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춘심이
책표지 : Daum 책
옆집 춘심이

글/그림 송경화 | 이야기꽃
(발행 : 2016/12/15)


요즘 반려견으로 워낙 다양한 품종들을 키우다보니 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여러 종류의 불독들을 보면 험상궂다는 생각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먼저 들죠. 하지만 한 때는 불독 하면 힘과 심술의 아이콘이었죠. 책표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 역시도 눈가와 입꼬리에 웃음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면 영락 없이 옆집 아이 신발을 빼앗은 심술궂은 불독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기 전에 문득 드는 생각…… 춘심이는 과연 누구의 이름일까요? 썩소를 짓고 있는 불독일까요? 아니면 불독이 앞발로 슬쩍 누르고 있는 빨간 운동화의 주인일까요? ^^

옆집 춘심이

석우는 얼마 전 시골 할머니 댁에서 강아지와 장난을 치다 그만 얼굴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 뒤로는 왠지 개가 무서워지게 되었죠. 하얀 강아지와 놀고 있는 석우의 표정과 얼굴 한 쪽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석우의 표정이 대조적입니다. 자신을 할퀸 강아지에 대한 원망과 개에 대한 두려움이 뒤엉켜 있는 듯 하네요.

옆집 춘심이

석우가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옆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왔습니다. 아주 무섭게 생긴 개 한 마리와 함께. 험상궂게 생긴 개는 석우를 보자마자 후다닥 달겨들었습니다. 그 순간 “춘심아, 그만! 이리 와!”라며 옆집 할아버지가 얼른 달려와서 개를 끌고 가긴 했지만 석우는 잔뜩 겁을 먹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석우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어요. 춘심이……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옆집 개 때문에 오만가지 걱정들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죠. 학교 가는 길에 옆집을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데 혹시라도 춘심이 녀석이 오늘처럼 달려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옆집 춘심이

“가까이 오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테다!”

다음 날 아침 석우는 장난감 칼을 호기롭게 휘두르며 자신만만하게 집을 나섭니다. 옆집 할아버지와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대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춘심이가 후다닥 달려나옵니다.

옆집 춘심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장난감 칼을 휘둘러대던 석우는 춘심이가 달려나오는 걸 보자마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내빼고 말았습니다.

옆집 춘심이

그런데 이를 어쩌죠? 춘심이에게서는 무사히 도망쳤지만 신발 한 짝을 떨어뜨렸지 뭡니까……

석우는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물어뜯고 있을 무시무시한 춘심이 생각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저 괴물같은 춘심이 녀석에게서 신발을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옆집 춘심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석우는 이런저런 궁리 끝에 잠자리채를 써보기로 맘 먹습니다. 담장 위로 올라가서 잠자리채를 길게 뽑아 들고는 ‘조금만, 조금만 더……’라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조금씩 조금씩 손을 뻗어 보는데……

옆집 춘심이

석우는 한 순간 중심을 잃고 옆집 마당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석우의 신발을 갖고 놀던 춘심이는 그 모습을 보고 한 발 두 발 석우에게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아, 안 돼!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하지만 춘심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입맛을 펍펍 다시며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으으으으~!”
석우는 눈을 꼭 감아 버렸어요.

옆집 춘심이

모든 걸 포기하고 두 눈을 꼭 감아버린 석우. 하지만 석우가 두려워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춘심이는 그저 석우가 좋았을 뿐입니다. 춘심이네 집엔 어른들 뿐이었는데 새로 이사 온 집 바로 옆집엔 함께 놀아줄 석우가 있어서 반가웠던 거죠.

축축하지만 다정한 춘심이의 혓바닥이 석우의 얼굴에 붙은 파란 반창고를 부드럽게 핥아줍니다. 험상궂은 춘심이에게 놀랐던, 시골 할머니 댁 강아지에게 할퀴여서 분했던 석우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 합니다. 이제 석우는 다시 예전처럼 개를 좋아할 수 있겠죠?

옆집 춘심이

여기서 잠깐 그림책 맨 첫 장으로 한 번 가볼까요? 왼쪽 페이지에는 석우가 시골 할머니 댁 강아지와 함께 노는 모습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강아지가 할퀸 곳에 반창고를 붙인 채 풀이 죽은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 할머니 댁 하얀 강아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표정이 마치 오른쪽 페이지의 석우의 표정과 아주 흡사합니다.

아마도 시골 할머니 댁 하얀 강아지는 자신을 괴롭히는 석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 그만 석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석우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 않고 자기가 당한 일에만 화가 나서 개를 미워하고 무서워하게 되었던 거죠.

그림책 “옆집 춘심이”의 진가는 바로 시골 할머니댁 강아지와 석우, 그리고 험상궂은 옆집 개 춘심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는 언제나 피해자도 될 수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 아닐까요?

개를 무서워하는 아이의 눈으로 본 이 그림책은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자기보다 작고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며 으스대다가도 자신보다 더 크고 힘 센 친구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친구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비겁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그림책입니다. 친구와 다투고나서 어색함 때문에 아직 화해를 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은 다시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설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는 그림책입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멋진 그림책 “옆집 춘심이”었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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