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책표지 : Daum 책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원제 : Time Now to Dream)
티머시 냅맨 | 그림 헬린 옥슨버리 | 옮김 이상희 | 시공주니어
(발행 : 2016/11/05)


부드러운 선에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헬린 옥스버리의 그림만 보고도 ‘아!’하고 반가움의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아주 오랜만에 우연한 장소에서 한동안 만나지 못해 근황이 궁금했던 지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랄까요. (팬심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머리 위로 따뜻하게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숲 속, 햇살 만큼이나 두 아이의 표정이 밝습니다. 그런 모습을 나무 위에서 가만 지켜보고 있는 까마귀,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자장자장 나무 아래
자장자장 우리 아기 워우- 워우 아-

공놀이를 하고 놀던 앨리스와 잭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소리를 들었어요. 앨리스가 숲에서 나는 소리라면서 한번 가보자고 했을 때 잭은 못된 늑대일 것 같다며 집으로 가겠다 말했어요.

“쉿, 아무 일 없을거야.”

낯선 것과 마주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대게 이렇게 둘 중 하나입니다. 반짝! 하고 호기심을 보이거나 혹은 두려워 하거나…… 앨리스는 어린 잭의 손을 잡고 낯선 소리의 주인을 찾아 숲으로 향합니다.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누나에게 이끌려 숲까지 왔지만 두려워 하는 잭의 모습이 그림 속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누나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있는 잭은 ‘누나, 그냥 집으로 가자!’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잭의 마음을 안심 시켜 주려는 듯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면서도 앨리스는 사방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리번 거리면서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유심히 귀 기울이고 있어요. 깊고 어두운 숲 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노랫 소리는 이들을 자꾸만 숲 속 깊숙히 끌어 들입니다.

우리가 꿈꿀 시간

숲 속 깊숙히 들어갈수록 잭의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갑니다. 그리고 잭의 상상 속에서 늑대도 점점 무섭게 변신을 해요. 처음 못된 늑대는 무시무시한 발톱을 가진 못된 늑대로 , 무시무시한 발톱과 끔찍한 이빨을 가진 늑대로 상상은 점점 커져갑니다. 그럴 때마다 앨리스는  ‘쉿, 아무 일 없을 거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어린 동생의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간간이 비춰 들던 햇살도 사라진 숲 속은 이제 어둡고 음침해졌어요. 숲이 깊어지고 어두워질수록 긴장감도 조금씩 고조됩니다.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지금껏 잭을 달래왔던 앨리스마저 놀라 소리치며 어서 달아나자고 한 것은 이들을 불러들였던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온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잭이 꼼짝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모두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두려움 가득한 표정의 앨리스와 달리 잭의 표정은 오히려 평온해 보입니다. 두 남매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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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이들이 본 것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의 늑대 가족의 모습이었어요.

이제껏 노래를 불러주던 이는 바로 엄마 늑대였죠.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노래를 불러주다 불러주다 지친 엄마늑대도 꾸벅꾸벅, 아기 늑대들 두 마리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오직 한 녀석만 말똥말똥한 눈으로 엄마를 보고 있어요. ^^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발톱, 끔찍한 이빨을 가진 못된 늑대가 있을거라 겁에 질렸던 잭은 빙그레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고, 반대로 여지껏 침착하던 앨리스는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잭은 늑대를 보면서 ‘못된 늑대가 아니야, 우리 엄마 엄마 같은 늑대야.’라고 말했어요. 이들을 숲 속으로 이끈 소리의 정체는 바로 우리 엄마 같은 늑대가 아기 늑대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였답니다.^^

자장자장 나무 아래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뭇잎 살랑살랑
실바람 산들산들

아이들이 꿈꾸러 가고
하늘의 별들은 노래하고

자장자장 엄마 품에
새근새근 잠들어라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아기 늑대들이 포근하게 잠든 모습을 본 앨리스와 잭도 집으로 돌아갔어요. 소리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확인을 했으니 호기심도 충족되었고 더불어 아무일도 없었으니 참 다행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다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듭니다. 그 길에는 여전히 까마귀가 함께하고 있어요. 마치 두 아이를 지키는 보호자이자 수호신처럼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몸짓과 표정을 하고서요.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

숲속을 걸어나온 앨리스와 잭은 집으로 돌아와 포근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둘은 달콤한 자장가를 들으며
새근새근 잠들었답니다.

줄곧 앨리스와 잭을 따라다니던 까마귀도 깊이 잠들었고 앨리스도 깊이 잠들었는데 잭의 눈만 말똥말똥하네요. 잭의 눈빛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 늑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시하던 아기 늑대의 눈빛을 떠올리게 하는 밤입니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역시 그림책 속 등장 인물들 처럼 긴장을 합니다. 어디선가 불쑥 늑대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어두운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잭과 앨리스의 마음이 대비되면서 갈등할 때 작가는 적절하게 소리를 들려줌으로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계속 이끌어 냅니다.

“이제 우리가 꿈꿀 시간”은 이렇게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사건을 시작으로 점층 반복되는 구조, 긴장감과 갈등이 최고가 되었다 해결되는 사건 구조로 매력적인 그림책이 갖추어야 할 그림책의 조건을 잘 갖춘 그림책이에요.

두렵고 무서웠던 숲에서 커다란 엄마 늑대가 포근하고 따뜻하게 아기 늑대들을 잠자리로 인도하는 장면에서 우리 엄마를 떠올리는 잭과 앨리스 처럼 잔뜩 긴장한 채 그림책을 보던 아이들 역시 이 장면을 마주하면서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포근한 잠자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죠.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밤,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 늑대를 생각하면 이미 어른이 된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지고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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