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이 너무 많아!
책표지 : Daum 책
장갑이 너무 많아!

(원제 : Too Many Mittens)
글 루이스 & 플로렌스 슬로보드킨 | 그림 루이스 슬로보드킨 | 옮김 허미경 | 비룡소
(출간 : 2017/01/20)

※ 1958년 초판 출간


빨랫줄에 조롱조롱 매달린 빨간 엄지장갑들이 눈 내리는 배경과 근사하게 어울립니다. 작가 루이스 슬로보드킨이라는 이름과 그림이 낯익어 찾아보니 1944년 “아주아주 많은 달”이라는 그림책으로 칼데콧상을 수상했던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루이스 슬로보드킨이 그의 아내 플로렌스 슬로보드킨과 함께 작업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라고 해요. 1958년 발행된 그림책이니 이미 고전이 된 그림책입니다.

따뜻하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그림이 아주 잘 어우러지는 그림책 “장갑이 너무 많아!”, 그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장갑이 너무 많아!

엄마 아빠가 여행을 떠난 사이 할머니가 쌍둥이 형제 네드와 도니를 돌봐 주러 오셨어요. 할머니는 쌍둥이가 바깥으로 놀러 나갈 때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따뜻하게 옷을 꼭꼭 여미자꾸나.
빨간 벙어리장갑 끼는 것도 잊지 말고.”

어린시절 겨울이면 할머니가 바람 들어가지 말라고 윗옷을 바지 속에 꼭꼭, 소매 부리를 당겨 장갑 속에 쏘옥 끼워 넣어주시던 정겨운 기억이 마음 한편에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

어느 날 도니가 빨간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고 돌아왔어요. 다행히 친구 제이니가 잃어버린 장갑 한 짝을 찾아서 가져다주었는데요. 그 사이 쌍둥이가 장갑을 잃어버렸다는 소식이 온 동네에 퍼진 모양입니다.

장갑이 너무 많아!

도니가 장갑을 잃어버린 다음날부터 이웃들이 쌍둥이 장갑을 찾았다면서 빨간 장갑 한 짝을 쌍둥이네 집에 가져다줍니다. 이웃집 브라운 부인이 한 짝, 학교에서 선생님이 한 짝, 쌍둥이가 뒷마당에서 놀다가 눈 더미 속에서 찾아낸 장갑 두 짝, 편지를 전해주러 온 집배원 아저씨가 한 짝, 청소부 아저씨가 한 짝, 우우 배달부가 두 짝, 식료품 가게 주인이 한 짝, 택배 기사 아저씨가 한 짝……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쌍둥이에게 빨간 벙어리장갑이 열 개나 생겨 버렸어요!

하지만 그 후로도 이웃들은 주인 없는 빨간 장갑이 보이기만 하면 쌍둥이네 집에 갖다 주었어요. 그뿐인가요, 여행에서 돌아온 엄마 아빠가 쌍둥이를 위해 가져온 선물 역시 빨간 장갑이었어요.^^

장갑이 너무 많아!

좁은 서랍 한가득 들어있는 빨간 장갑을 어찌할까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네드가 뒷마당 빨랫줄에 몽땅 걸어두자고 말했어요.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마당에 와서 가져갈 수 있도록 말이죠. 빨간 장갑은 그렇게 쌍둥이네 집 뒷마당 빨랫줄에 대롱대롱 내걸리게 되었구요. 쌍둥이네 집 현관에는 이런 알림판이 붙었어요.

빨간 벙어리장갑
잃어 버리셨나요?
우리한테 있어요.

장갑이 너무 많아!

앙상한 겨울나무에 매달린 빨간 장갑들, 어떤 장식물보다 빛나 보입니다. 이웃들의 애정과 관심으로 찾아낸 빨간 장갑들이 마치 거꾸로 매달린 하트 같아요. 추운 겨울 하얀 눈 속에 피어난 빨간 사랑의 열매입니다.

추위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빨간 장갑들, 그나저나 이 많은 장갑들도 누군가 애타게 찾고 있겠죠?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얼른 주인을 찾아야 할 텐데요.

장갑이 너무 많아!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쌍둥이네 집 문을 두드렸어요. 온 동네 이웃들이 쌍둥이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몇 주 사이 뒷마당 빨랫줄에 매달린 장갑은 이제 달랑 한 짝만 남았습니다. 몇 주가 지나도록 홀로 매달려 팔랑거리는 빨간 장갑 한 짝, 그 사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쌍둥이는 장갑이 외로워 보인다면서 집 안으로 옮겨주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서 마지막 남은 빨간 벙어리장갑 한 짝은 빨랫줄에서 내려왔어요.
겨울옷이랑 털모자랑 함께 서랍 깊이 들어갔지요.
겨울은 가고 봄이 왔으니까요.

빨간 장갑 한 짝이 불러온 한바탕 즐겁고 재미난 소동이 끝나자 어느새 찾아온 봄! 마치 네드와 도니네 가족과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이웃들이 데리고 온 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오랜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그림책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길과 손길, 애정 어린 마음과 진심 어린 소통…… 우리의 보편적 정서나 가치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는다는 것을 그림책 “장갑이 너무 많아!”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눈 내린 하얀 겨울, 뒷마당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그 사랑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마음 열고 바라보면 온 우주가 하나입니다. ^^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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