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하루
책표지 : “Daum 책
소중한 하루

글/그림 윤태규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16/11/11)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지금 와서 가만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는 좋지 않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놀았던 하루가 참 길기도 했구요. 날씨가 좋던 나쁘던 혼이 났던 칭찬을 받았던 아련한 기억 속에서는 모두가 알차고 소중한 하루하루였습니다.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까만 오리 튜브를 탄 볼 통통한 두 아이의 표정이 익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소중한 하루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만만, 재기 발랄한 표정의 두 아이의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소중한 하루

‘꿀단지 마을로 이사 갑니다. 안녕’이라는 종이 한 장 달랑 남겨놓고 머나먼 꿀단지 마을로 이사를 가버린 ‘만나 떡볶이’를 그리워하며 아이들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모두가 슬픔에 빠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포기 하지 않아!

울고만 있는 친구들 앞에 선 똘이와 욱이가 꿀단지 마을로 떠날 거라고 당찬 선언을 합니다. 만나 떡볶이는 영원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이사를 갔을 뿐이니까요.

소중한 하루

똘이와 욱이가 준비한 꿀단지 마을까지의 지도가 어째 평범해 보이지가 않는데요. ^^

박 씨 아저씨네 미친개가 근처에 있는 무시무시한 숲을 지나 오싹오싹 마녀탕을 지나고 악마의 입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그곳은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저을 만큼 가는 길이 험난해요. 이토록 험난하고 위험한 곳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꿀단지 마을로 가기 위해 똘이와 욱이는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습니다.

“똘아, 준비 됐지?”
“좋아, 가는 거야!”

똘이와 욱이가 떠나는 ‘떡볶이 모험 대작전’에 우리도 슬쩍 동행해 볼까요? (흠, 그런데 지도를 들여다보다 학교 앞 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서 안전하게 가면 안 될까라고 말했더니 어린 조카가 그러면 진정한 모험이 아니라고 버럭 한 마디 하네요. 아~ 모험! ^^)

소중한 하루

1단계 통과 대상인 무시무시 숲 앞에 이르렀습니다. 보기만 해도 따끔따끔해 보이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 앞에선 똘이와 욱이가 너무나 작아 보이네요.

똘이와 욱이가 무시무시 숲을 지나기 위해 세운 작전명은 ‘폴짝 사사삭 대작전’이에요. 위험도는 ★★★(별 세 개), 준비물은 양말과 물안경과 참을성입니다. 준비해 간 양말을 팔에 끼고 봉산탈춤을 추듯 폴짝폴짝 뛰면서 무시무시 숲을 통과했어요. 맘 단단히 먹었지만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은 막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잠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간신히 무시무시 숲을 빠져나왔어요.

소중한 하루

2단계인 마녀탕은 좀 더 위험도가 높아요. 위험한 만큼 챙겨야 할 준비물도 더 많구요. 똘이와 욱이는 마녀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잠수 작전을 썼어요. 빨대만 물 밖으로 내밀고 마녀탕을 통과하는 동안 숨은 콱콱 막혀왔고 마녀들이 다리를 마구 잡아챘지만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2단계까지 무사통과했어요.

소중한 하루

이제 마지막인 3단계 악마의 입만 남았네요. 별 다섯 개짜리 궁극의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악마의 입을 통과하기 위해 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 함께 힘차게 외칩니다.

“로켓 발 장착! 나와라, 번개걸음!”

악마의 입을 통과하기 위해 똘이와 욱이가 쓴 작전명은 ‘번개 걸음 후다닥 대작전’이었습니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거대한 악마의 입 속에서 붉게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들. 두 아이는 용기 내어 빠른 걸음으로 악마의 입을 통과합니다. 무섭고 떨리지만 이제 똘이와 욱이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 서로에게 몸을 밀착 시키고 호흡까지 제대로 맞춰야만 이곳을 통과할 수 있어요.

그렇게 힘든 순간을 넘어서 가까스로 꿀단지 마을에 도착한 두 아이는 만나 떡볶이 가게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어요.

아줌마
늘 먹던대로 주세요!

단골집에서만 할 수 있는 멘트 ‘늘 먹던대로 주세요!’가 참 정겹습니다. ^^ 그렇게 똑같이 외치는 똘이와 욱이 눈이 기대감으로 다이아몬드 빛 광채를 발합니다.

소중한 하루

늘 먹던 대로… 그 스타일 그대로! 변치 않은 그 맛 그대로… 수많은 위험을 물리치고 달려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그 맛,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빨간 양념이 잘 버무려진 탱글탱글 쫄깃한 떡과 어묵의 조화로운 맛, 매콤해진 입안을 달래줄 삶은 달걀까지 곁들여진… 오래전 학교 앞 떡볶이가 생각나 침이 꼴딱 넘어가는 멋진 비주얼입니다.^^

소중한 하루

한입 맛본 순간 온 우주가  열리고 날개 없이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익숙한 그 맛, 콧구멍이 하트 모양으로 뿅뿅 열리고 두 눈에서는 눈물까지 주르르 흘러내리는 똘이와 욱이의 표정이 너무나 리얼하군요.^^

만난 떡볶이를 먹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 된 똘이와 욱이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만나 떡볶이를 먹었으니 돌아가는 길 따위 이제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소중한 하루였어요.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림책의 묘미는 똘이와 욱이가 건너온 ‘무시무시 숲’, ‘마녀탕’, ‘악마의 입’의 실체랍니다. 그토록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통과했던 그곳의 정체는 그림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세요~

어찌 보면 어른들의 눈에는 쓸데없이 디테일하게까지 보이는 떡볶이집까지의 똘이와 욱이의 고군분투 모험담이 유쾌하고 천진난만하게 펼쳐지는 그림책 “소중한 하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이겨내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두 아이, 그러는 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돈독한 우정까지 다져가는 똘이와 욱이의 하루 속에 오랜 추억 속 친구들이, 그 시절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한 오늘 하루를 헤쳐온 아이들이, 우리들이 참 대견합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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