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꼬마 대장님

우리 집 꼬마 대장님

(원제 : The Boss Baby)
글/그림 말라 프레이지 | 옮김 조은수 | 웅진주니어
(발행 : 2016/11/20)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The Boss Baby”란 원서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를 제목 속에 간략하면서도 완벽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거친(?) 육아의 세계를 경험했거나 경험 중인 엄마 아빠가 읽으면서 공감할 이야기, 읽다 보면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떠올라 코 끝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찡해지는 이야기, 믿고 보는 그림책 작가 말라 프레이지의 “우리 집 꼬마 대장님”입니다.

우리 집 꼬마 대장님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서류 가방을 들고 택시에서 내린 꼬마가 아주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어느 집을 향해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검정색 수트에 넥타이, 표정도 어찌나 권위적인지 꼬마인지 키 작은 어른인지 헷갈리는데요.

우리 집 꼬마 대장님

우리 집에 온 순간부터
그 아기는 분명 대장님이었어.

현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들어선 꼬마의 표정은 당당함 그 자체입니다. 꼬마 앞에 드리운 기다란 그림자가 꼬마가 지닌 엄청난 권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꼬마의 태도로 보아서는 분명 아주아주 높은 사람이 분명해 보이네요. 아주 다소곳한 자세로 어린 꼬마를 맞이하고 있는 이들은 꼬마의 엄마 아빠입니다. 엄마 아빠는 꼬마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봤어요. ‘대장님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우리 집 꼬마 대장님

대장님의 서류 가방 속에는 24시간 한 시도 쉴 틈 없이 대장님을 위해 해야 할 일 목록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어마어마한 양의 리스트를 보여준 대장님은 거실 한복판에 떡하니 사무실을 차려놓았어요. 부하직원들이 한 눈 팔지 못하도록,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꼬마 대장님의 맘에 내키지 않을 시에는 언제라도 소리를 지르며 혼낼 수 있도록 말이죠.

우리 집 꼬마 대장님

대장님은 막무가내에 아주 까다로운 성미를 가졌어요. 당장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벼락을 내렸고 아주아주 엄청나게 자주 부하들을 불러 모았죠. 한밤중에도 호출해 일해야 할 것들을 요구하는 바람에 부하직원들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고 생기없이 지친 표정으로 변해갔어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꼬마 대장님이 요구하는 말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꼬마 대장님은
절대 멈추지 않았어.

잔잔한 음악,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 혼자서만 쓸 수 있는 체육관, 주문만 하면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우유에 전용 제트기까지 쾌적하고 안락하고 완벽한 근무 환경을 갖추었지만 도대체 만족할 줄 모르는 꼬마 대장님!

우리 집 꼬마 대장님

잦은 야근과 시도 때도 없는 꼬마 대장님의 업무 지시에 지친 부하들이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진 모습을 본 그날 역시 꼬마 대장님은 눈살을 찌푸리며 당장 회의를 소집했죠.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부하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화를 내고 소리도 치면서 부하들을 불렀지만 여느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이제 더 이상 억지스런 호통과 떼쓰기는 먹히지 않는가 봐요.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더 꼬마 대장님은 깨달았어요. 이제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쓸 때가 온거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꼬마 대장님은 살금살금 기어가 부하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집 꼬마 대장님

엄마? 아빠?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어여쁜 표정으로 바꾼 꼬마 대장님의 새로운 호출 방식에 늘 피곤에 쩔어있던 부하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습니다. 경이로움과 존경과 사랑을 가득 담은 표정을 본 대장님은 이 순간이 참 만족스러웠어요. ^^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님을 누구보다 대장님이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자신을 위해 부하들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요.^^

그 아기는 대장님이라는 거야.
엄마 아빠 마음을 쥐락펴락 흔드는

최고 대장!

겨우 꼬마 대장님의 말귀를 알아 듣게 된 기쁨도 잠시, 이제 부하들에게 2단계 육아 지옥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어요. 접을 수 없어요. 우리 집 최고 대장님을 향한 끝없는 사랑은……

엄마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 아기는 진짜 예쁘다고, 언제 어느 순간이나 안 예쁜 순간이 없다구요. 하지만 제일 예쁜 순간은 아기가 잠 잘 때라구요. ^^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어요. 지금까지 어렵다 생각했던 일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이 아이를 키우고 나면 세상 어떤 험한 일과 마주쳐도 다 헤쳐나갈 수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기를 키우는 동안 아기가 하사라도 하는 것처럼 뱉어내는 옹알이 수준의 짧은 단어며 몸짓들은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에게 커다란 선물이 됩니다. “우리집 꼬마 대장님”에도 그런 엄마 아빠의 마음이 참 잘 담겨있어요. 어떤 주제의 작품이든 자신만의 색깔과 이야기로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 말라 프레이지는 그 힘든 육아의 과정을 거쳐 가족으로 거듭나는 시간을 그림책 속에 너무나 재미있고 참신하게 그려냈습니다.

사랑은 참 위대합니다. 그 위대한 사랑이 있기에 오랜 세월 아무 탈 없이 인류가 이어져 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내 이름은 자가주 : 인생은 아름다워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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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room
kooroom
2017/01/26 11:09

아아아아아아아 정말..21개월 아기 시중들고 있는 저에겐 정말.. 아아. 말이 안나와요ㅠㅠ

kooroom
kooroom
2017/02/06 06:45
답글 to  이 선주

우리집 꼬마 대장님 책 구매했어요! 히힛. 가온빛 온 가족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가온빛지기
Admin
2017/02/06 08:36
답글 to  kooroom

네, 감사합니다…^__^

삐딱냥이
삐딱냥이
2017/01/31 08:28

ㅋㅋㅋㅋ 그림만 봐도 막 …. 어른을 위한 책이에요 이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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