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개미 요정
책표지 : Daum 책
한밤중 개미 요정

글/그림 신선미 | 창비
(발행일 : 2016/11/18)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제가 신선미 작가의 그림을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 탁상 달력 속 그림을 통해서였어요. 단아한 선과 색으로 그려낸 한복 입은 그림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외국 친구들에게 편지 보낼 때 지난 달력 그림을 오려 함께 보내면 다들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한밤중 개미 요정”은 신선미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한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피곤한 엄마와 호기심 많은 아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속에 늘 등장해 이제는 친숙해진 개미 요정과 고양이가 그림책에 나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한밤중 개미 요정

한겨울 밤, 엄마가 아픈 아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엄마의 정성스러운 간호 속에 아픈 아이도 아기 고양이도 곤히 잠든 한밤중입니다. 다정하고 포근한 옛 그림 풍경 속에 전자 체온계와 메모리폼 베개, 안 어울릴 것 같은 물건 두 가지가 그림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네요.^^

한밤중 개미 요정

아이가 눈을 뜬 건 베개 밑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때문이었어요. 살금살금 다가오는 작은 요정들을 보고 놀라 엄마를 부르려는 순간 요정들이 아이를 말렸어요. 자신들을 개미 요정이라 소개한 요정들은 아이에게 엄마를 대신해 돌봐 주겠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몸집만한 호리병을 기울여서 약을 따르고 수영장 만큼이나 커다란 대야 속에 들어가 물수건을 적시고 있네요. 몸집만 작아졌을 뿐 엄마만큼이나 아이에게 지극정성입니다.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든 엄마를 바라보던 개미 요정이 이렇게 말했어요.

“널 돌보느라 많이 피곤했나 봐.
어느새 엄마가 다 됐네.”

“어, 우리 엄마를 알아?”

마치 오래전부터 엄마를 지켜봐온 것 같은 말투입니다. 아이와 고양이 눈에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요정들이 어떻게 엄마를 알고 있는 걸까요?

한밤중 개미 요정

엄마와 개미 요정들의 인연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요. 엄마가 아이만한 나이였을때 이들은 처음 만났어요. 친구가 된 개미 요정과 어린 시절의 엄마는 증표로 꽃반지도 주고 받았어요. 늘 함께 하면서 행복했지만 어느새 그 아이는 자랐고 그리고 서로에게 조금씩 조금씩 멀어졌어요.

개미 요정은 아이에게 엄마가 예전에 주었던 꽃반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한밤중 개미 요정

잠든 아이 곁에 놓여있는 꽃반지를 기억하는 엄마는 어린 소녀로 돌아갑니다. 꽃반지를 끼고 개미 요정과 놀던 순수하고 해맑았던 시절로 말이죠. 그러자 멀어져 잊고 지냈던 개미 요정들이 엄마 눈에 들어왔어요. 그날 밤 엄마는 아이와 함께 개미 요정을 만났어요.

반지를 기억하는 순간 살포시 미소 짓던 엄마가 세월을 거슬러 어린 소녀로 돌아가는 이 장면, 참 인상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옥색 저고리, 분홍 치마를 입은 그림책 표지의 어린 소녀가 바로 엄마였군요.^^

한밤중 개미 요정

‘엄마, 안녕!’하고 인사하며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 밤 엄마의 소중한 비밀을 다 알게 되었다는 눈빛으로 인사하는 아이, 돌봐주어야 할 어리고 약한 아이 모습에서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듬직한 친구가 되었네요. 개미 요정과 엄마와 아들은 함께 신나는 밤을 보냅니다.

잠든 엄마의 머리칼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쓰다듬을 때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또 장난을 칠때면 여지 없이 철부지 아이같은 모습으로 그림책 여기저기를 누비는 개미 요정들. 개미 요정은 꿈과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어른들에게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입니다.

엄마와 아들이 개미 요정이란 존재를 통해 시간을 초월해 세상 모든 존재를 의심없이 바라보고 받아들였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만나 즐겁고 행복한 밤을 보낸다는 이야기 “한밤중 개미 요정”. 섬세하고 어여쁜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가 참 정겹습니다.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며 빙긋 미소 짓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