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지렁이다!
책표지 : Daum 책
꿈틀꿈틀 지렁이다!

(원제 : We Dig Worms!)
글/그림 케빈 맥클로스키 | 옮김 바람숲아이 | 천개의바람
(발행 : 2017/02/2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지렁이 좋아해?’라고 물으면 흔히 이런 반응일 거예요. 온몸으로 몸서리를 치면서 ‘으으으… 징그러워!’. 지렁이나 뱀이나 ‘좋다’는 말을 듣긴 좀 어려운 형체이긴 하죠.^^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내서 몸을 잔뜩 수그린 채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는 꼬마를 따라 지렁이들을 만나러 가 볼까요?

꿈틀꿈틀 지렁이다!

여기 봐.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있어.

나무에 사는 벌레.
바다에 사는 벌레.
강에 사는 벌레.
그리고 쫄깃쫄깃한 젤리 벌레까지!

꿈틀거리는 벌레라면 다들 몸서리 치면서도 젤리 벌레는 꽤 인기가 좋은 편이죠. 젤리 벌레 봉지 안에서 왕꿈틀이를 찾는 자의 행운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구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꿈틀이들, 그중에서도 공원이나 마당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녀석이 바로 지렁이입니다.

꿈틀꿈틀 지렁이다!

기다란 지렁이 모양처럼 가로로 길쭉한 판형으로 만든 그림책 속에는 주인공 지렁이에 관심이 많은 두 집단이 등장해요. 호기심이 많아 지렁이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아이들과 먹잇감으로 지렁이를 좋아해 어디나 지렁이를 쫓아다니는 파랑새, 다른 목적으로 지렁이를 쫓아다니는 이들이 질문을 하면 지렁이가 이에 대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렁이의 생태를 보여줍니다.

위 그림은 피부로 빛을 느낀다는 지렁이가 파랑새의 그림자로 빛을 느끼고 있는 장면이구요. 눈도 코도 없다는 그림에 입은 지렁이로 그려 넣어 지렁이는 입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부릅 뜬 눈으로 놀라움을 표현한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

꿈틀꿈틀 지렁이다!

지렁이 환대 위치로 머리와 꼬리를 구분하는 걸 배웠던 예전 기억이 나는군요. 이걸 배우고 비오는 날 마당에 나온 지렁이를 보면서 열심히 환대를 찾아봤던 기억…^^ 그런데 이 환대는 어른 지렁이한테만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알주머니를 만들고 알주머니에서 아기 지렁이가 나온대요. 지렁이 한 마리가 아기 지렁이 백 마리도 낳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지렁이는 단순하게 생긴 몸 속에 심장을 다섯 개나 가졌대요(가슴 뜨거운 동물이었군요. 지렁이는…^^). 비 오는 날이면 지렁이들이 땅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과연 뭘까요? 그림책에서 한 번 찾아 보세요. 이 단순한 이유를 왜 몰랐을까 그림책을 보다 웃었습니다.

꿈틀꿈틀 지렁이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을 붙인 질문을 좋아하죠.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큰 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나라는? …… 그림책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큰 지렁이는 얼마만 할지 아이들이 지렁이에게 질문하고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깁스랜드 지렁이는 삼 미터까지 자랄 수 있대요.(@@!) 몸이 삼 미터면 입으로 먹은 걸 소화해서 똥으로 나오기까지 과정이 엄청나겠는걸요. 다소 진지해 보이는 아이들 옆에서 파랑새는 냠냠 입맛을 다시고 있네요.^^

꿈틀꿈틀 지렁이다!

땅 속 바글바글한 지렁이들 덕분에 예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지렁이들의 역할을 한 장의 멋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우리 마음을 대신해 지렁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건넵니다.

“지렁이야,
식물이 잘 자라게 도와줘서 고마워!”

“꿈틀꿈틀 지렁이다!”는 이렇게 이쁜 지렁이 책이 있을까 싶을 만큼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지렁이 책이예요. 누런 봉투 종이에 그린 그림은 땅 속에 사는 지렁이 느낌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작가 케빈 맥클로스키는 생명을 되살려 주는 지렁이 마음을 느끼고 싶어 버려진 봉투를 재활용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작가의 마음이 그림책 속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 덕분에 지구가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임을 꿈틀꿈틀 지렁이를 통해 새삼 느껴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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