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떨려!
책표지 : Daum 책
하나도 안 떨려!

(원제 : And Two Boys Booed)
주디스 비오스트 | 그림 소피 블랙올 | 옮김 서남희 | 현암사
(발행 : 2017/02/20)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하나도 안 떨려!”라고 쓰여있는 커다랗고 빨간 글자의 제목과는 달리 아이의 가슴은 콩닥콩닥, 눈은 놀란 듯 동그래져 있어요. 잠시 후, 숨도 못 쉴 만큼 떨려오자 아이는 스웨터 속으로 얼굴을 숨겨버렸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 결국 아이는 스웨터 속으로 쏘옥 숨어버렸습니다.

“하나도 안 떨려!”는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하나도 안 떨린다’는 말과 달리 순서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옥죄어 오는 긴장감을 아주 재미있고 실감 나게 그려낸 그림책이에요.

하나도 안 떨려!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장기 자랑으로 노래를 하기로 한날 아침, 침대에서 기분 좋게 일어난 아이는 자신감에 가득 차 이렇게 말했어요.

하나도 콩닥거리지 않았어요. 엄청 많이 연습했거든요.

목욕을 하면서도, 강아지를 산책 시키면서도, 엄마와 장 보러 가서도, 놀이를 하는 중에도…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는 아이, 이렇게나 열심히 준비했으니 하나도 떨리지 않는가 봐요.

그날 아이는 행운을 부르는 파란 장화를 신고 멋진 주머니가 달린 바지도 입고 집을 나섰어요.

하나도 안 떨려!

장기 자랑을 하러 나온 아이는 모두 여섯  명, 주인공 꼬마 아이 앞으로 다섯 명이 더 있었어요.

클로에가 또박또박 시를 읽고 나니, 네 명이 남았어요. 헨리가 아슬아슬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나니 세 명이 남았고요. 조지아가 발끝으로 서서 나풀나풀 춤을 추고 난 후엔 겨우 두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나도 안 떨려!

레오가 빙글빙글 공들을 돌리고 나니 이제 한 명만 남았어요. 그다음이 바로 주인공 꼬마 차례!

처음 장기 자랑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뒤를 돌아보며 빙긋 웃어 보이던 아이는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점점 떨리기 시작합니다. ‘하나도 콩닥거리지 않았어요. 엄청 많이 연습했거든요. 게다가 행운을 부르는 파란 장화도 신고, 멋진 주머니들이 달린 바지도 입고 있었지요.’ 가 반복되면서 담담하게 ‘그다음이 나예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말과 달리 아이는 점점 움츠러들고 있어요.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데 오직 아이 혼자만 까맣고 어두운 자기만의 세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 공감도 되면서 웃음도 납니다.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길고도 짧은… 아주 묘한 시간이죠.^^

하나도 안 떨려!

장기아침 자랑에
나는 준비노래가 되어 있었어요.
하나도 콩닥거리지 않았어요. 엄청 많이 연습했거든요.
게다가 행운을 부르는 파란 바지신고,
멋진 주머니들이 달린 장화입고 있었지요.

친구들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반복되어 나오던 대사는 아이 차례가 되자 너무 떨린 나머지 뒤죽박죽이 된 아이 마음처럼 이렇게 엉망으로 엉켜 버렸어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아이는 개구쟁이 친구가 “우~~”하고 놀리는 소리에 더욱 주눅이 들고 말았죠.

하나도 안 떨려!

마침내 수줍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친구들 앞에선 아이, 이미 뒤죽박죽되어버린 머릿속에서는 앞서 발표했던 친구들의 장기 자랑들이 뒤엉켜 나옵니다. 또박또박 시를 산책 시키고, 손들이 아슬아슬 춤을 추고, 발가락으로 나풀나풀 책을 읽고, 공을 빙글빙글 그리고, 그림들을 생글생글 돌리고…

이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아이는 장기 자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은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글과 그림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부분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전혀 떨리지 않는다는 말과는 달리 너무나 떨려서 작아지고 움츠러드는 아이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일이기에 더욱 공감이 되기도 하구요.

억세게 운 나쁜 하루를 보낸 알렉산더의 심리를 재미있게 다룬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테야”의 작가 주디스 비오스트의 글에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인 “산딸기 크림봉봉”과 2016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인 “위니를 찾아서”의 작가 소피 블랙올의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살려주고 있는 “하나도 안 떨려!”,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두렵고 떨리기는 모두가 마찬가지라는 것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하나도 안 떨려!

참고로 이 그림책은 접힌 부분을 펼쳐 보면 이야기를 연결하는 또 다른 그림이 들어있는 플랩북입니다. 너무나 떨린 나머지 아이가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순간의 긴장감을 플랩을 활용해서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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