제가 던지는 여러 가지 궁금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색으로 그려진 화려한 새들의 모습입니다. 온갖 종류의 새들이 다채로운 깃털을 뽐내며 그림책 속에 한 가득 날아 들어와 있습니다. 친숙한 재료인 색연필을 사용해 새들이 사는 세상을 신비롭고 섬세하게 그려낸 일러스트레이션이 인상적입니다. “새를 사랑한 새장 이야기”는 문을 떼어내고 새장을 활짝 열어 두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나눔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문이 없는 새장을 새장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 대답은 여러분에게 맡길게요.


도원

도원

객원 필자 | 아프리카에 있는 산 속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현재는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16년 4월 | Facebook | dowontree@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