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추씨

상추씨
책표지 : Daum 책
상추씨

글/그림 조혜란 | 사계절
(발행 : 2017/03/2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친정집 옥상 한쪽에는 작은 텃밭이 있어요. 벽돌을 쌓아 올리고 흙을 지어 날라 엄마 아빠가 만든 옥상 작은 텃밭, 그저 심심해서 시작하신 소일거리려니 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딸아이와 조카들은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의 한살이를 보고 배우며 자랐어요. 상추며 고추, 깻잎, 부추를 따다 모두 모여 고기를 구워 먹고 사촌들과 뛰어놀던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는 딸아이 말을 들을 때면 저 역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곤 합니다. ^^

상추씨

돌담 안에
상추씨를 뿌렸어.

해님을 닮은 빨갛고 고운 색깔의 장화를 신은 아이가 뿌린 상추씨, 조그맣고 가벼운 상추 씨앗들이 돌멩이로 울타리를 친 작은 돌담 안에 뿌려집니다. 안타깝게도 씨앗 한 알은 친구들 곁에 떨어지지 못하고 홀로 돌담 밖에 떨어졌어요.

상추씨

돌담 안에서 싹튼 연둣빛 상추 싹, 여린 잎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비 오는 날엔 양팔 벌려 비를 맞으며 미소 짓고 있어요. 따뜻한 햇살 아래 여린 얼굴 내밀며 함께 춤추는 상추 싹들, 돌담 밖에 톡 홀로 떨어졌던 상추씨도 무사히 싹을 틔웠어요. 비바람 맞고 따사로운 햇볕도 듬뿍 받으며 상추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상추씨

뜨거운 햇빛 때문에 축 늘어졌던 상추들이 아이가 뿌려준 시원한 물을 마시고 풋풋하게 되살아 났어요. 그 와중에 아이의 빨간 장화에 밟힌 돌담 밖 작은 상추에 눈길이 갑니다. 돌담 안에서 자라는 상추들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발에 밟혀 놀란 돌담 밖 작은 상추의 애처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요.

상추씨

물도 주고 솎아 주기도 하면서 정성스럽게 키운 상추는 고기도 싸먹고 회도 싸먹고 겉절이도 해 먹고 비빔밥에 넣어 슥슥 비벼 먹기도 하고…… 무엇을 해 먹어도 꿀맛이죠.^^ 흠, 그래도 상추는 삼겹살에 쌈 싸먹을 때가 최고! 아닐까요? 싱싱한 상추 위에 넉넉하게 쌈장을 바른 고기 올리고 마늘 한 쪽, 청양고추 한 조각 올려 입 크게 벌리고 양 볼이 터져라 밀어 넣어 먹는 상추쌈, 하~ 야심한 밤에 상추쌈이 너무도 간절하게 생각나는데요. ^^

고기를 품고 꿈꾸는 듯한 상추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자의 표정처럼 보이네요.

상추씨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뚝뚝 잘라 상추를 다 먹어갈 무렵, 돌담 밖에 홀로 떨어졌던 상추는 노란 꽃을 피워냈어요. 상추 꽃에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무당벌레도 찾아옵니다.

꽃은 씨가 되었어.

누렇게 사그러 들며 사라지는 상추가 남긴 작은 씨앗을 아이가 다시 받았어요. 상추씨는 이제 또 새로운 꿈을 꾸겠죠.

상추씨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간 상추를 오래오래 기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림책 속에는 ‘나눔’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소중하게 거둔 상추씨 반절은 멀리 사는 삼촌에게 보내고 반절은 남겨 두었어요.

너희들 주려고~.

꼭꼭 싸둔 상추씨를 내미는 예쁜 손. ^^ 이렇게 건넨 상추씨가 실제로 작은 편지 봉투에 담겨 그림책 뒤쪽 면지에 붙어있답니다. 상추는 많이 먹어봤는데 상추씨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이웃을 위한 빨간 장화를 신은 꼬마 농부의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림책 다 보고나서 아이와 함께 상추씨 한 번 심어 보세요. 이왕이면 예쁜 돌을 주워다 작은 돌담을 만들어 그 안에 뿌려볼까요? 뿌리고 거둔 예쁜 손이 나누어준 씨앗이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거예요. 나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로……

조그만 상추씨에서 싹이 나고 건강하게 자란 상추가 다시 씨앗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상추의 한살이를 따뜻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상추씨” ,상추가 자라는 과정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러운 바느질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조혜란 작가의 작품입니다. “똥벼락”, “사물놀이” 등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한 이 그림책은 다양한 재질의 헝겊이 가진 느낌을 잘 살려 섬세하면서도 정감있게 표현했어요. 저마다 다른 색깔로 개성 있게 표현한 상추며 파란 망사천을 겹쳐 표현한 시원한 물, 굵은 털실로 녹일 듯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수놓은 자수가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작고 소소한 일상 속에 피고 지는 생명들의 순환, 그 속살거림이 들려오는 따사롭고 고운 봄날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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