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숲은 완벽해!
책표지 : Daum 책
이제 숲은 완벽해!

(원제 : Tidy)
글/그림 에밀리 그래빗 | 옮김 김소연 | 주니어김영사
(발행 : 2017/01/12)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7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


숲이 완벽하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본래 숲의 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는 건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보호하고 가꾸어 놓아 깨끗한 상태로 보인다는 건지 생각해봅니다. “이제 숲은 완벽해!”란 제목을 읽으면서 말이죠.

이제 숲은 완벽해!

깔끔한 걸 좋아하는 오소리 숲돌이는 늘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했어요. 들판에 핀 꽃을 한 잎 한 잎 살피다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게 있으면 싹둑 잘라내 버렸고 친구들 털을 빗겨주고 씻겨주었어요. 그런 숲돌이가 사는 숲은 늘 반짝반짝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정갈했답니다.

청소하는 숲돌이를 바라보는 동물 친구들 모습이 엄마가 청소할 때 얌전히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 같네요. 어지럽힌다고 혼날까봐 놀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 선 채 청소 끝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그런 뻘쭘한 상황이랄까요. ^^

이제 숲은 완벽해!

어느덧 숲에 가을이 찾아왔어요.

알록달록 가을 빛깔로 물든 숲을 보는 순간, 와~하는 감탄사가 나와야 하는데 어째 숲 속 친구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청소 봉투를 들고 가던 숲돌이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고, 여우와 고슴도치와 새는 각자의 자리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어요. 그 와중에 다람쥐만 열심히 도토리를 모으며 겨울 채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선사합니다.

이제 숲은 완벽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을 숲돌이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몽땅 쓸어 담아 버렸죠. 그 많은 낙엽을 남김없이 몽땅! 쓸어버리고 나니 앙상하게 나뭇가지만 남은 숲이 황량하고 쓸쓸해 보이는군요. 이제야 일이 다 끝났구나 싶지만 이번에는 벌거벗은 나무들이 숲돌이 눈에 거슬렸어요. 결국 숲돌이는 나무들을 몽땅 뽑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나무가 몽땅 뽑혀 나간 숲에 비가 오고 나니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숲을 깔끔하게 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숲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일은 점점 커지고 있네요. 진흙투성이가 된 숲을 바라보며 숲돌이가 결심한 것은……

이제 숲은 완벽해!

콘크리트로 진흙투성이가 된 땅을 덮어버리는 것이었어요. 굴착기 위에 올라타고 작업을 지휘하는 숲돌이는 몹시 만족스러워 보이는데 지렁이들이 나뒹구는 진흙탕에 빠진 여우와 토끼는 몹시 당황스러워 보입니다.

진흙도 나뭇잎도 먼지도 나무도 없는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해진 숲(콘크리트 바닥이겠죠)을 바라보며 숲돌이가 외쳤어요.

“이제 숲은 완벽해!”

숲이 사라진 곳에서 숲이 완벽하다는 숲돌이의 외침이 굉장히 아이러니 하게 느껴집니다. 평창에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 가리왕산 500년된 보호림을 훼손해 놓고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면서 인공으로 만든 ‘생명의 나무’ 점등식을 하던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이제 숲은 완벽해!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고된 작업을 마치고 배가 고파진 숲돌이가 먹을 걸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늘 잡아먹던 딱정벌레도 애벌레도 모두 콘크리트 밑에 있었거든요. 집도 마찬가지였죠. 문이 있어야 할 자리를 단단히 틀어 막아 버린 콘크리트! 땅 속에는 포근한 숲돌이의 보금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난감해 하는 숲돌이의 모습, 그가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콘크리트가 덮어버려 퀭하게 변한 어둡고 쓸쓸한 숲 속,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새 생각에 잠긴 숲돌이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 아무래도 잘못한 거 같아.”

이제 숲은 완벽해!

이제 남은 일은 숲을 되돌려 놓는 일이겠죠. 해가 뜨자마자 숲돌이는 모든 것을 되돌려 놓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친구들이 찾아와 숲돌이를 도와주었지요.

숲돌이와 친구들은 숲을 원래대로 돌려놨어요.
(조금은 덜 정리되고, 덜 깨끗한 모습으로요)

이제 숲돌이도 덜 깔끔해지기로 약속했다는 아름다운 마무리.^^ 덜 정리되고 덜 깨끗한 모습이라도 숲의 원래 모습이 더 완벽하다는 것, 숲돌이도 이젠 깨달았겠죠?

“이제 숲은 완벽해!”는 엄청난 반전으로 큰 재미를 선사했던 그림책 “오리 아빠” 의 작가 에밀리 그래빗의 작품입니다. 에밀리 그래빗은 그림책 속에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요. 그림이 주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의 표정이나 몸짓에 더욱 집중할 수 있죠.

엉뚱함과 과장, 반전이 불러일으키는 재미, 깨알 같은 유머, 그리고, 멋진 그림들로 가득한 그림책 “이제 숲은 완벽해!”, 숲은 본디 그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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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냥이
삐딱냥이
2017/04/20 10:50

덕분에 도서관에 가서 이 작가 책을 몽땅 빌려왔는데, 하나 하나 읽을 때 마다 아이가 정말 빵!! 터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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